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상한 부동산 매각 ‘흑자 꼼수’ 의혹
등록 : 2012.02.16 08:22 수정 : 2012.02.16 10:12
용산사옥 등 20건, 지분 가진 케이리얼티에 팔아 임대료 내고 계속 쓰기로…장부상 2958억 ‘수익’케이티(KT)가 전국의 지사와 전화국 등 부동산 20건을 자신이 주도한 부동산개발회사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쓰는 방법으로 영업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케이티는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의 용산사옥(사진)을 1018억원에 파는 등 전국에서 모두 20건의 부동산을 케이리얼티제1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주식회사(케이리얼티)에 4703억원에 매각했다. 케이리얼티는 부동산투자펀드인 리츠를 설립해 자본금 2000억원과 대출 2600억원 등으로 이를 인수했다. 케이티는 리츠에 건물을 매각한 뒤 이를 다시 10년 동안 임대해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케이티는 지난해 12월 해당 부동산을 매각해 2958억원의 수익을 올린 덕분에 4분기 287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교묘한 매각으로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킨 셈이다.
케이티는 최근 장비 소형화 및 자동화로 유휴 부동산이 늘어나자 자회사 케이티 에스테이트와 케이티 에이엠시(AMC)를 세워 보유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이번에 매각한 부동산은 유휴 부동산이 아니라 용산사옥처럼 모두 현재 사용중인 업무용 알짜 자산이다. 불필요한 자산 매각으로 케이티는 일시적으로 경영지표만 좋아졌을 뿐 전에 안 내던 임대료를 물게 됐다.
KT가 지난해 12월23일 매각 뒤 임대한 20개 건물
케이티가 채택한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의 부동산 매각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그러나 케이티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황이 아닌데다 매각 상대가 제3자가 아닌 케이티가 참여한 부동산신탁펀드라는 점에서 경영실적을 포장하기 위한 매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자신이 만든 리츠에 부동산을 매각하고 다시 임대한 기업은 케이티가 최초”라고 말했다.
부동산을 사들인 케이리얼티는 자본금 2000억원으로, 보통주 15%를 케이티가, 의결권 있는 우선주 85%를 베스타스2호 등 사모펀드와 농협·신한생명·삼성화재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형식상 최대주주는 69% 지분을 보유한 베스타스2호지만 투자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재무적 투자자인데다 케이리얼티 설립을 케이티가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케이티가 사실상 최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을 받는 대신 의결권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케이리얼티 우선주는 높은 배당과 함께 의결권도 주어진 게 특징이다.
케이티는 부동산 매각 의혹에 대해 “자산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부동산 자산을 선순환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케이리얼티의 우선주는 보통주처럼 의결권이 있고 케이티 지분은 15%에 불과해 자회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케이티는 또 “세일 앤 리스백으로 매각한 이유는 통신망 광대역화로 통신사업용 부동산 규모가 줄고 있는 데 따라 장비를 이전하기 전까지 현재 공간을 써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KT ‘수상한 부동산 매각’ 왜?
등록 : 2012.02.16 08:24 수정 : 2012.02.16 11:38
내달 회장연임 승인 주총 예정 고배당 통한 ‘주가관리’에 신경 KT “신규사업 위해 돈 필요”케이티(KT)가 지난해 말 전국의 20개 지사와 전화국을 매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매각 뒤 임대라는 자산 유동화 방식은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이 동원하는 절박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티의 주력인 통신사업은 초기 설비투자와 가입자 확보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매달 현금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이고, 케이티는 2010년과 2011년 각각 2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자산 유동화에 나섰던 기업들과 형편은 다르다. 케이티 쪽은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섰지만 경기침체로 계획대로 팔리지 않게 된 상황에서 매각이 가능한 현재 사옥을 유동화시킨 것”이라며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위해 자산 유동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통신시장의 포화로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통신 이외의 사업에 진출하는 데 현금이 필요한 상태다. 이석채 케이티 회장은 지난달 19일 “그룹 전체 매출에서 통신과 비통신 부문 비중을 5 대 5 정도로 만들 계획”이라며 “3년 동안 통신 부문의 매출을 강화해 경쟁력의 기초를 닦았다면 앞으로 2기에는 통신업계 1위 기업을 넘어 종합그룹의 기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렌털·위성방송·정보통신솔루션 같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2015년 4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비씨(BC)카드, 금호렌터카 인수 등이 그 시도의 하나다.
그러나 부동산 매각의 배경에는 매출이익을 키워 투자자에게 높은 배당을 유지해야 하는 속사정이 있다. 케이티 경영진은 순이익의 50%를 배당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언해왔으며, 케이티는 2009년에도 순이익의 94%를 배당한 바 있다. 매각의 이유가 경영실적을 포장하거나 고배당을 통해 주가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된 이석채 현 회장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승인받아야 하는 사정도 매출이익과 주가를 각별하게 관리해야 할 배경이다. 케이티는 지난해 연간으로는 1조9573억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4분기엔 2G 종료 비용과 주파수 전략 실패로 엘티이(LTE) 서비스가 늦어지면서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증권사는 보고서를 통해 4분기 실적 악화를 지적하며 고배당을 하지 않으면 주가 유지가 어렵다고 ‘압박’해왔다. 조태욱 케이티인권센터 위원장은 “케이티는 경영실적이 안 좋을 때마다 부동산을 팔아 실적을 만들어왔다”며 “특히 비통신 부문을 50%로 키우기 위해 현찰이 필요하고 줄어드는 이익을 부동산 매각을 통해 메우는 구조”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