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실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 아닐 수 없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의 요즘 처지가 그렇다는 얘기다. 안에서는 KT 직원들의 내부비리 폭로로 시끌벅적하고 밖에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으로 ‘연임’ 전선에 비상등이 켜진 형국이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서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을 때만 해도 구현모 대표에 대한 기대감은 자못 컸다. 황창규 전 회장의 첫 비서실장이자 최측근으로 꼽힌 구 대표는 통합 KT 출범 후 첫 내부 출신 CEO여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시선이 넘쳤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빛났다. KT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276억원, 영업이익 47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38.5% 증가한 수치다. 전 사업에서 선전하며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했고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기세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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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요즘 KT 내부가 심상찮다. 그동안 불협화음이 터지는 모양새다. 먼저 내우(內憂)다.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회사와 노조의 부조리를 고발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제1 노조와 사측의 부적절한 관계부터 여태까지 의혹으로 불거졌던 영업 압박들이 실재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자신을 ‘KT 본사 소속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며 “사측의 부조리함에 대해 고발하고자 한다”고 게시글 작성 취지를 밝혔다.

현재 해당 게시글에는 100명이 넘는 KT직원들이 “응원합니다”, “건전한 영업질서 모두 모두 재확립해야 합니다.”며 댓글을 통해 공감과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이미지 = 블라인드 캡처]

◇ KT 제 1노조는 어용노조?

게시글에 따르면 KT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고, 제 1노조는 투표 때마다 지지율 90%이상을 보이며 당선되고 있다. 글쓴이는 “높은 지지율 비결은 공정한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제 1노조는 선거 시 앞세웠던 공약과 노조원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사측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는 ‘어용 노조’라고 비판했다.

공정한 투표권 행사 방해 행위로는 △제 2노조 선거 유세 활동 방해 및 후보자 추천 못하도록 협박 △임단협 투표에 반대표를 넣으면 고과·승진에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며 압박 △오프라인 투표만을 실시해 조직별 개표 결과를 확인해 압박 △사측 선거 개입 등을 꼽았다.

한데 충격적인 것은 사측이 노골적으로 선거 개입을 했다는 주장이다.

특정 조직의 직책자가 신입 사원들에게 제 1노조에 투표하라 하고, 인당 5만원씩 사용하라며 법인 카드를 내주는 방식을 동원됐다는 것이다.

KT새노조 측은 “KT측은 과거 노조 선거에 개입한 전력이 있다”며 “선거 개입 의혹은 이전 사례로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미지 = 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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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 관련 및 각종 압박

KT사측의 직원들을 향한 압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업관련 압박으로는 네트워크 직무를 가진 직원에게 월 65만원 비용이 발생하는 AI 서빙 로봇 영업과 5G 상용화 시 직원에게 5G 단말 영업 강요 및 줄 세우기를 했다는 것. 직원명의로 올레티비탭 판매 강매를 유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회사 주식 지급 시 의무 보유는 선택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요하고, 노조 회비 사용내역도 미공개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회사 임원들이나 기타 직책자들은 KT 통신기술을 활용해 직원이 블라인드와 같은 커뮤니티에 어떤 글을 작성했는지 알 수 있다며 공포심리를 조성한다고 비판을 가했다.

KT새노조 측은 “엔지니어들에게조차 판매를 시키고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구현모 대표 취임 후 이런 현상이 특히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KT측은 “영업 강요를 한 적은 없다”며 해당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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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현모 대표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

이번에는 외환(外患)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KT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 사건과 관련해 KT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소환 조사하는 등 사실상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황창규 전 회장과 구현모 현 대표 등 KT 윗선 조사까지 끝냈지만, 가담 정도에 따른 처벌 여부와 수위에 대한 의견이 달라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임직원을 모두 조사한 뒤 최종 결론을 내기로 방침을 정한 까닭이다.

이들은 2014~2018년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이를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11억50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 원의 불법 후원금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사진 = 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사진 = 연합뉴스]

KT새노조 측은 지난 7월 “이사회는 ESG 경영을 다짐하는 차윈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구현모 대표가 기소될 경우 즉각 해임할 것임을 분명히 약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KT 관계자는 “역대급 어닝서프라이즈를 맞은 가운데 직원들 연봉 삭감 수준의 임단협을 내놓은 것을 보면 구현모 대표의 연임 의지는 엄청난 것 같다”고 전했다.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가 구현모 대표의 연임 전선에 빨간불을 켤지는 두고 볼 일이다.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 기업, 매출과 이익이 쑥쑥 자라는 기업, 임직원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

구현모 대표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 후 사내 방송을 통해 한 말이다. KT가 ‘임직원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이 됐거나 아니면 되고는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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