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勞)·사(使)가 통신시장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KT 노조가 오는 1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갖고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하기로 했다. KT 노조는 조합원 2만9000명으로, 민노총 가입 노조 중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투표에서 탈퇴가 가결되면 민노총 산하 IT연맹이 사실상 붕괴하게 되는 것을 비롯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KT 노조는 성명서에서 "민노총은 과도한 정치투쟁과 내부 정파(政派) 싸움으로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해왔다"고 민노총 탈퇴 추진 이유를 밝혔다. 올 들어 민주노총을 떠난 인천지하철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영진약품 등과 똑같은 이유다. 민노총이 공공기관 개혁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같은 정치적 이슈에 매달려 총파업을 남발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민노총의 정치투쟁 노선이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조합원들의 일자리만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KT는 지난 6월 자회사 KTF와 합병하면서 매출액 19조원의 거대 통신업체로 다시 태어났다. 경쟁사인 SK통신계열(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연 매출 13조원을 50%나 웃돈다. 그러나 SK통신계열 직원 수가 4500명인 데 비해 KT는 3만8000여명으로 8배를 넘는다. KT 직원 한 명당 생산성이 SK의 4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KT가 사실상 독점해온 유선전화사업이 이동통신과 인터넷 전화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에만 집전화 가입자가 10만명 넘게 줄었고 매출액도 감소세다. KT 직원의 90%가 바로 그런 사양산업 부문에 몰려 있다.

올 들어 KT가 KTF와 합병해 유·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내부 인사·감찰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그러나 국내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집전화는 물론, 이동통신 가입자도 더 늘어날 여지가 별로 없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IPTV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전망도 아직 불투명하다. 노사가 힘을 합쳐 KT가 국내·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는 구조조정의 매운 칼바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 노조가 지금처럼 민노총의 정치투쟁 노선에 갇혀 있는 한,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래서 노사 갈등과 대립만을 부추기는 민노총에 등을 돌린 것이다. 그것은 한국 노동운동의 살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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