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북미정상회담 정세전망과 투쟁방향

  • 김승호
  • 승인 2018.06.04 08:00

▲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북한과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1945년부터 70년 이상 대립했다. 48년 한반도 남쪽에 친미 분단정부가 수립됨으로써 적대적으로 된 후 50~53년 이른바 ‘한국전쟁’을 거치며 철천지원수가 됐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시달리던 북한이 억지력 차원에서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탄 실험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선제 핵공격 위협(미국)과 미 본토 핵타격 위협(북한)을 주고받으면서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 두 나라 정상은 금년 초 “내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다”느니 “내 핵단추가 더 크고 강력하다”느니 하면서 험악한 말을 주고받았다.

북미정상회담과 그 이후 사건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동안 진행된 추세대로라면,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에 빅딜이 이뤄져 북한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고,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체제보장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큰 틀에서 합의되고, 구체적 이행조치가 실행될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며, 얼마나 불가역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인지는 단정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그것이 어려운 것은 우리의 예측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두 정상이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기 때문도 아니다. 역사적인 사건은 원래 예측이 불가능하다. 역사에 철의 법칙이 관철된다고 해서 매개의 역사적 과정을 족집게처럼 예측할 수는 없다. 관련된 경향법칙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사태 추이를 내다볼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이런 한계를 전제로 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이후를 전망해 보는 것은 실천적으로 긴요하다. 그러한 정세전망을 바탕으로 이 중차대한 역사적 국면에서 노동계급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에 근거해 과감하게 결단하고 행동해야 할 터이기 때문이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말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과연 이뤄질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월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직후 기자들에게 “김영철 부위원장과 한국전쟁 종전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북미회담에서 종전에 대해 무언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역사적으로 그것(종전 선언)은 매우 중요하다. 지켜보겠다. 우리는 한국전쟁 종전을 논의했다. 우리가 이를 논의하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 정도라면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조만간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로 순조롭게 이어질 것인가. 이 지점은 매우 불투명하다. 평화협정은 그냥 말이나 글로써 ‘선언’하는 차원이 아니라 구속력을 가진 ‘협정’이다. 협정이 협정답게 구속력을 가지려면 각 나라 정상의 결단만으로는 안되고 각각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이런 비준을 받아 내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상당한 비핵화 이행조치를 받아 내야 할 것이다. 또 이런 비핵화 이행조치를 받아 내려면 북한의 체제안전에 관해 상당한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대북 군사훈련 전면 중지 같은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미국은 북미 제네바합의(94년) 이행을 위해 95년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지한 전례가 있다. 어쩌면 그 이상의 조치로서 대북 공격용 주한미군의 상당한 감축이 이뤄질 수도 있다.

거기에다 평화협정 체결이 문제가 될 때에는 한국전쟁 당사자이자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이 함께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때 중국은 자신을 겨냥하는 주한미군 배치나 역할을 문제 삼을 것이다.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한다든지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일본은 반대로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를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현상유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종전선언이 북한과 미국 두 정상의 ‘과감한’ 결단으로 성사될 수 있는 문제라면, 평화협정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군사적 현상변경과 정치적 조치가 수반돼야만 한다. 북한과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 같은 ‘한반도 문제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변 강대국들이 개입하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 북미수교 문제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이탈리아 혁명가 그람시가 말했던 “지성적으로는 비관적으로, 의지적으로는 낙관적으로”라는 경구를 생각하게 한다. 미·일 제국주의는 강대국 자본주의로서 사회주의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 쿠바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보라! 더불어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미 제국주의는 자신의 세계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북아시아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 해당 지역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키고 수시로 군사력을 과시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이를 위해 필수적이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주한미군도 감축 없이 현 수준의 전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를 통한 공고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에 도달함으로써 조성된 현재의 역관계만 가지고는 성공을 낙관할 수 없다. 무언가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그 알파는 남한 노동계급이 미 제국주의가 더 이상 이 땅을 자신의 군사기지로 강점하지 못하도록 거대하게 떨쳐나서는 것이다. 그런 투쟁이 있어야 공고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됨과 동시에 민족적 해방이 앞당겨진다. 그것은 사회적 해방과 맞물려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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