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설립이 올해 7월 1일을 기해 전면적으로 허용되면서 연일 복수노조 설립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노동계는 1990년대 말까지 복수노조 금지 규정에 대해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그 철폐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세력이 노동계의 한 축을 이루어 오면서 정치세력화되기도 하고 노동운동을 주도하게 된 흐름 속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되는 현실을 맞는 분위기는 노동악법 운운하던 과거와는 다소 다른 것 같다. 막상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된 상황에서 하나의 기업 내에서 제2노조, 제3노조가 설립되는 현상은 무노조 기업 내에서보다는 오히려 과거 노동운동에 식상하거나 불만을 보인 곳이거나 또는 배타적 노동운동으로 소외된 노동자가 있는 곳에서 그 움직임을 쉽게 보이고 있다.
복수노조는 노동자들의 단결선택의 자유를 보장할 수는 있지만 한 기업 내에서 소수 노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법 현실이다. 즉 제2의 소수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다수 노조가 되기 전에는 노사협의회 구성에 참여할 수도 없고 노노갈등이 있는 경우 교섭대표로 참여하기도 쉽지 않으며, 노조원들의 고충해결을 위해서도 별다른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립적인 노사관계나 비민주적인 노조 운영을 보여 온 곳이라면, 제2노조의 설립은 기업 내에서의 노동운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아주 극단적인 예견이지만 기업 측에서 이러한 점을 활용하여 노사관계의 흐름을 바꾸어 갈 수도 있다.
복수노조 설립 규정은 기존 노조의 가입에서 제외된 즉 조직이 중복되지 아니한 노동자 중심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기존 노조 내부에서의 갈등으로 분열하는 경우는 자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즉 한 기업 내의 복수노조가 설립되더라도 노조 상호간 적대적일 경우 그 구성원 모두에게 득이 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기업의 노무관리에 득이 될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기업단위 노조가 주종인 우리의 노동현실과 노동조합 내의 집단적 갈등이 분분한 구조적 실태를 고려해 보면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된 법체계라 할지라도, 1기업 내 조직이 중복되는 복수노조의 설립이 자제되어야 함이 노사 모두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문중원<중원노무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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