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수상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①

[취재파일] KT의 수상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①

KT 좌지우지 ‘미방위’에 19대, 20대 후원금 최다 확인돼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8.07.17 16:03

 

지난 1월 31일 KT 전격 압수수색. 4월 17일 KT 황창규 회장 소환. 6월 18일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5명 구속영장 신청. 경찰은 KT가 소위 ‘상품권 깡’을 통해 조성한 돈 중 4억4천여만 원을 전·현직 국회의원 97명과 20대 국회의원 후보자 2명 등 모두 99명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KT가 임직원 명의로 자금을 소액으로 나눠, 즉 ‘쪼개기 후원’을 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

주요 수사 국면마다 광화문(KT 지사가 있는 곳)은 들썩였는데 정작 여의도(국회의원 있는 곳)는 잠잠했다. 정치 후원금에 연루된 국회의원이 역대 최다인 사건. 하지만 각 당은 그 흔한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자신들에게까지 도달하지 못할 거란 자신감 때문일까. 아니면 괜히 나섰다가 불똥이 먼저 튀겠다 싶은 걱정 때문일까. 여의도의 침묵에 발 맞춰 경찰 역시 후원금 수수 의원 명단을 철저히 보안에 부쳐왔다. 마치 세상에 공개해서는 안 될 비밀문서처럼.

KT의 ‘정치후원금 내역서(이하 후원금 내역서)’를 입수한 뒤 취재진은 고민에 빠졌다. 보도의 당위성은 충분히 컸지만 비보도 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없진 않았다. KT가 과연 어느 당 어느 의원에게 얼마씩을 건넸는지, KT와 연관된 국회 상임위에 실제 후원금이 더 집중됐는지, 이를 통해 후원금이 의원들의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준 건 아닌지는 당위성의 영역이다. 반면, KT의 돈인지 모르고 받은 정말 ‘억울한’ 의원은 없는지가 최대 고민거리였다.

사내 변호사와 여러 차례 토론을 가졌고, 상당 기간 형사 재판부를 관장했던 판사에게도 자문한 결과 후원금 내역서를 봉인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내역서가 사실을 담고 있을 것, 의원들의 해명을 충분히 들어줄 것 등 두 가지 전제를 담보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거의 3주 동안 국회에 살면서 검증에 검증을 거친 끝에 두 전제를 충족시켰다. 국민은 KT의 ‘쪼개기 후원금’을 어느 의원이 얼마나 받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원 대부분의 주장대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후원금이라면 의원들 역시 하등에 반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14일 <국회의원 97명과 KT의 ‘검은 돈’>이라는 제목으로 KT의 후원금을 받은 의원 전체 명단이 SBS 뉴스토리를 통해 처음 공개된 배경이다.

● KT 후원금 1천만 원 이상 받은 의원 8명

 

▲ KT ‘정치후원금 내역서’ (19, 20대)

 

의원들의 명단은 편의를 위해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경찰이 발표한 의원 수(99명)와 취재진이 확인한 의원 수(97명)가 다른 이유는 99명 중 2명(손수조, 이건영)은 의원이었던 적이 없어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당명과 소속 상임위는 KT가 후원금을 보낼 당시 기준으로 정리했다. KT 후원금이 1천만 이상 들어간 의원은 8명. 금액별로 보면 권성동·조해진 의원 (각 1,500만 원), 유의동 의원(1,400만 원), 우상호 의원(1,300만 원), 김경진 의원(1,150만 원), 박홍근·이학영 의원(각 1,100만 원), 이재영 의원(1,000만 원) 순이다.

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20대 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전직 의원도 3명 후원금 명단에 포함돼 있다. 권영세 전 의원(500만 원), 박종희 전 의원(100만 원), 안형환 전 의원(200만 원)이 그들이다. 의원이었던 적은 없지만 20대 선거에 돌풍을 일으키며 국회의원 후보로 올라온 이들도 2명 포함돼 있다. 손수조 전 후보(200만 원), 이건영 전 후보(100만 원)다.

▲ KT ‘정치후원금’ 반환한 의원

KT 후원금을 반환한 의원들도 있었다. 99명 중 18명. 그중 7명은 전액을, 나머지는 일부 반환했다. 전액 반환한 의원은 문미옥(사퇴) 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300만 원), 신경민 의원(300만 원), 윤종오(상실) 전 의원(300만 원), 전해철 의원(500만 원), 지상욱 의원(500만 원), 최명길(상실) 전 의원(200만 원), 최운열 의원(500만 원) 등이다. 이 가운데 신 의원은 10만 원 단위로 들어온 후원금까지 모두 돌려보낸 걸로 나왔다.

일부 반환한 의원은 김광림 의원(900만 원 중 500만 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500만 원 중 290만 원), 김용태 의원(500만 원 중 400만 원), 김종석 의원(500만 원 중 200만 원), 김한표 의원(400만 원 중 300만 원), 박민식 의원(700만 원 중 200만 원), 박지원 의원(500만 원 중 200만 원), 박홍근 의원(1,100만 원 중 100만 원), 유의동 의원(1,400만 원 중 200만 원), 이채익 의원(900만 원 중 800만 원), 조해진 의원(1,500만 원 중 200만 원) 등이다.

의원들이 KT의 후원금인지 알고 받았는지, 왜 전액 혹은 일부를 반환했는지에 대한 의원들의 설명은 이어지는 취재파일에서 다룰 예정이다.

● 19대, 20대 후원금 1위는 ‘미방위’

▲ KT ‘정치후원금 내역서’ 中 상임위 별 도표

KT는 19대와 20대 연속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이하 미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가장 많이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19대 18명, 20대 20명으로 나왔는데, 예결산위나 보건복지 소속 의원들에게는 한 명도 후원하지 않은 것과는 선명하게 대조된다. 미방위 다음으로 KT의 후원금이 많이 들어간 상임위는 정무위다. 19대 7명, 20대는 12명에게 보냈다.

KT의 후원금이 흘러간 시기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9월까지. 2014년~2015년엔 KT의 신규 가입자 모집에 장애가 됐던 ‘합산규제법’이 3년 일몰제로 통과됐다. KT로선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었다. 2015년~2016년엔 KT에게는 악재에 해당하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문제가 대두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두 사안 모두 미방위에서 다뤘다. 비슷한 시기 정무위에서는 KT가 대주주인 K뱅크와 관련된 은행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인터넷 뱅크에 대한 각종 규제를 시중 은행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게 KT의 주장이었다.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후원금이 집중되는 곳마다 KT의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게 우연만은 아니라고 의심하는 것이다.

경찰은 최근 후원금의 대가성이 특히 의심되는 의원실의 후원금 담당 보좌관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후원회 계좌에 ‘쪼개기’로 들어온 돈이 KT 법인 돈인 줄 사전에 알았는지, KT에 유리한 방향으로 어떤 관여나 결정을 한 건 아닌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849136&plink=ORI&cooper=DAUM&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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