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변호사의 노동현안 리포트]KT노조 선거에 대한 감상

[김형동 변호사의 노동현안 리포트]KT노조 선거에 대한 감상
김형동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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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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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노조 선거에 관한 이야기다. 단일 노조로는 손에 꼽힐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다. 한때는 민주노조 운동의 선두에서 깃발을 높일 때도 있었다. 많은 조합원들이 노조의 발전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고 그 결과 사용자와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 이 같은 영광은 간 데 없고 노조가 보여주는 실력은 실망스럽다. 바로 KT노조 선거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다.

12월8일 노조는 위원장 등의 선출을 위한 선거를 치렀다. 조합원 2만5천여명의 무려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은 1번 후보가 당선됐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당선자에게 축하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선뜻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선거를 치른 자들 이외에 축하하는 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법원의 결정에 반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선거에 앞서 성남지원은 2회에 걸쳐 선거중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처음 규약에서 정한 입후보자 등록에 관한 사항을 공고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했다. 이 같은 결정에도 노조는 정상적인 입후보 공고를 하지 않고 법원의 결정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아예 공고기간을 임의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관리규정을 신설했다. 기존 규정에 따른다면 15일 이상 공고해야 하나 신설 규정에 의할 경우 단 하루를 공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정 신설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결국 법원의 결정과 규정에 따라 선거 공고기간을 모두 충족할 경우 12월16일 이후에나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노조는 단일후보일 경우 더 단축할 수 있다는 신설 규정을 근거로 12월8일 선거를 치른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반하는 이번 선거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거 전부터 일부 후보자를 포함한 시민세력이 공정선거 감시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법원 등에서 위법한 선거의 무효를 주장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할 선거 결과가 새로운 분쟁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더 큰 걱정은 사법부에서 선거가 무효라고 판단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문제의 원인은 규약과 선거관리 규정이다. 규정을 그대로 두고서는 민주적인 선거가 불가능하다. 아마 결과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KT노조는 이번 선거를 앞둔 10월 선거관리 규정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조합원들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민주적 개정과는 정반대 방향을 잡은 듯하다. 대표적인 규정이 기탁금과 추천, 입후보자 공고기간 규정이다. 기탁금 규정을 신설하고 지난해 수석부위원장 후보와 함께 받았던 추천서를 위원장 후보 혼자 채워야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입후보자 공고 기간을 5일에서 3일로 단축했다. 그것도 공고일을 포함해서다. 이렇게 되면 채 3일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위원장 입후보자 혼자서 500여명의 추천과 기탁금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공고일 오전 9시부터 마지막일 오후 6시까지 47시간 동안 위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했다. 아무리 출마 준비를 미리 한다고는 하나 일반 조합원들에게는 입후보를 위한 객관적 요건이 불리할 것은 분명하다. 이른바 특정 후보를 위한 규정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무릇 노조의 선거는 가장 민주적이어야 한다. 노조 선거를 두고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하지 않던가.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조합원이면 누구나 선거 기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위 규정은 우리가 그렇게도 비판하는 공직자 선거를 위한 제 법률만도 못해 보인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민주적인 규정으로 변경되길 기대한다.

KT노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동안 KT노조가 보여준 모습은 절망에 가깝다. 선거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이래 KT는 끊이지 않고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특정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전적시키는 방법을 쓴다. 정리해고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결과는 같다. 심각한 노동현안으로 등장한 자회사 KTcs와 오래된 이야기지만 KOIS·KOID 분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해당 조합원들은 억울하다.

수십년간 공무원의 긍지로 회사만 믿고 일해 왔을 뿐인데 갑작스런 민간인으로 신분이 변동되더니 회사까지 퇴사당하고, 옮겨간 회사에서도 나가야 할 상황에 처했다. 누구에게 하소연 할 데도 없는 안타까운 처지다. 노조가 이를 막고 조합원들의 하소연을 받아 줬어야 했다.

이런 동료들에게 노조는 어떠했는가. 회사의 정책에 적어도 묵시적 동의를 했고 아마도 내일이 아니라며 무시했을 것이다. 오늘은 요행히 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미래가 있었던가. 경험은 내일의 훌륭한 스승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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