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노동운동의 트랜드이다

현대차 "더이상 금속노조에 끌려갈 수 없다"
노조집행부 사퇴한 현대차 울산공장 가보니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 집회장은 현수막만 걸려 있고 사람도 없이 썰렁하게 비어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5월 28일 임ㆍ단협 출정식을 하고 지금까지 사측과 10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최근 집행부 사퇴로 논의가 중단됐다.
지난 3일 찾아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은 평상시와 달리 한적했다. 최근 집행부 사퇴로 임ㆍ단협이 미뤄진 데다 4일 서울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 참석을 위해 집행부 인사가 대거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울산공장에서 만난 조합원 A씨는 "우리는 올해 임ㆍ단협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만날 다른 회사 파업투쟁에 동참해야 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1일 현대차 현장조직 중 하나인 `낮은 소리들의 모임(낮소모)`이 금속노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불거졌다. 낮소모는 `금속노조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금속노조는)노조 주인인 조합원들 요구와 기대는 간데없고 오직 전국 조직을 장악해 집권야욕만 불태워왔다"며 "현대차노조만 정치적 파업을 하고 나머지 사업장은 파업 없이 슬그머니 타협해 항상 우리 조합원들만 피해를 보았다"고 지적했다. 새 집행부 구성을 앞둔 현대차 조합원들의 불만의 골자는 2007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뒤 무슨 이익을 봤느냐 하는 것이다.

3공장 조합원 B씨는 "금속노조에 연간 103억원의 조합비를 올리면 그쪽이 48억여 원(46%)을 갖고, 우리가 나머지를 타서 쓰는 구조"라며 "우리 조합원 복지에 쓸 돈이 금속노조로 흘러가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오는 13일로 예정된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가 지역지부인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차지회`로 변경되면 금속노조에 내는 비용은 60%로 높아질 전망이다. B씨는 "현대차라는 기업지부가 지역지부로 바뀌면 울산지부에도 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비용은 40%에 그친다"고 말했다.

울산지부에 속하게 되면 각종 파업에 동원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염려도 제기한다. 5공장에서 일하는 C씨는 "남의 파업에 끼어들어 현대차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말고 이제는 우리의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자동차업계가 가장 큰 수혜를 입는데 금속노조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집회에 나선다는 것은 진짜 희한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 때문에 울산공장 내에서는 이번 기회에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는 과격한 목소리도 들린다. 탈퇴를 위해서는 총회에서 조합원 투표를 통해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탈퇴세력을 결집하기가 쉽지 않고, 노조에서 매도될까 두려워 실현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부 인사는 금속노조 탈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현대차 새 집행부 선거를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합원 D씨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할 말을 다하고, 현대차 조합원 실리를 내세우는 후보에게 표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30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지만 오는 14일까지 파업보다는 사측과 임금교섭에 충실히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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