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20년 사무직 전봇대 타게 하면 부당전직”

법원,"20년 사무직 전봇대 타게 하면 부당전직"

매일경제 | 입력 2010.05.26 10:43|

 회사가 20년 넘게 사무직으로 일한 직원을 기술직 인터넷 개통 업무로 바꾸는 것은 권리 남용이라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그동안 전보 등의 인사 발령을 원칙적으로 회사의 권한으로 봐 회사의 재량을 넓게 인정해왔다는 점에서 예외적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인형 부장판사)는 KT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전직 등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의 전보 처분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으려면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근로자의 생활에 지나치게 큰 불이익을 주지 말아야 한다"며 "KT가 2001년 직원 원모씨를 기술직으로 바꿨다가 쌍방 합의하에 다시 기술부서 내의 사무직으로 조정했던 점, 작년 원씨를 현장지원업무에서 현장개통업무로 변경 당시 20명의 고객서비스팀 직원 중 원씨만이 사무직렬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씨는 인터넷 개통을 위해 전봇대에 올라야 하는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을 고려할 때 이 전직은 상당한 생활상 불이익을 준다"며 "더군다나 KT의 인사규정에 따르면 전직 시에는 시험과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돼 있는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거나 원씨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씨는 1987년 행정직 6급 공채로 입사해 20여년간 사무직으로 근무해 왔으나 작년 2월 KT는 원씨를 고객서비스팀 사무실의 현장지원업무에서 인터넷 개통업무로 직무변경했다. 원씨는 부당한 전직이라며 3월 전북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고 같은해 5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부당 전직이라며 원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자 이번에는 KT가 "부당전직이 아니니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법원에 소장을 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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