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투쟁 중심 노동운동 큰 타격

■ KT노조 민노총 탈퇴

탈퇴 러시땐 조직축소 위기

IT산업연맹은 와해상황까지

"새로운 정책기조 표방 필요"

KT 노조가 17일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함에 따라 민노총은 조직과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KT 노조는 조합원이 3만여명으로 민노총 산하 기업노조 가운데 세번째로 큰 조직이다. 이번 탈퇴로 민노총은 조직 규모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다른 산하 노조의 추가 탈퇴까지 염려해야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당장 KT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IT산업연맹은 조직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KT 노조가 빠져나가면서 조직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IT산업연맹은 전체 조합원이 3만7,000여명(노동부 추산)으로 KT 조합원을 빼면 7,000명밖에 남지 않는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21일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힐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노총은 KT 노조의 탈퇴에 대해 애써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있지만 혹시나 이번 일로 산하 노조들의 탈퇴 러시가 재연될까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민노총은 올 상반기에만 인천지하철ㆍ인천국제공항공사 등 10여개의 산하 노조들이 잇따라 탈퇴하면서 한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민노총이 KT 노조의 탈퇴와 관련해 “상급단체의 가입과 탈퇴는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선택에 달린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도 이번 일로 산하 노조들의 탈퇴 러시가 재연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민주노총의 전체 조합원 수는 65만8,118명(2008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반면 미가맹 노조는 28만2,666명으로 2002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민노총으로서는 KT 노조의 탈퇴 불똥이 산하 노조의 도미노 탈퇴로 이어지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노총은 이번 KT 노조의 탈퇴로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에는 산하노조들이 줄지어 연맹을 탈퇴한 데 이어 정권퇴진운동까지 내세우며 총력을 기울인 하투마저 산별연맹들의 외면으로 유명무실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총 내 3대 기업노조 가운데 하나인 KT 노조의 탈퇴는 흔들리는 민노총의 리더십을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KT 노조의 탈퇴는 단순히 규모뿐만 아니라 상징성도 크다”며 “이는 민노총의 운동노선과 산하 조직에 대한 정책적 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노총이 변화한 노동상황에 맞는 새 노선과 정책기조를 표방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일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승철 민노총 대변인은 “정치 투쟁을 그만두고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방기하겠다는 뜻으로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며 “정치투쟁을 나쁘다고만 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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