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허구적인 안보론과 복지론의 본질을 밝힌다

[한겨례 기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정치경제학 / 주종환

등록 : 2012.04.09 19:39 수정 : 2012.04.09 19:39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참여연대 고문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보편적 복지의 확충을
내세우고 있지만, 복지 확충과
군비 증강은 양립될 수 없다

한국의 무기 수입액은 세계 2위라고 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발표다.
그 74%가 미국산이다. 미국 무기 수출액의 13%를 차지한다. 한국은 미국의 제일 큰 고객이다.
지금 강행중인 제주해군기지도 미국제 무기를 바탕으로 한 것임은 물론이다.
이 막대한 무기들은 ‘자주국방’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지배적 통념이다.
이를 비판하는 자들은 ‘역적’이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공격한다.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도, 이런 색깔 공세가 난무할 조짐이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는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확충이 난관에 처하자, 그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자신의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일부에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보편적 복지의 확충을 내세우고 있지만, 복지 확충과 군비 증강은 결코 양립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와 결코 양립될 수 없다. 그런데도, 한자도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일제를 미화한 뉴라이트가 우리의 희망이라고 하면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도 모순이다.

삼척동자라도 금방 알 수 있는 이런 논리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

 

‘자주국방’ 역시 그런 모순 덩어리 용어 중 하나다.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자주국방은 허황된 수식어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핵우산 없이는 ‘자주적으로’ 국방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남북의 대결과 대립을 통해서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다.

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과 뒤이은 남북공동합의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한국의 안보는 북한과의 평화로운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6·15 공동선언에 따른 남북 교류와 협력 그리고 공존, 이를 통한 평화체제의 구축, 이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그렇다면 굳이 비싼 무기를 도입하기 위해, 국민의 복지를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

안보를 위해 복지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이제 폐기처분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구시대적 논리가 한국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있다. 이 모순이 제주해군기지로 표출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모두 폐기처분될 군비 증강을 위해 헛되게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으니, 한숨이 터진다.

 

다가올 총선과 대선은 이런 모순 덩어리 논리들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또다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빌미로 ‘북풍’을 기대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 자주국방은 어차피 불가능한데도, 마치 가능한 것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남북 대화와 협력을 중요시했던 것은 올바른 안보 정책이었다.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 무력한 재래식 무기들을 계속 구입해주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고마운 존재겠지만,

이 때문에 한국 국민의 복지 수준은, 세계 주요국의 꼴찌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인과관계를 제대로 인식해야만 올바른 안보 정책이 나온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해 마지않는 ‘튼튼한 안보’는 미국제 첨단무기의 계속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겠지만,

그것은 필연적으로, 한국의 복지 수준을 깎아내리는 요인이 된다.

상관관계를 알면서도, 그가 ‘튼튼한 안보’를 전제로 한 ‘복지 향상’을 구두선처럼 주장한다면,

국민을 모두 무식한 핫바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만일 이것이 그의 안보관이라면, 국가를 경영할 능력을 의심받게 된다.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면, 모순을 모순이라고 인식하는 혜안을 갖추어야 한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참여연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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