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가 너무 더디다

 하청업체서 법카 받은 시기… 남중수 전 KT 대표, 본사 임원에 골프 접대

입력 2023.07.14 04:30

KDFS 특혜 핵심인 경영지원 임원 상대로
검찰, ‘이권 카르텔’에 남중수 개입 의심
‘키맨’ 황욱정 구속… 수사 급물살 탈 듯

서울중앙지검. 뉴시스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권 카르텔’ 정점 중 한 명으로 의심받는 남중수 전 KT 대표(2005~2008년 재임)의 골프 접대 제공 정황을 포착했다. 남 전 대표가 KT 핵심 임직원의 골프 비용을 대준 것인데, 그 시점은 그가 KT 하청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시기다. 따라서 검찰은 이 접대비 출처가 일감 특혜를 받은 하청업체의 회삿돈이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남 전 대표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KT 본사 임직원 등과 수차례 골프를 치고, 그 비용을 직접 결제한 정황을 파악했다. 15년 전 대표직을 물러난 퇴직 임원(OB)이 후배 현직 임직원들에게 돌아가며 골프 접대를 한 것이다.

문제는 접대 대상에 KT 경영지원부문 소속 임직원이 다수 포함된 점. 경영지원부문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핵심인 시설관리(FM) 사업을 총괄하는 곳이다. 이밖에 구현모 전 대표 재임 기간인 2020년 KT그룹의 FM 일감 발주 업무를 KT텔레캅에 이관한 KT에스테이트, 구 전 대표 선임 이후 일감이 늘어난 KDFS 등의 임원도 골프 접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접대 대상뿐 아니라 접대 시기도 유심히 보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는 남 전 대표가 황욱정(구속) KDFS 대표에게 고문료 및 법인카드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진 시기와 겹친다. 황 대표는 2021년 남 전 대표의 아내를 회사 고문으로 허위 기재한 뒤, 매달 300만~400만 원의 고문료와 법인카드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KDFS가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핵심 수혜 기업이라는 점에서, 남 전 대표가 KDFS 법인카드로 골프비 등을 결제하며 특혜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KT와의 관계를 유지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을 공유하는 ‘이권 카르텔’이 존재했다고 의심한다. 남 전 대표는 황 대표를 비롯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 핵심 피의자들과 긴밀한 관계다. 그는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돼 불명예 퇴진했지만, 현재까지도 KT 주요 임원들과 왕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지역본부에 있던 황 대표를 본부로 끌어온 것도 남 전 대표다. 남 전 대표의 구속수감 기간에는 황 대표가 옥바라지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대표는 구 전 대표의 재임 시절 여러 조언을 해준 정신적 멘토로도 통한다.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남 전 대표는 올해 3월 KT 퇴직 임직원들이 활동하는 동우회장에 선출됐다.

수사팀은 두 전직 대표(남중수·구현모)가 시설관리 하청업체 4곳 중 KDFS에 일감을 몰아주는 데 개입한 것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증가한 일감으로 황욱정 대표가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 일부를 뒷돈으로 제공받았다는 게 검찰이 품은 의심이다. 이와 관련 14일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황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핵심 키맨인 황 대표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검찰의 일감 몰아주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골프 접대 이유 등을 묻기 위해 남 전 대표에게 연락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KT 측도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해서는 확인이 어려움을 양해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강지수 기자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