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6년동안 204명 사망
정부, 특별감독 발표 ‘미적’
등록 : 2012.04.25 08:38 수정 : 2012.04.25 08:38
암 84명·돌연사 62명 등 “구조조정탓 노동강도 심해”
케이티(KT)에서 14년 동안 일했던 박민식(가명·38)씨는 2010년 5월 회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박씨는 외부 선로작업을 지원하는 부서에서 일했다.
유가족들은 “2009년 12월 대규모 구조조정 뒤 8명이 하던 일을 4명이 하게 됐다”며 “노동강도가 높아진데다 일을 못하면
구조조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겹쳐 뇌출혈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산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케이티가 업무량 등 관련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처럼 케이티에서 근무중이거나 퇴직한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노동자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사쪽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4일 노동시민사회단체인 케이티노동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올해 4월까지 6년 동안 케이티 재직·퇴직 노동자 가운데 204명이 숨졌다.
회사에 다니다가 숨진 노동자는 110명, 퇴직자(58살 이하)가 94명이다. 백혈병 등 암으로 숨진 이가 84명으로 가장 많았고,
돌연사(뇌출혈·심장마비)가 62명, 사고 및 질병 44명, 자살 14명으로 조사됐다. 케이티는 전국에 3만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케이티가 2006년부터 업무부진자 명단(CP)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내쫓고 있고,
2003년과 2009년 1만명 이상이 명예퇴직을 당했다”며 “사람이 줄어 노동강도는 올라가고 구조조정 탓에 경쟁과 불안이 가중되면서
사망자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케이티는 지난 1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1002명의 업무부진자 명단을 작성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케이티 쪽은 “우리 회사는 근속연수가 길어 직원 연령이 높은 편이어서 사망자가 많은 것”이라며
“비율로 보면 국내 평균 사망률이나 재해율과 비교해도 높지 않은데, 노동자들의 죽음을 모두 업무와 연결짓는 것은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어쨌든 케이티에서 사망자가 계속 나오자, 고용부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2월 전국 150여개 케이티 지사에 대해
노동조건 전반을 조사하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이미 3월에 조사가 끝났지만 아직까지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