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에는 검사 44명을 포함해 총 185명의 수사인력이 투입됐다. 단일 사건으로는 검찰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팀이었다. 특수본은 사건 규명을 위해 두 달여 동안 412명을 조사하고 15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관련자 73명의 계좌를 추적하고 214명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그 결과 특수본은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57)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47)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37)씨, 김 전 차관 등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기소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와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제모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대기업에 특정인을 채용토록 하거나 특정기업이 납품할 수 있도록 요구한 사실과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 등을 최씨에게 유출해 최씨의 국정농단의 매개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특수본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8대와 태블릿PC 1대를 압수해 녹음파일 총 236개를 복구했다. 이 가운데 박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전에 녹음된 파일이 224개이고 나머지 12개는 취임 후에 녹음된 파일이다. 취임 전에 녹음된 파일 중 최순실씨와 정 전 비서관의 대화 녹음파일은 3개로 총 분량이 47분가량, 대통령이 최씨와 정 전 비서관과 나눈 3자 대화도 5시간 분량의 11개로 확인됐다. 3자 대화의 주된 내용은 박 대통령의 취임사에 관한 부분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에도 박 대통령은 최씨와 정 전 비서관과 의견을 주고 받았는데, 검찰이 입수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 최씨에게 문건을 송고하면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이 메일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하나의 메일로 청와대 문건을 전송하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국가기밀 문건을 유출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또 최씨가 2013년 3월부터 11월까지 청와대 행정관의 차량을 이용해 비표를 받는 등 정상적인 출입절차를 생략하고 10번 가량 무단으로 출입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특수본의 이같은 성과에도 검찰은 사건 초기 최씨 관련 사건을 일반 형사부에 배당해 ‘뒷북 수사’라는 아쉬움도 남겼다. 시민단체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청와대가 부당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고발한 것은 지난 9월 29일이다. 하지만 검찰은 엿새만인 10월 6일에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에 사건을 배당했다. 그러다 국정농단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제서야 특수본을 꾸렸다.
특수본은 이후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출범 이틀 뒤인 10월 29~30일 자료제출 방식으로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핵심 관계자인 최씨를 소환해 조사 한 뒤 긴급체포한데 이어 11월 3일 그를 구속했다. 재단 출연금 모금에 관여한 안 전 수석과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정 전 비서관도 6일 나란히 구속했다.
특수본은 이후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한 뒤 거금을 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았고, 대가성을 의심받던 삼성·SK·롯데그룹 등에 대해서는 압수수색도 이어졌다.
결국 특수본은 지난달 20일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을 일괄 구속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박 대통령이 이들과 공모공동정범 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일련의 범행들이 박 대통령의 지시 등에 따라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사실상 주범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에 실패하면서 뇌물죄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결국 특검으로 공이 넘어가게 된 셈이다. 이외에도 최씨의 국정농단을 묵인 또는 방조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김기춘(77·고시 12회)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49·19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특검으로 인계하게 됐다.
특수본은 지금까지의 수사기록과 증거자료를 특검팀에 인계하고 해체 수순을 밟는다. 다만, 일부 인력을 남겨 최씨 등 재판에 넘긴 사건 관련자의 공소유지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 관계자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에 임해왔다”는 소회를 밝혔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사안이 중대하고 뇌물죄 등 핵심 혐의가 검찰에서 입증되지 않은만큼 특검과 검찰 사이에 원만한 협조를 통해 남은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