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 성상납도 비리에 포함되는가요?






불법현장 들킨 KT '몰래KT'로 낙인

[머니투데이 신혜선기자][(종합)실적맞추려 무리한 가입자 유치가 화근...SK브로드 "1위 사업자의 치졸한 행위"]

SK브로드밴드가 자사의 가입자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KT 직원과 KT를 형사고발했다. 유선통신 시장에서 경쟁사를 형사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브로드밴드는 25일 "우리 고객을 빼앗기 위해 아파트 통신장비실(MDF실)에서 우리 가입자 전화번호를 몰래 수집하다가 들킨 것"이라며 "이토록 치졸한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가입자를 긁어모으고 있는 KT는 '올레KT'가 아니라 '몰래KT'"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KT 대구지역본부 직원들은 아파트 MDF실에서 SK브로드밴드 가입자 전화번호를 몰래 수집하다가 현장에서 SK브로드밴드 직원에게 들켰다.

아파트 단지내에 설치돼 있는 MDF는 각종 통신케이블들이 설치돼 있는 곳으로, 특정업체가 독점하지 않는 설비들이다. 때문에 언제나 접근이 가능해서 마음만 먹으면 이용자 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도 있다. KT 직원들은 바로 이 점을 악용해 MDF에서 SK브로드밴드 가입자 전화번호를 몰래 빼냈다.

KT 직원들은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SK브로드밴드 가입자 통신 포트에 연결한 뒤, 자신들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발신자번호(가입자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이번에 적발된 KT 직원들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똑같은 행위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SK브로드밴드는 "솔직히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불법 현금마케팅이 판치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경쟁사 고객 정보를 정확히 알아낸 후에 현금마케팅까지 결합하면 고객 뺏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통신시장의 맏형이라고 불리는 KT에서 왜 이런 범법행위가 벌어졌을까.

KT는 지난 6월 KTF와 합병 이후 과거보다 엄격한 실적 관리를 해왔다. KT 관계자는 "시장은 포화돼있는데 가입자 확보 목표가 너무 높아 실적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KT의 올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유치 실적에는 KT의 공격적인 실적 목표와 마케팅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4월 말 기준 KT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713만1000명으로 올해만 17만8000명 순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통합LG텔레콤은 7만7000명, SK브로드밴드는 1만2000명 순증 했을 뿐이다.

통상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는 그동안 1위 사업자인 KT보다 후발사업자들의 가입자 순증이 더 많았다. 이미 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KT의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해 후발사는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KT는 방어적인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분기 KT의 순증가입자는 3000명도 되지 않았다. 반면 통합LG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는 각각 10만4000명, 9만8000명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통합LG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각각 31만1000명, 30만3000명의 가입자를 늘렸지만 KT는 24만1000명밖에 가입자를 늘리지 못했다.

SK브로드밴드는 "1분기 실적에도 알 수 있듯 KT가 시장을 싹쓸이하겠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라면 범법행위도 저지를 수 있다는 KT 내부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현금)을 뿌린 만큼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데 이제 유선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조차 매출 기준 22%까지 늘릴 수 있게 됐으니 KT로 가입자가 쏠리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KT는 이번 사건에 대해 25일 "이번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직원은 지난해 말 영업직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이라고 밝혔다.

유선 통신 시장에서 처음 벌어진 형사고발 사건. 그 주인공은 KTF와 합병 후 '변화와 혁신'을 외쳐온 KT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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