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12월5일 기사

지난 4년 동안 숨진 케이티(KT) 노동자의 사망원인 중 심근경색, 뇌출혈 등 순환기계통 질병이 다른 질병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케이티가 시행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력 퇴출 프로그램과 2009년 이후 실시된 고강구조조정이 노동자들에게 과로와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한겨레>가 5일 입수한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케이티와 케이티 자회사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07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사망한 케이티 노동자 74명의 사망원인 1위는 순환기계통 질환으로, 무려 31명(41.9%)이 순환기계통 질병으로 숨졌다. 암으로 인한 사망은 20명(27%)에 불과했다. 30대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이 자살, 암, 운수사고 차례이고, 40~50대는 암, 자살, 간질환 차례라고 나온 통계청의 지난해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에 비춰보면, 순환기계통 질병으로 사망한 케이티 노동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셈이다.

연구소는 순환기계통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많은 원인을 직무상 스트레스로 보고 있다. 케이티와 자회사 노동자 82명에 대한 정신건강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90% 이상의 노동자가 회사 쪽으로부터 사직권고, 직무전환 등을 요구받았고, 이로 인해 대부분이 우울과 탈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순환기계통 이상으로 인한 돌연사는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일 개연성이 크다”며 “스트레스는 누적되기 마련이라 원인 규명에 따른 조처가 없다면 앞으로 자살이나 돌연사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이후 돌연사한 케이티 노동자는 매년 8명에 이르고, 자살한 노동자도 5명에 이른다. 지난 4월 경기남부마케팅단에서 근무하던 김아무개(52)씨는 심장마비로 돌연사했고, 지난해 9월에는 부산에서 현장 유지보수 업무로 직무 전환된 최아무개(51)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지난 3월에는 전남 여수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무급으로 고객 대상 영업활동을 마친 김아무개(51)씨가 집으로 돌아와 “너무 힘들어 쉬고 싶다”는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태욱 케이티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3년 동안 46명이 죽었는데 회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고, 산재 처리도 3명에 그칠 뿐”이라며 “직원을 생각하는 경영진이라면 잇따른 죽음에 대한 세밀한 진상 조사부터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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