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대법원 “퇴출 목적으로 한 차별적 인사고과는 부당”

대법원 “퇴출 목적으로 한 차별적 인사고과는 부당”

저성과자 퇴출제 제동 걸리나 … “해고규제 회피 위한 차별적 업무분장·인사고과는 효력 없어”

김봉석  |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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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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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특정 직원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일부러 낮은 인사고과를 줬다는 사실을 대법원이 인정하면서 정부가 마련 중인 일반해고 기준·절차 가이드라인이 이런 식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5일 KT노동인권센터와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3부(재판장 김신)는 “퇴출을 목적으로 차별적으로 시행한 인사고과는 부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지난 24일 확정했다. 또 KT를 상대로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한 전·현직 직원 6명에게 50만~62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KT는 2004년 9월 “매년 총원 2% 수준의 부진인력을 직무 재배치·전직 지원 등의 방법으로 퇴출시킨다”는 내용의 인적자원 관리계획을 마련했다. 이듬해에는 KT민주동지회 회원과 114 외주화 당시 전출 거부자 등 1천2명을 부진인력(C-Player)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KT는 부진인력 대상자에게 낮은 인사고과를 주면서 퇴직을 압박했다. 실제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이 가동됐던 2009년까지 대상자의 절반 이상인 601명이 회사를 떠났다.

재판부는 “KT가 본사 차원에서 부진인력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퇴출을 최종 목표로 하는 부진인력 대상자를 선정했다”며 “퇴출을 위해 부진인력 대상자들에게 업무분장·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차별정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또 “이는 헌법 11조(평등원칙)와 32조 제3항(근로조건과 인간 존엄성 보장) 정신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에 비쳐 용인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인사고과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이라면서도 “해고에 관한 법적규제를 회피하고 퇴직 종용 수단으로 악용할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돼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일반해고 기준·절차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 저성과자를 전환 배치하거나 근로조건을 조정한 뒤 마지막 수단으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자칫 대규모 소송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법원이 KT 판결에서 해고규제 회피를 위한 차별적 업무분장·인사고과는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KT 사례는 정부가 추진하는 저성과제 해고제도가 사용자의 직권남용에 의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법원이 이러한 제도·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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