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따라잡기] kt직원 15번째 사망… 이유는?

[뉴스 따라잡기] KT 직원 15번째 사망…이유는?

 
                                                                                                               
<앵커 멘트>

안동 KT 본부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잠을 자다가 돌연 숨졌습니다.

건강했던 40대 가장의 돌연사!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올 들어 숨진 15번째 KT 직원이라는 사실입니다.

노조는, 사측의 대규모 인력감축이 남은 직원들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해 잇단 죽음을 불렀다는 주장인데요.

류란 기자! KT 직원들의 잇단 죽음을 둘러싼 논란을 취재하셨다고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만약에요, 자신이 청춘을 바쳐 일해 온 회사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시키고는 성과를 내놓으라고 닦달하고, 2명이서 하던 일을 한 명에게 떠맡기고, 집단 따돌림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면...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그 고통과 스트레스는 말로 다 할 수없겠죠...죽고 싶었다는 KT 직원과 숨진 직원들의 유가족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KT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리포트>

KT 남수원센터 직원이었던 윤 모 씨의 49재를 하루 앞둔 어제, 부인 요시모토 하나코씨를 만났습니다.

하나코 씨는 아직 그 날 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요시모토 하나코(가명/ 故 윤 모 씨 부인) : "밤에 11시쯤 되어서 심장이 아프다고 병원가자고 해서 제가 운전해서 가까운 병원에 갔거든요. 들어가서 20분 만에 그렇게 입에서 거품이 나오고 심장 마사지 해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을 만큼 건강했던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사인은 심장마비였습니다.

부인은 회사가 직원 수를 줄이면서부터 시작된 과도한 업무 탓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요시모토 하나코 (故 윤 모 씨 부인) : "마지막에는 진짜 가족들이랑 같이 있는 시 간도 없었죠. 일을 하고 자고, 일을 하고 자고..밤에 8시에 집에 왔다가 또 밤에 12시에 나갔다가 새벽에 5시에 집에 들어와요.불러내면 몇 분 안에 가야 되요. 그러니까 자다가도 일어나고 전화 오면 가고.."

야근은 일주일에 두세 번이 기본, 직원 수가 줄수록 더 잦아졌지만 남편은 회사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요시모토 하나코 (故 윤 모 씨 부인) ; "힘들지 않냐고 해도 그런 거 회사에 말도 못 하니까 그냥 다닐 수밖에 없다고..회사에서 안 좋은 점수도 받고 이상한 데에다가 발령 나잖아요. 그러니깐 티도 못 내고..."

지난 7월, 은평구의 KT 지사 직원들은 충격적인 일을 겪었습니다.

오랜 동료의 투신자살...

<인터뷰> 이원준(동료) : "1층 화단에 떨어진 채로 발견되신 거죠."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입사 후 20년간 전송장치 운영 업무를 맡아 온 강 씨에게 지난해1월 뜬금없이 영업부서 발령이 났습니다.

<인터뷰> 강00(故 강 모 씨 처남) :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영업을 생전 안하던 사람인데 고등학교 동창회에 가서 실적 때문에 스마트폰 광고도 했고 죽기 바로 전날이죠. 금요일에도 세 개 정도 영업했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생소한 업무와 낯선 환경은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인터뷰> 이원준(동료) : "본인 적성과 잘 안 맞다 예전에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식의 말을 하셨던 걸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부서로의 갑작스런 발령과 업무 압박...

이것이 모두 KT 내 ‘직원 퇴출프로그램’에 의해 계획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반기룡('직원 퇴출 프로그램'주장/ 지난 4월 기자회견) : "메신저를 통해 부진인력 퇴출관리방안을 전달받았습니다.“

<부진인력 퇴출 관리 방안> 문건을 보면, 개인별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직원들의 퇴출을 계획적으로 진행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이런 문건이 지역국에서 작성된 건 맞지만 시행된 적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자신이 이 퇴출 프로그램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김옥희 씨.

20년 넘게 114 콜센터 업무를 해온 김 씨에게, 회사는 지난 2005년 전봇대를 오르내려야 하는 현장 개통 업무를 배당했습니다.

<녹취> 김옥희(前 KT 직원) : "KT에서 근무하면서 하도 시달리고 해서 잠을 못 자고 정신 잃고 쓰러졌거든요. 아직도 그
후유증으로 계속 약 먹고 있거든요. 우울증 약도 대학병원에서 6개월 이상 먹었죠."

얼마 안 가 회사는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지난 5월, 오랜 소송 끝에 해직무효 확정 판결을 받아냈지만 김 씨는 아직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녹취> 김옥희(前 KT 직원) : "많이 힘들고 지금도 너무 힘들어요.."

대량 인원감축이 단행된 지난 2009년 이후 숨진 직원은 모두 29명.

이 중 24명이 심장 질환이나 뇌출혈 등으로 인해 돌연사했고 자살한 사람은 5명입니다.

<인터뷰>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 : "KT가 유해작업장이나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장도 아니고 유해한 한경에서 일하는 곳이 아니란 말이죠. 그리고 돌아가신 이유가 대부분 돌연사 같은 점이라 해서 매우 높은 스트레스 이런 것과 연관이 있을 거라...."

새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KT는 일관되게 억측이라는 입장입니다.

15번째 사망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KT 홍보팀 직원 : "매번 직원 죽을 때마다 그 노조 쪽에서 계속 주장을 하고 있잖아요. 이게 회사 때문이라 고. 그런데 (기자님도) 모든 죽음이 정말 회사 때문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을 것 아니에요..."

KT 새 노조 측은 계속되고 있는 직원들이 죽음이 사측의 주장대로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로 인한 게 아닌지 객관적인 조사라도 받아보길 원합니다.

KT 내에서 더이상 사망이 잇따르지 않길 바랍니다.

입력시간 2011.11.22 (09:01)  최종수정 2011.11.22 (14:02)   류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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