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중간정산과 퇴직연금

요즘 퇴직금 중간정산과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회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부정적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좋은 점도 많을텐데 그런 점은 다른 분들이 지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첫째, 중간정산을 받는다는 것은 노후에 써야할 퇴직금을 미리 당겨쓰는 것입니다. 당장 빌린 돈을 갚거나 임금삭감에 따른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써야 한다면 개인의 의사결정이니 할 말은 없지만, 은퇴후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노년을 보내야 할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연봉이 앞으로 다시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후회스러운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다 신중히 결정해야겠습니다. 좀 더 부정적으로 본다면, 최근 임금삭감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 경영진이 생색내기용으로 중간정산을 유도 내지는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둘째, 만약 중간정산과 DC형(회사는 매년 일정 금액을 퇴직연금에 납부하고 노동자가 직접 운용방법을 결정, 자산운용 관련 위험을 노동자가 부담)을 선택하는 이유가 개인적인 재테크를 위한 것이라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각국이 돈을 풀면서 글로벌 과잉유동성 문제가 더 심각해졌고, 제로 금리에 묶여 있는 달러화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2차 자산버블이 팽창하고 있는 이때에 재테크에 퇴직금을 활용한다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안정된 노후를 생각한다면 자산운용 관련 위험을 회사가 맡도록 하는 DB형(회사가 직접 퇴직연금 운용방법을 결정하고, 퇴직자에게 사전에 정해진 퇴직연금을 지급)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DB 기금을 운용하는 기구의 독립성과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보다 확실히 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만약 (이유야 어쨌든) 많은 직원들이 중간정산과 DC형을 선택한다면 성실한 근무자세와 자기계발로 몸값을 올리고 노조의 성공적인 임금협상으로 연봉을 올리는데 신경쓰기 보다는 개인적인 재테크에 열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DB형의 경우 퇴직시 연봉이 중요한 변수이므로 직원 입장에서는 승진 등을 통해 연봉 상승에 노력하겠지만, DC형의 경우 근무기간중 재테크를 얼마나 잘 하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잠식시키고 노조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중산층이 부동산과 주식 등에 대한 재테크에 열중하는 상황이 다시 시작된다면 사회, 정치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내 상황을 보면 부동산 재개발 이슈로 한나라당이 지역선거에서 많은 정치적 지지표를 받았었고, 지금도 주가와 부동산가격 상승이 대통령 지지도로 연결되는 등 자산가격 거품 유지를 위한 중산충의 욕구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중산층이 가담한 재테크 열풍으로 자산가격 거품과 붕괴를 목격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최근 확산되고 있는 중간정산과 DC형 퇴직연금 도입의 부작용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중산층의 재테크 열풍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집단지성의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출처] 퇴직금 중간정산과 퇴직연금 도입 관련 몇가지 문제점|작성자 풀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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