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퇴출 구조 마련에 나선 회사의 2009 임금협상 전략

상시퇴출 구조 마련에 나선 회사의 2009 임금협상 전략

 

통상 노조는 단체교섭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다. 정세분석과 조합원 여론에 근거해서 많은 요구안을 던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2009 임금교섭에 임하는 KT노조의 요구는 말 그대로 단순 무식의 극치다.  동결이 요구의 전부다. 경제위기  합병이라는 KT 노동자의 삶의 근본적 변화 시기에 임금동결 이외에 어떤 주장도 못하고 있는 꼴이다.

 

반면 회사는 집요할 정도로 임금구조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연봉제, 성과급제 등 정신 못 차리게 많은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단단히 준비한 티가 난다.  경제위기와 합병이라는 계기를 활용하여 임금구조를 바꾸겠다는 집요함이 엿보인다.

 

이번 임단협을 통해 회사는 반드시 인사고과와 임금을 연동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즉 지금처럼 인사고과가 단순히 승진 때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급여를 결정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사고과-임금 연동에 대해, 회사는 KT의 정체된 분위기는 일을 열심히 하나, 안 하나는 똑 같은 월급을 받기 때문라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정체의 원인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기투자와 상품개발보다는 단기적 비용절감, 그 중에서도 인건비 동결과 투자동결이라는 근시안적 경영에 집착한 결과이다.

 

그리고 지금 회사가 인사고과와 임금을 연동시키려는 것도 능력있는 사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고참 노동자들에 대한 명퇴압박의 새로운 수단을 만들려는 것이다. 즉 임금과 인사고과가 연동되면, 회사는 고참 노동자들에게 최고등급의 인사고과를 줘서 퇴직금(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 급여로 결정된다)을 조금 더 많이 받게 해줄 테니 지금 명퇴해라. 지금 안 나가면 최하등급을 받아 임금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며 회유와 협박할 유력한 수단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결국 회사는 임금동결이라는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주면서 인사와 임금을 연동하려는 시스템을  얻으려 할지 모른다. 이렇게 된다면 겉으로는 노조의 성과인 듯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회사의 완승이 될 것이다. 이른바 베비붐 세대(57~63년 출생자)가 명퇴 대상자로 내몰리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회사가 임금과 인사고과를 연동하자는 안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대학생자녀 학자금 감축, 임금피크제 등과 더불어 회사의 2009 임단협은 베비붐 세대를 위한 상시퇴출 구조 마련 작업이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위 글은 http://blog.paran.com/allnewkt에서 퍼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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