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무엇이 문제였나
작성자: 글카피자 | 조회: 1371회 | 작성: 2008년 11월 18일 2:04 오전무엇보다 민영화이후 만들어낸 투명한 지배구조는 KT가 자랑하던 대표적 성과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아래 이사회를 독립시키고 사장과 이사회 의장 겸임을 금지했으며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 평가 및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상임위원회 등을 운영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CGS)가 선정한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평가대상 6000개 기업 중 1위를 차지했고 4년 연속 `우량+'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KT가 자랑하는 지배구조는 결과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CEO에 의존하게끔 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전체 이사의 70%(10명 중 7명)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CEO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사외이사들이 쓴소리를 하기보다는 사실상 CEO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KT 이사회 중에는 사장 외에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없기 때문에 내부에 건전한 견제 세력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남중수 사장은 사장 선임에 관한 정관을 개정,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사외이사 중심으로 바꾸고 사장선임 시기를 당겼다. 사추위는 구성된지 불과 20일만에 남 사장을 단독 추천하고 임기를 2011년까지 늘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남 사장이 재임하던 시기는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직인수위가 활동하던 때와 일치한다"며 "당시 인수위 내부에서는 재임을 강항한 남 사장을 손 봐야 한다는 얘기가 파다했던 것으로 안다"고 회상했다.
KT에 상존하는 `공기업 문화'는 KT의 본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KT 임직원들은 "밖에서는 아직도 우리를 공기업으로 안다"며 자조섞인 말을 하고 있지만 KT 스스로도 민간기업으로 혁신하기 위한 노력과 직원의 창의적 플레이는 부족했다. 인사를 앞두고 1~2개월씩 업무에 손 놓는 일은 다반사고 정치권과 공무원들이 `전문위원', `전무'등의 이름으로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일도 잦았다.
`내부 파벌과 투서'는 KT의 독특한 공기업 문화로 꼽힌다. 아직도 직원의 능력보다는 영호남 등 지역으로 구분하는 일이 잦고 출신 소속(재무, 기획 또는 기술파트)간 보이지 않는 힘 싸움이 있었다. 직원들은 자신의 능력부족을 탓하기보다는 환경의 불공정함을 탓하며 청와대, 국회는 물론 사정기관에까지 익명으로 보내지는 각종 투서들은 KT를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걸림돌이 됐다.
실제로 검찰의 남중수, 조영주 사장의 비리 수사 중 “A임원, B임원, C임원도 문제다”라는 식의 투서는 검찰 수사팀을 아연실색케 했다는 후문이다.
경영자는 3년 단임으로 1년의 실적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 계획을 마련할 수 없었다. 또 전화선을 매설하는데 감독하는 사람까지 3명이 총출동하는 등 비효율적인 인력구조도 아직 존재했다. 남중수 사장이 그나마 지난 2005년 CEO를 맡은 이후 회사 내외부의 지지를 받고 이 같은 관행을 뿌리 뽑고자 했으나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런 공기업 마인드는 주먹구구식 납품 구조로 이어졌다. KTF의 경우 중계기 납품 업체를 선정하면서 최저가 입찰제가 아닌 예정가 입찰제를 사용했다. KTF와 납품 업체가 짜고 입찰가를 선정하기 유리한 방식이다.
KT의 이 같은 약점을 이용, KT를 뒤흔들던 정치권은 `글로벌 KT'로 비상하려던 KT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았다. KT의 결정적 약점이 바로 `정치권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이다. SK그룹이 대주주가 되면서 SK텔레콤으로 변신한 한국이동통신과 달리 KT는 경영을 좌우할 만한 뚜렷한 대주주가 없기 때문에 각 정권 입장에서는 `1대 지분'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었다.
정치권에서는 "KT가 인사 해소의 황금어장"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따라서 `KT 사장 업무의 50%는 각종 민원 처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KT에는 청와대, 국회 등에서 오는 인사청탁, 협력사 납품청탁 등이 줄을 잇는다. 이 같은 관행이 이어져 최근에도 2~3명의 임원이 정치권의 입김으로 KT에 입사했다.
KT 사장은 외풍을 막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고 이 같은 `수요'는 결국 납품비리의 원인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체계적인 지원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없는 KT 사장으로서는 본인이 대부분의 업무를 책임지고 처리해야 할 수 밖에 없다"며 "때로는 경영자로, 때로는 로비스트로, 때로는 얼굴마담으로 사장 본인이 매번 뛰어야 하는 구조가 KT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출처] KT, 무엇이 문제였나|작성자 손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