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지급한 청와대, 석연찮은 태도

대포폰 지급한 청와대, 석연찮은 태도
한겨레 | 입력 2010.11.03 09:30





[한겨레] 대변인 "검찰 수사중…답변 부적절" 되풀이


청와대 관계자 "개인적으로 개설" 축소 급급

청와대가 이른바 '대포폰'(명의도용을 한 휴대전화) 문제를 두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휘발성 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그동안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연관성을 부인해왔다는 점에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2일 오후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 대포폰 관련 기자들의 질문이 16개 쏟아졌지만, 김 대변인은 "검찰이 수사중인데 청와대가 끼어들어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 출입기자를 통해서 충분히 취재를 하셨으면 한다"고도 했다. 가능하면 이 문제를 비켜가고 싶은 심경이 묻어난다.

그렇지만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의혹을 되레 키우고 있다. 지난 7월 특정 인맥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권력전횡 논란 때 청와대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과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을 자체 조사하고, 두 사람이 자진사퇴한 것과 견줘봐도 청와대의 태도는 석연치 않다.

최아무개 행정관이 대포폰을 언제, 어떤 용도로 만들어 총리실에 제공했는지가 청와대가 우선 답해야 할 부분이다. 고용노동부 출신인 최 행정관은 불법사찰 연루 의혹을 받은 이영호 전 비서관 시절부터 고용노사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포폰이 2008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민간인·정치인 불법사찰 및 청와대-총리실 연락 용도로 쓰인 것인지, 아니면 올해 들어 이 사건이 불거지자 사건 은폐용으로만 쓰인 것인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이석현 의원은 청와대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비밀통화를 할 목적으로 대포폰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포폰이 민간인 사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포폰의 존재와 총리실 지급 사실을 청와대의 어느 선까지, 언제 인지했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불법사찰의 윗선 규명과도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차명폰은 최 행정관이 업무 보안을 위해 개인적으로 만들어, 아는 사이인 총리실 직원에 빌려줬던 것으로 안다"고 말해, '개인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청와대가 대포폰을 5대나 만들어 지급했다는 이석현 의원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어느 한쪽은 거짓말이란 얘기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이영호 전 비서관, 장아무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최 행정관이 서로 고용노동부 또는 동향(포항)으로 엮인 사이란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이밖에 대포폰의 정확한 숫자와, 실제 명의자는 누구인지 등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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