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돌풍은 ‘대중의 반란’

[박경철의 눈]스마트폰 돌풍은 ‘대중의 반란’
2010 03/23위클리경향 867호
가위 스마트폰 돌풍이다. KT아이폰을 도입하면서 불어닥친 스마트폰 열풍이 IT 지형도를 빠르게 바꾸면서 스마트폰 사용자와 비사용자 사이에 ‘맹(盲)’ 논란까지 불러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스마트폰의 ‘확장성’에 대한 지지가 중심이다. 푸시 기능을 이용한 실시간 메일 검색이 가능한 데다 첨부 문서에 대한 확인이나 메일 보내기, 일정관리, 심지어 바코드 검색을 통한 가격 비교까지 등 기능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간과하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열풍이 신기술에 대한 열광이 아니라 ‘대중의 반란’이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특히 아이폰을 보면 두드러진 전자기술의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폰의 스펙은 오히려 초라하다.

그러나 대중은 거기에 뜨겁게 반응했다. 이유는 그동안의 기기들이 유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기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유저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필요하느냐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첨단기술을 앞세워 더 비싸고 부가가치가 높은 휴대전화를 만들어 팔 수 있을까만 고민한 것이다. 정작 이용자가 그것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은 세상을 흔들었다. 이유는 첫 번째로 애플이 사용자 편에 섰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편리한 기능이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불필요한 기능을 포기하더라도 더 실용적인 기능을 담기 위해 설계했다는 점이 달랐던 것이다. 심지어 애플 아이폰은 사용설명서라는 안내 책자조차 없다. 복잡한 휴대기기에 질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이라는 말만으로도 지레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이폰을 받아든 사용자들은 ‘직관적 사용’이라는 말의 의미를 처음 경험하게 됐다. 기기를 쳐다보고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실제 그렇게 작동한 것이다. 그 복잡하다는 스마트폰을 사용설명서 한 번 읽지 않고 자유자재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러자 아저씨들도 열광했다.

두 번째 이유는 ‘제조사 독재’로부터의 탈출이다. 사용자들은 지금까지 제조사가 넣어 준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만 사용할 수 있었다. 지정된 것만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 틀을 깼다. 사용자들이 필요한 기능을 마음대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것도 컴퓨터와의 연결도 없이 버튼 하나로 이 모든 것이 이뤄졌다. 인간의 지문처럼 기계는 모두 같은 것이지만 내용은 사용자마다 다른 휴대전화가 등장한 것이다. 사용자들이 비로소 주권을 되찾은 것이다.

아이폰의 경우 초성 검색의 불편함이 단점으로 지적되자 바로 초성 검색을 할 수 있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 즉시 초성 검색이 가능해지고, 배터리 교체의 어려움이 단점으로 부각되자 즉각 앙증맞은 휴대용 배터리가 나왔다.

물론 이제는 이것이 아이폰만의 기능이 아니라 모든 스마트폰에 구현되는 범용 기능이 됐지만 아이폰의 도입이 진군의 나팔이 된 것은 분명하다. 이로써 기술이 기계를 위해 복무하던 시대가 끝나고 인간을 위해 복무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것은 거대한 사건이자 지각변동이다. 모두가 필요한 것을 모두가 생산하는 진정한 넷 2.0의 세상이 휴대 공간에 열렸기 때문이다. 수직 시대에서 수평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고고성이 울려 퍼진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 전자산업에는 큰 메기 한 마리가 풀어졌다. 그동안 안주하던 살찐 미꾸라지들이 순발력을 길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삼성, LG에 있어 오히려 재앙이 아닌 축복이다. 아이폰 도입이 몇 년만 늦었더라면 우리나라 제조사들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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