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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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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9일 5:49 오후 <레프트21> 119호 | online 입력 2014-01-19
KT노조 정윤모 집행부는 1월 8일 김석균과 이원준 조합원에게 징계위원회 출석을 요구했다.
이들이 KT민주동지회 소식지 ‘민주통신’ 등과 집회, 1인 시위를 통해 현 집행부를 ‘식물노조’, ‘어용노조’라고 “비방”하고, ‘어용노조 퇴진’을 주장해 노조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켰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원준 조합원의 경우, 본지 116호 온라인판에 기고한 기사도 ‘주요 징계혐의’에 포함됐다.(관련기사 ‘[이석채 퇴진] KT의 변화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참고)
김석균과 이원준 씨는 각각 KT민주동지회 의장과 회원으로, 오랫동안 민영화된 KT의 피폐한 현실 그리고 전 회장 이석채의 전횡과 살인적 노동통제에 맞서 투쟁해 왔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는 노조라면 이런 일들을 칭찬하고 고무하고 확산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KT노조 정윤모 집행부는 이와 정반대 행동을 해 왔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만 들면 아래와 같다.
첫째, KT민주동지회를 비롯한 노동ㆍ시민사회단체들이 온갖 비리와 노동탄압을 이유로 이석채 퇴진을 요구할 때 KT노조 정윤모 집행부는 이석채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정윤모 집행부는 “KT노동조합은 현 CEO의 경영능력을 믿고 있으며 그간 KT의 혁신과 체질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한다”며 “CEO 교체는 결단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KT노동조합 2013년 8월 30일자 성명)
둘째, KT노조 정윤모 집행부는 이석채가 추진한 끔찍한 노동조건 악화에 순종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사측에 임단협안을 ‘백지위임’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사측은 임금동결과 연속F등급 부여시 직권면직 할 수 있는 조항을 제시했고, 정윤모 집행부는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노동자들을 상시적으로 구조조정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이미 이석채는 취임 첫 해 노동자 6천 명을 강제로 ‘명예퇴직’시켰고, 취임 이후 세 차례나 임금을 동결했는데도 말이다. 사측은 이 합의안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시키기 위해 온갖 협박과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셋째, 살인적 노무관리 속에서 KT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는데도 KT노조 정윤모 집행부는 이를 외면했다. 이석채 재임 4년간 재직 중인 노동자만 해도 1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2012년 노동부가 KT의 잇따른 직원 사망문제로 특별근로감독을 하려 하자 정윤모 집행부는 이것이 “몇몇 소수에 의한 사실무근 의혹제기”에 불과하다며 특별근로감독을 반대하고 나섰다. 또, 지난해 광양지사의 한 조합원이 사측의 부당한 선거 개입을 폭로하며 자결한 것에 대해서도, 전국IT사무서비스노동조합연맹 ‘진상조사위’는 “[사측의]부당노동행위와는 무관”하다며 “개인사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정윤모 위원장은 한국노총 산하 전국IT사무서비스노동조합연맹의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례를 들 수 있지만, 위의 사실들만 보더라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는 노동조합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킨 것은 정윤모 집행부 자신이다. “어용”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영합하여 줏대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노조 지도부에게 “어용”이라는 말을 남발해서는 안 되지만, 정윤모 집행부의 행태를 봤을 때 이 말이 결코 지나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석채가 사퇴를 하면서 이석채 체제에 협력해 온 정윤모 집행부의 정당성 문제가 제기된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KT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물밑으로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듯하다.
한 달 전쯤 KT민주동지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2만 조합원 중 약 8퍼센트가 응답했다. 통상 ARS 설문조사시 응답율이 2~4퍼센트인 점, 그리고 심지어 조사 2시간 만에 정윤모 집행부가 이를 훼방 놓아 설문조사 서비스가 잠정 중단된 점을 감안하면 응답율은 매우 높았다. 설문조사 결과는 한층 더 의미심장한데, 무려 96.94퍼센트가 “이석채 회장 체제에 전폭적인 협력을 해온 현 노조 정윤모 집행부는 동반 퇴진하는 게 마땅하다”고 답했다.
지금 정윤모 집행부가 김석균, 이원준 조합원을 징계하려는 것은 이런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정윤모 집행부는 새 CEO 내정자에게 자신들의 노동자 단속 능력을 보여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두 조합원에 대한 징계 시도는 살인적 노무관리에 대한 협력을 정당화하는 것이자 새 CEO 체제에서도 이것을 이어가기 위한 정지 작업인 셈이다. 이렇게 부당한 징계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KT노조 정윤모 집행부는 정당한 주장과 활동을 해 온 김석균, 이원준 조합원에 대한 징계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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