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망하듯 KT도 망하리라

보지 않고, 말하지 않고, 듣지 않는다.

토요타의 추락이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토요타를 배우자’ 며 ‘끊임 없는 혁신으로 토요타는 강해질 수 있었다’며 떠벌리던 각종 기업의 연구소들은 졸지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KT도 각종 교육을 통해 토요타의 혁신을 강조하고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변화와 혁신’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살지 않았던가!

그 토요타가 고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자동차 결함을 은폐해왔음이 속속 폭로되고 있으며 이제는 스스로의 존망이 위태로운 것은 물론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일본경제의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최근 주목할 만한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토요타의 어둠』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전(全)도요타자동차노조는 그 이름과는 달리 전혀 전체를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 이 노조의 조합원 수는 달랑 15명이라고 한다. ‘노조 같지 않은’ 기존의 토요타 노조에 대항해 2006년 조합원 15명으로 단출하게 출범한 ‘싸우는 노조’다.(참고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기업별 복수노조가 허용되어 있다) 이 노동조합의 와카쓰키 위원장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엄격하다기보다는 전체주의요, 파쇼다.” 토요타는 종업원들에게 ‘보지 않고, 말하지 않고, 듣지 않는다’는 이 3가지를 철저하게 수행했다고 한다. 회사가 내놓는 정보 이외엔 종업원들에게 다른 어떤 정보도 전달되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저한 정보통제는 물론 강압적인 탄압에 의해서 작동했다. 각종 행사를 통한 세뇌교육은 일상화되고 있고, 사적인 이메일은 금지되었다고 한다. 상사는 부하의 메일을 볼 수 있고, 부하 또한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사적으로 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회사 컴퓨터로 업무와 관계없는 사이트는 열람이 금지돼 있다. 실제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샀다가 3개월 동안 정직처분을 당한 사례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정보 통제의 결과는 어떤 것일까! 부품불량 등이 현장에서 걸러질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불량이 발견되어도 토요타는 이를 쉬쉬하면서 ‘서비스 캠페인’ 등이라고 불리는 수법으로 사실상 암개수(숨어서 개선작업)를 행하고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해왔다. 코스트가 높은 리콜을 교묘하게 회피한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불량부품으로 자동차를 만든 토요타가, 마치 서비스를 통해 자동차를 더 좋게 개선해주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철저한 정보통제 때문이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강압적인 내부의 정보통제였다.

토요타 리콜 사태가 터지자 모든 언론은 토요타의 정보통제가 문제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내부 통제야말로 KT 경영진에게도 아주 익숙한 경영수법 아닌가! 여전히 민원의 으뜸원인인 '정액제‘는 언젠가 ’토요타 리콜사태‘와 같이 계기만 주어지면 폭발할 원자폭탄 아니던가! 현재 토요타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서는 배상액이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회사 존립 자체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KT 노조 내부의 종업원에 대한 감시와 탄압은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노조 선거가 소통의 장이 아니라 직원들의 투표성향을 분류하여 고과와 인사배치에서 각종 차별을 주고 감시하는 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 아니던가! 민주적 현장활동가들을 탄압하고 어용노조 끼고 돌며 술마시면 마치 노사관계가 안정된 것처럼 자랑하고 다디던 KT의 노조관리 관행은 결코 토요타에 뒤지 않는 수준 아니겠는가!

이석채 회장이 얘기하는 변화와 혁신이 공허한 것이 아니기 위해서는, 노동착취와 탄압을 위한 것이 아니리 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 민주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 숨막힐 듯한 정보통제와 엄격한 상명하달의 기업문화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껏 경영진이 토요타의 허상을 보면서 변화와 혁신을 따라하자고 변죽만 울렸다면 이번 토요타 리콜사태를 보면서 내부 민주주의를 활성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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