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내정자가 대표 대행을 맡았던 박종욱 사장에게 오는 11월말까지 도와달란 얘기를 하면서 인사 및 조직개편이 12월로 밀릴 것이란 얘기가 있다

KT, 일감 몰아주기 감사·허수영업 단속···‘보여주기식’ 지적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3.08.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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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에도 ‘위법사항’ 없다던 윤리경영실, 돌연 감사 착수
일감몰아주기 핵심 피의자 신현옥 부사장은 제외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검찰이 황욱정 KDFS 대표를 구속기소하는 등 ‘KT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KT가 최근 계열사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 전 내부 문제제기를 외면한 KT가 ‘때늦은’ 감사에 나선 것을 두고, KT 내부에선 윤리경영실이 김영섭 차기 대표 내정자에 ‘성과 보여주기식 조사’에 나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KT는 ‘그룹사 임직원 대상 실적 독려 행위 금지’ 공지를 하는 등 전임 대표 체제에서 줄곧 지적받아 온 ‘허수영업’ 단속에도 나섰다.

23일 복수의 KT 관계자에 따르면 윤리경영실은 최근 부동산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로 도마에 오른 KT그룹의 시설관리(FM) 물량 배분 과정에 위법·부당한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일감몰아주기’ 없다더니 KT에스테이트 임직원 감사

통상 KT그룹 건물에 대한 FM 업무는 계열사 KT텔레캅이 담당한다. 당초 KT에스테이트가 해당 업무를 담당했지만, 구현모 전 대표가 취임한 해인 2020년 8월 계열사 KT텔레캅으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KT텔레캅은 2020년부터 최근까지 KDFS·KFnS·KSNC·Ksmate 등 4개 FM사에 대한 품질평가 기준을 매년 변경하고 KDFS(황욱정 대표, 지난 1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에 계약 내용에 어긋나는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지목된 회사다.

다만 판교 신사옥과 같은 일부 신축 건물의 FM 업무와 KT그룹 소유 호텔의 FM 업무 물량 배분은 여전히 KT에스테이트가 담당하고 있다. KT텔레캅이 기존 물량에 대해 현장 평가, 본사 평가, 고객 만족도,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매니저(PM) 평가 등 정성·정량적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등급)를 매겨 4개 FM사에 분배하는 것과 달리, 해당 물량은 KT에스테이트가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배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T에스테이트가 판교 신사옥 FM 물량과 지난해말 옛 명동 전화국 부지에 들어선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과 목시 서울 명동 호텔의 FM 업무를 KDFS에 배분하는 과정에 본사 차원의 개입 정황이 있단 의혹이 있다. 해당 물량 배분은 KT에스테이트 자산고객본부에서 FM사들에 결정을 통보하는데, KT 본사 그룹부동산단에서 사실상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해당 업무는 신현옥 부사장의 경영지원부문 산하 ‘안전보건담당’에서 담당했지만, 검찰 조사로 담당 임직원의 ‘배임수재’ 혐의가 불거지면서 경영기획부문 산하 그룹부동산단으로 이관됐다.

KT 윤리경영실은 KT에스테이트의 일감 배분 업무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과거 KT에스테이트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한 임직원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KT텔레캅으로 FM 사업을 넘기기 전 KT에스테이트에서 체결한 FM 업무 계약서 등 관련 자료도 들여다 보고 있다고 전해졌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의 핵심 피의자인 신 부사장과 일감 몰아주기 사건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KT텔레캅에 대한 조사는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 윤리경영실이 구 전 대표 체제하에서 불거진 사안에 대해 뒤늦은 감사에 나선 것을 두고 KT 안팎에선 김영섭 CEO 내정자에 ‘성과 보여주기식’ 감사 또는 전임 대표와의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감 몰아주기는 사건 초기부터 내부 임직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이는 묵살된 채 진행됐다. 예컨대 한 임원은 일감 배분 작업의 불합리성을 느끼고 ‘KT 본사 그룹경영실’에 직접 보고했다. 당시 KT 본사는 일감 몰아주기 작업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정 FM사가 KT 윤리경영실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별도 감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용하게 있던 윤리경영실에서 일감 몰아주기 관련자들을 불러서 조사하고 있다”며 “해당 사안을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계속 가만히 있다가 뒷북 조사에 나선 것 아니냐. 그렇게라도 해야 새로운 CEO 취임 후 면책이라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윤리경영실에서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아무 잘못이 없다며 가만히 있다가, CEO 내정자에게 잘 보이려고 쇼맨십으로 조사에 나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일감몰아주기 핵심 신 부사장 감사는 제외

특히 일감 몰아주기의 핵심 피의자인 신 부사장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의) 핵심인데 제외됐다”며 “김 내정자가 대표 대행을 맡았던 박종욱 사장에게 오는 11월말까지 도와달란 얘기를 하면서 인사 및 조직개편이 12월로 밀릴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인적 쇄신이 늦어지는 점을 우려했다.

아울러 KT 윤리경영실이 지난달 31일 주요 광역본부를 대상으로 ‘그룹사 임직원대상 실적 독려 행위 금지’ 관련 사항을 공지한 점도 확인됐다.

공지 내용에 따르면 KT는 KT서비스 남부·북부, KT is, KT cs, KT M&S 등 일부 계열사를 꼽으며 “모든 그룹사 임직원에게 KT 상품 실적을 요청하거나 부탁, 독려, 압박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특히 그룹사 임직원에게 자신의 명의로 불필요하게 KT의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 전 대표 체제에서‘허수경영’이란 지적을 받아 온 실적 부풀리기를 금지하겠단 것이다. 앞서 KT새노조,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등은 KT가 계열사 직원의 명의로 수십개의 인터넷, IPTV 회선을 가개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KT서비스 직원 명의 다회선 실태’ 자료에 따르면 구로·동작·안양지사 소속 직원은 인터넷 18개 회선과 TV 38개, 모바일 2회선을 개통했다. 의정부·구리지사에선 직원 한 명의 명의로 인터넷 13개 회선과 TV 40개 회선이 개통됐고, 인천지사에서도 한 직원이 인터넷 5개, TV 33개 회선을 개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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