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주총회, 주주들 “범죄자 황창규 구속” 반발

23일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황창규 회장 구속 처벌’이라고 적힌 푯말을 든 주주가 항의하고 있다.
23일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황창규 회장 구속 처벌’이라고 적힌 푯말을 든 주주가 항의하고 있다.ⓒ민중의소리

KT 주주총회 현장이 “범죄자 황창규는 퇴진하라”는 고함으로 얼룩졌다. 의장으로 나선 황창규 회장은 항의하는 주주들의 반발을 뒤로 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논란이 됐던 지배구조 변경, 청와대 출신 이사 선임 등 5개 주요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KT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장은 황창규 회장의 경영 행태에 반발하는 주주들의 항의가 시종일관 이어졌다.

주주들은 황창규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퇴진을 요구했다. 황 회장은 회사의 공금으로 구입한 상품권을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으로 현금화해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내달 중 황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일부 주주들은 “소환을 앞둔 범죄자 황창규가 어떻게 주주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의장이 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30여명의 주주들은 ‘황창규 구속 처벌’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주총 내내 일어서서 항의했다.

발언에 나선 한 주주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창규 회장이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 책임을 져야한다”며 “KT 회장으로서 회사와 구성원, 그리고 주주를 사랑한다면 책임 지고 용퇴하라”고 요구했다. 주주들의 요구에 황 회장은 “수사 중인데다 주주총회와 관련 없는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23일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주주들이 황창규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3일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주주들이 황창규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주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황창규 회장은 차례차례 의결사항을 처리했다. 제36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이 상정돼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에 따라 배당금은 전년 대비 200원 증가한 주당 1,000원으로 확정됐다.

회장-이사회의 권한과 담합 구조를 더욱 강화시켰다는 지적이 일었던 지배구조 개편안도 이날 주총에서 확정됐다.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 및 이사회로 분산해 ‘회장후보 심사대상자 선정→심사→회장후보 확정’의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이 개편안의 골자다. KT는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 하겠다”는 명분으로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이사회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나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경력으로 논란이 된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의 사외이사 선임안 역시 통과됐다. 사내이사에는 KT 경영기획부문장 구현모 사장,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이 선임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65억원으로 확정됐다.

KT 황창규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KT는 평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내년 3월 5G 서비스 상용화를 완벽하게 이뤄내겠다”며 “5G뿐 아니라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글로벌 플랫폼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23일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황창규 회장이 의사봉을 내리치고 있다.
23일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황창규 회장이 의사봉을 내리치고 있다.ⓒ제공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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