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재단 “노조가 제보자 색출? 공익제보자 보호돼야"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입력 2013.06.04 11:49:04
‘2013 KT단체교섭’ 찬반투표 과정에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KT노조가 제보자에 대한 색출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한 KT노조 한 조합원은 개표 시 공개된 투표함에서 몇 년 묵은 찬반 투표용지가 들어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과거 사례를 들어 ‘KT 본사에서 찬성률 %까지 다 정해주면 노조와 선관위가 뚜껑을 열어서 그에 맞추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KT사측이 노조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기사, '상시적 해고' 82% 찬성한 KT 단협, 부정투표 의혹 제기돼)
이 같은 의혹이 일자, KT노조는 3일 <미디어스>와의 전화연결에서 “이번 건(부정투표의혹)은 노조의 생명이 달린 문제로 그냥 있을 수 없다”며 “제보한 사람에 대해서도 진상 조사해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보자 신원파악에 나선 것이다.
▲ KT노동조합은 5월 24일(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각 지부에서 ‘2013년 단체교섭 조합원 총회’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 82.1%로 가협약(안)이 가결돼 노사는 이날 저녁 8시 분당사옥 5층 대회의실에서 ‘2013년 단체교섭 협정식’을 개최했다 (KT노조)
KT노조의 행보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제보자’에 대한 신원파악에 나설 것이 아니라 부정투표 의혹에 대한 검증작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공익 제보자 인권 옹호’ 활동을 하고 있는 호루라기재단 이지문 상임이사는 <미디어스>와의 전화연결에서 “합리적 의혹이라면 KT 노조에서는 입증하면 될 일”이라며 “제보자 색출은 원래 사측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노조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지문 상임이사는 “모든 조직에서 제보가 발생하면 첫 대응이 당사자를 색출해 불이익과 함께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제보자에 대해서는 100% 확신을 가지고 신고했을 때에만 보호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설령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 충분히 그렇게 믿을만한 근거가 있었다면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것은 공포심을 유발하겠다는 의도”라면서 “그를 통해 다수의 조합원들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끔 하는 ‘자기검열’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KT노조가 투표결과가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공신력을 갖춘 설문조사 기관을 선정해 여론조사를 통해, 조합원들이 이번 노사단협안에 대해서 82.1%가 정말 찬성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KT노조와 관련해 회사개입과 부정투표 의혹은 늘 있어왔다. 이번 참에 가장 간단한 여론조사로 정리할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KT노동인권센터는 한 수도권지사의 팀장이 작성해 본사에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2013년 단체교섭 가협정(안) 투표결과 보고’ 문건을 토대로 KT 이석채 회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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