[한국일보] [단독]朴, KT 인사에도 관여 “황창규, 착한 회장 증후군” 메모

[단독]朴, KT 인사에도 관여 “황창규, 착한 회장 증후군” 메모

등록 : 2017.04.06 04:40
수정 : 2017.04.06 05:20

 

2014년 10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IT쇼를 참관하며 황창규 KT회장과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황창규 KT회장을 ‘(착한 회장 증후군)’이라고 표현한 메모가 있어 눈길을 끈다. 안 전 수석은 2015년 6월 13일 ‘VIP-①’란에 ‘5.KT 황창규’라고 적은 뒤 ‘착한 회장 증후군’이라고 적고 동그라미를 그려 표시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KT 인사 관련 민원을 내고 실행 여부를 챙긴 흔적으로 추정된다. 특히 다음 페이지에는 ‘남규택 마케팅본부장 MB 사람 – OUT’이라고 적고 있고, ‘이동수 브랜드지원센터장’과 ‘신혜성’이란 이름이 적혀있다.

이씨와 신씨는 광고감독 차은택(48ㆍ구속기소)씨 지인으로 안 전 수석의 부탁으로 KT 임원으로 채용됐다. 이들 셋의 이름은 수첩의 2015년 7월 7일, 7월 29일 등 ‘VIP’란에 반복 등장한다. 특히 이씨는 광고회사에 근무하다가 지난 2015년 2월 KT 브랜드지원센터장(상무)으로 입사해 9개월 뒤 회사 전체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IMC본부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긴다. 당초 이씨가 원하던 자리로 옮길 때까지 박 전 대통령의 인사 민원 챙기기가 상당히 집요했다. 또 같은 해 7월 29일 메모에는 ‘신혜성 브랜드지원센터장→IMC센터장’이 적혀 있어 보직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측근인 김영수 전 포레카 회장의 부인인 신씨는 같은 해 12월 KT 그룹 브랜드지원담당으로 채용됐다가 IMC본부 상무보로 보직이 변경됐다.

이로 미뤄 박 전 대통령의 ‘착한 회장 증후군’은 ‘말을 잘 듣는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KT측이 청와대 압력에 결국 응하긴 했지만 즉각적으로 요구를 받아준 건 아니어서 말을 제대로 안 듣는다는 의미에서 역설적 표현이란 해석도 있다. 황 회장은 지난달 28일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의 인사청탁과 보직변경 요구에 대해 “비상식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었다. 청와대의 최씨 회사(더블루K) 이권청탁에 대해서는 시간을 끌다가 “수용하기 어렵다”며 거부했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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