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노동계 ‘기업 사내유보금 환수운동’ 나선다

[재벌 곳간 커질수록 늘어나는 가계빚] 노동계 '기업 사내유보금 환수운동' 나선다

 

30대 기업 곳간에서 잠자는 사내유보금 710조원 … "저임금·비정규직·청년실업 해소 157조원이면 가능"

 

구은회  |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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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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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는 재벌개혁의 구체적 방안으로 사내유보금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부모 월급 깎아 모은 돈으로 자녀 일자리를 늘리는 구멍가게 식 노동개혁 말고, 재벌 곳간에 쌓여 있는 막대한 돈을 활용해 투자-고용-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인 환수조치를 통해 재벌이 독점한 이윤을 사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계부채 1천조원, 사내유보금 1천조원=11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올해 하반기 주요 투쟁의제로 ‘사내유보금 환수 특별법 및 재벌세습 금지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삼성물산 합병과 롯데그룹 분쟁을 계기로 조성된 재벌개혁 여론을 투쟁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동정치조직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도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를 구성하고 범국민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노동계가 이처럼 재벌 곳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계부채 1천조원, 기업 사내유보금 1천조원'으로 대표되는 기형적인 대차대조표를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30대 재벌기업 산하 268개 기업의 사내유보금 총액은 710조3천2억원이다. 1년 전보다 38조2천378억원(5.7%) 증가했다. 올해 정부예산(약 375조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기업들의 곳간에 쌓여 있다. 기업 사내유보금 대부분은 현행 상법이 적립을 강제하는 ‘강제 사내유보금’이 아니라 기업이 임의로 적립하는 ‘임의 사내유보금’이다. 기업들이 굳이 쌓아 두지 않아도 되는 돈을 쌓아 두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적정유보를 초과하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25%의 과세제도가 폐지된 2002년부터 기업의 임의 사내유보금이 폭증했다.<그래프 참조> 기업들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유보금을 쌓아 왔다는 말이다.

기업들이 세금으로 내야 할 돈을 금고에 넣으면서 가계소득은 줄고 기업소득은 늘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가계소득분배율이 6.2%포인트 낮아진 반면 기업소득분배율은 5.7%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 72%에서 2011년 62.3%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국민총소득 대비 기업소득 비중은 16.6%에서 23.3%로 커졌다.

◇"사내유보금 환수로 재벌개혁"=정치권은 그동안 기업의 적정보유 초과소득에 대한 과세제도 부활 방안을 주요하게 논의했다.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법인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연간 약 2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2조원 정도의 세수 확보로는 생존의 벼랑에 몰린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이참에 적극적인 환수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이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가 전문가들과 함께 추산한 바에 따르면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실현에 120조원 △300인 이상 기업 간접고용 노동자 87만명 정규직화에 10조4천400억원 △45만명 청년실업 해소에 16조원 △공공병원 기반 확충에 9조5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네 가지 민생문제를 푸는 데 157조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30대 그룹 사내유보금 710조원 중 일부만 환수해도 가장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노동계의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이 희망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들어 30대 그룹의 배당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유보금 과세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배당을 늘린 탓이다. 김시웅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정책교육위원은 “여야 주류정치권이 강조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감시 강화’나 ‘제한적 증세’로는 저임금·비정규직·청년실업 같은 시급한 민생고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라며 “재벌문제의 핵심인 사내유보금을 환수해야 재벌개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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