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민노총 탈퇴 바람

2009년 들어 각 개별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바람이 거세게 분 가운데, ‘쌍용차 옥쇄파업’의 사실상 실패로 인해 이러한 바람이 하반기에 더 거세게 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인천지하철, 그랜드힐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굵직한 노조들이 민주노총의 품을 떠났다. 한국컨테이너부두 공단노조는 가입 1년만에 민주노총 울타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갔다. ‘공룡’ KT노조도 7월 17일 민주노총과 갈라섰다.

◆도움 아닌 독?

이들은 대체로 상급단체 가입이 노조에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위단체 가입이 개별적 노조의 노동권 보장·복리 증진보다는 정치적 파업 논란이 있는 행사에 박자를 맞추게 되는 주객전도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쌍용차 사태를 기점으로,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에 기대는 강성 일변도의 노동 운동이 오히려 노조에 ‘득’ 보다 ‘화’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해석도 새롭게 나오고 있다.

쌍용차 노조의 파업은 민주노총 등 ‘외부 세력’이 10여명선에서 노조원들과 함께 구속되는 등의 ‘전쟁’에도 불구, 사실상 노조측 패배로 끝났다. 오히려 경찰이 민주노총과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5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등 후환까지 닥쳤다. 쌍용차 법정관리인 측이 민주노총 탈퇴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도 스스로 요란하되 실속은 없는 민주노총으로부터 벗어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한 검토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소박한 노조’ 벤치마킹 붐

더욱이 현대차노조 위원장이 사퇴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측과 낯을 붉힌 사례까지 구설수에 올랐다. 현대차 정 모 위원장은 자신의 결단에 대해 상위단체인 금속노조측이 정부의 압력 등 음모론을 제기한 데 대해 명예훼손으로 관계자를 고소했다.

상위단체가 개별노조 지도자의 행동에 자의적 판단으로 평가발언을 한 꼴인 이 사건은 많은 노동계 인사들의 우려를 샀다. 이런 가운데, 먼저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들의 행보는 민주노총에 잔존하는 노조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파업이 극심했던 코오롱 노조가 민주노총 탈퇴 후 구미지역에서 인기가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부각되고, 이달 들어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 탈퇴를 통해 해마다 적립해온 조합비로 평생종합휴양소 건립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렇게 상급노조가 없이도 오히려 회사 측과 상생을 도모하면서 즐겁게 사는 노조들이 나오고 있는 점에서 탈민주노총의 바람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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