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신문] KT직원 자녀 해외 어학연수 선발 ‘부적격자 무더기 포함’

[단독]KT직원 자녀 해외 어학연수 선발 ‘부적격자 무더기 포함’

 

부장·센터장·지점장·상무보 직급 자녀도 8명이나 다녀와 ‘의문’

생활형편 어려운 직원자녀 글로벌체험기회 제공 본래 취지 빛바래 “선발당시엔 해당자였는데 그 후 진급했다” 궁색한 변명만 되풀이

 

김민규 기자  |  kmg@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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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4일 (수) 11: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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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광화문 사옥.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KT는 직원들의 사교육비 절감 및 사기진작을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직원 자녀들의 어학연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 재학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에 뽑히면 약 4주간 캐나다 등 해외에서 글로벌 학습 및 체험기회를 갖게 된다. KT에서는 자녀 1인당 1000만원의 비용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2년 40명, 2013년 60명, 2014년부터는 하계·동계로 나눠 각각 30명씩 올해까지 총 220명의 KT직원 자녀들이 연수를 다녀왔다.

그러나 이같이 좋은 취지의 자녀 어학연수 프로그램 선발과정에서 대상기준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직원 자녀 어학연수프로그램의 기본 취지는 생활 형편상 자녀를 해외에 어학연수 등을 보내기 어려운 직원들을 위해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것인데, 막상 선발 자녀 중에 팀장급 이상 관리직들의 자녀들이 많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문제를 지적한 KT 직원은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지 않게 팀장이상 관리직 직원들의 자녀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면서 “상무보, 센터장 자녀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진정 이 프로그램이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원 대상 기준을 정해놓기는 했지만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부장급인 본사팀장은 지원할 수 있고 부장은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팀장직급 이상 자녀 32명 포함…상무보, 센터장 자녀까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 동계까지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은 직원 자녀는 총 220명이다. 이중 32명의 자녀들은 팀장직급의 관리직 직원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장, 센터장, 지점장, 상무보 직급의 자녀들도 8명이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T직원 자녀 글로벌 어학연수의 지원 대상기준을 보면 현재 중학교 재학 자녀를 둔 KT직원들이다.

단 ‘부장, 센터장, 지사장 이상 제외(노동조합은 지부장 이상 제외)하며 본사(사업부서·지원부서 포함)팀장은 지원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다.

분명 부장, 센터장, 지사장 이상은 제외한다고 명시했음에도 상무보, 센터장 자녀가포함돼 있는 것이다.

  

▲ 본지가 입수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KT직원 자녀 글로벌 어학연수 선정자 명단.

 

이와 같은 사실여부에 대해 KT 관계자는 “직원 자녀 해외연수는 전적으로 KT 노조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노조 측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KT노조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노사합의 결정 사안으로 조합비가 아닌 사내 근로복지기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발과정에서 문제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센터장과 상무보, 지점장 직급 자녀가 포함된 사항에 대해 KT노조 관계자는 “확인해본 결과 센터장이나 상무보는 자녀들이 연수를 다녀온 후에 진급한 직원”이라며 “당시에는 상무보, 센터장, 지점장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애매모호한 직급구분…같은 부장 ‘넌 돼고, 난 왜 안돼’

KT의 글로벌 어학연수 지원 대상 기준에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센터장과 상무보로 진급하기 전 그들의 자녀들이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는 KT노조 측 답변을 근거로 보면 지원 대상에 해당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 기준에 ‘단 부장, 센터장, 지사장 이상 제외’라고 명시돼 있는데, 선발된 명단을 보면 직급이 부장인 직원이 2명이나 있다. 분명 부장 이상은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포함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KT노조 관계자는 “KT는 다른 조직과 다르게 직급이 같은 부장이라도 ‘보직부장’과 ‘직위부장’이 있다”면서 “‘보직부장’은 책임업무를 맡고 있는 부장이며, ‘직위부장’은 말 그대로 직위만 부장으로, 보직부장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직위부장은 지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업무가 있는 보직 부장이 직위만 부장인 사람보다 직책수당 등 월급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보직부장은 제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급이 같은 부장임에도 책임업무가 있는 A부장은 안되고, 책임업무가 없는 B부장은 지원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KT본사 팀장은 부장직급인데 어떻게 예외를 둔 것일까.

이에 대해 KT노조 관계자는 “각 지역 지점에는 지점장 등이 있는데 이들도 부장급이다. 이들은 지점내 자신들보다 높은 직급이 없다. 하지만 본사 팀장은 부장직급이기는 하나 직책이 팀장인데다 그들보다 높은 직책들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렇다면 최근 상무보로 진급한 직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상무보 이전의 직급은 부장일 것이다. KT 측의 설명대로라면 직급이 부장일 경우 직위만 부장일 때 지원가능하다.

그러나 직위만 부장인 직원이 상무보로 진급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KT노조 관계자는 “직위부장이었다가 또 직책을 맡을 수 있는 것이고, 그리고 충분히 승진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자녀 해외연수’ 세부기준…누가·언제·어떻게 정하나

직원 자녀 글로벌 어학연수는 KT노사 간 합의로 정한 직원들의 복지(안)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사내 근로복지기금으로 집행되며, KT노조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노사간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내 한 직원은 “근로복지기금 수 억원이 사용되는 프로그램의 세부기준을 누가, 언제, 어떻게 마련하는 것인지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면서 “다만 사내 방송을 통해 추첨방식으로 진행되는 선정과정만 공개하는 정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노조 관계자는 “노사협의를 통해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고 방침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후 협의된 내용을 잘 정리해 직원들에게 공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에서 나온 내용을 문서화해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우리 KT는 노사 간 상시 협의를 진행한다”면서 “거의 매일 노사 협의를 하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모두 기록으로 남겨 공개 하느냐”고 반문했다.

 

  

▲ KT노조는 노사협의회 결과 등 내용을 지난 2005년 1분기 이후 10년동안 단 한차례도 직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20일 기준 KT노조 게시판 캡처.

 

그러나 현행 노사협의회법을 보면 1년에 4회 이상 노사협의회를 실시해야 하며, 협의회에서 나온 내용은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노동청에 보고토록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한 노동법률 전문가는 “‘상시협의’라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 사측이 어떻게 매일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면서 “현행 노사협의회법 상 1년에 4회 이상 노사협의회를 실시해야 하며, 협의회 결과를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노동청에 보고토록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시협의’를 통해 기준을 정한다는 것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게다가 KT노조 측은 매 분기별 노사협의회를 갖고 결과 등을 공개하도록 돼 있는 노사협의회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한 KT직원은 “KT 노조는 노사협의회 결과 등 내용을 지난 2005년 1분기까지만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면서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기업이 위법을 대놓고 일삼는 것”이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이에 대해 KT노조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도 조사해 봐라. 대부분 기업이 원칙을 지키며 일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KT만의 잘못된 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KT노사협의회 결과 ‘10년동안 비공개’

사내 복지사업의 일환인 ‘직원 자녀 글로벌 어학연수’의 지원 대상 기준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이런 세부기준을 정하는 ‘노사협의회’ 과정과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KT노조는 2005년 1분기까지만 노사협의회 결과를 공개하고는 10년 동안 단 한차례도 직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KT 직원은 “노사협의회 결과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면서 “노동부가 나서 조사를 실시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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