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적 통신업체(kt,skt)의 도덕적 수준은 얼마나 되나?

[사설]어떻게 이통사 개인정보가 실시간 유출되나

 

SK텔레콤과 KT의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정보가 무려 20만건 가까이 조직적으로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제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두 이동통신사의 협력업체 직원 5명이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인적사항을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 프로그램은 브로커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동안 심부름센터 등에서 상용됐다. 채무자를 찾거나 불륜이 의심되는 배우자 등을 추적할 목적으로 조회가 이뤄져 건당 30만~60만원씩 거래됐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지금까지 적발된 대부분의 고객정보 유출은 이름·전화번호 등이 담긴 데이터가 해킹 또는 내부자의 협력을 통해 외부로 흘러나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용된 수법은 프로그램을 이통사의 위치기반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언제 어디서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형태였다. 개인정보·단말기 모델 정보·정액제 가입 여부까지 확인이 가능했다. 구멍가게도 아닌 수천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이통사의 개인정보와 위치정보가 실시간으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다.

SK텔레콤과 KT는 경찰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몰랐다’는 것도 한심한데 “협력업체가 우리와의 거래 사실을 바탕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어서 우리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니 어이가 없다. 범인들이 이통사에 모바일 서비스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직원들로 가입자 개인정보와 위치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업무상 권한을 악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므로 이통사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한 자세다. 괘씸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범행의 주체는 협력업체 직원들이지만 SK텔레콤과 KT는 그들에게 광범위하게 위치기반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개방해놓고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법적 책임은 차치하고라도 고객들에게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도 피해자’ 운운했다니 기본자세가 안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평소 가입자 정보를 가볍게 다루는 이통사들의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각종 부가서비스를 이유로 가입자 정보를 협력업체 등에 넘겨 판촉에 활용하거나 관리토록 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 가입자 정보를 보안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돈벌이용 정보쯤으로 다루다 보니 이런 사고도 터지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는 자신들의 고객정보가 실시간으로 심부름센터로 흘러나가 거래됐다는 사실을 한없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경향신문 2012.3.1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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