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큰일

가입자 200만명 IPTV ‘속빈 강정’ 되나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이 서비스 시작 4년여 만에 가입자 200만 시대를 목전에 뒀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대형 통신사들의 대대적인 마케팅 덕분이다.

그러나 채널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막대한 돈을 주고 확보한 가입자들이 대부분인 데다 채널 부족과 IPTV 특유의 쌍방향 서비스가 먹통이어서 ‘속빈 강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SK브로드밴드, 통합LG텔레콤 등 통신 3사의 IPTV 가입자는 18일 기준 199만3353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가입자 수가 200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달 안에 200만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업체별로는 KT가 110만7240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케이블TV 가입자가 1500만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그나마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없었다면 200만 돌파도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손잡고 맞춤형 IPTV 교육 서비스를 실시키로 했다. 또 공공분야에서 IPTV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입자 증가는 ‘거북이 걸음’이다. ‘볼거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케이블TV는 난시청 해소 명분으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하지만 IPTV 업체들은 프로그램을 돈을 주고 사서 써야 한다. 드라마나 스포츠 같은 인기 프로그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케이블TV처럼 시청 가능 채널 수도 다양하지 않다. KT의 경우 인기 영화채널인 CGV를 볼 수 없다. 계약을 맺지 못해서다.

4년 전부터 SK브로드밴드를 이용해 IPTV를 시청하고 있는 구모씨(41)는 “케이블TV에서는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나 K-1 같은 인기 콘텐츠를 대부분 볼 수 있지만 IPTV에서는 구경조차 어렵다”면서 “드라마 선택 범위도 좁다”고 말했다.

IPTV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인 쌍방향 서비스도 거의 불가능하다. 드라마를 보다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이 마음에 들면 즉석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는 게 IPTV의 큰 장점이지만 지금은 서비스되지 않는다. 반쪽짜리인 셈이다.

이러다 보니 IPTV를 원해서 가입하는 이용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다 ‘덤’으로 가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 서비스를 원해서 가입하는 사람은 전체의 5%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신사들은 개방형 IPTV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아이폰의 앱스토어처럼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제작해 업체에 제공하면 이를 방영하는 시스템이다. 제작자들은 시청률에 따라 이익도 나눠 갖는다. 하지만 방송사나 전문 채널이 아닌 일반인이 제작한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IPTV 가입자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콘텐츠 개발 투자를 게을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가입자가 현 수준에서 정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