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부정선거, 이대로 괜찮습니까?

매출액 22조7천억 원, 영업이익 1조4천억 원에 순이익이 8천억 원에 육박하는 대기업, 2014년 세계 통신브랜드 평가 33위로 당시 자산가치만 5조 원. 국내 굴지의 통신사 KT를 설명하는 숫자들이다.

통신기업의 수익이 국토 면적과 인구에 비례한다고 보면 미국에서도 좁은 편에 속하는 인디애나주(51개 주 중 40위쯤) 넓이에 불과한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라고 보기 힘든 성적이다. IT 강국을 이끌어온 KT의 빛나는 기술력이 만들어낸 성적이다.

2014년 당시 순위를 평가한 영국의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 평가 기관 ‘브랜드 파이낸스’의 CEO 데이비드 하이가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기업 KT는 한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통신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통신 서비스 말고 KT가 잘하는 게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노무관리다. KT의 노무관리야말로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다. 대게 회사 노무팀은 노동조합과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한 발 더 나간다면 일부 친 사용자 성향의 대의원이나 노조 간부를 포섭해 노조 결정에 입김을 행사하는 정도다.

하지만 KT는 다르다. 창의적으로 노조를 세우고 역동적으로 관리한다. 회사가 ‘말 잘 듣는’ 위원장을 공천하고 관리자들이 선거운동원이 되어서 직원들을 겁박해 투표를 강요한다. 회사가 공천한 후보가 투표에서 받은 득표율로 관리자들의 인사고과가 정해지고 당선되지 않으면 과장과 부장 등 중간 관리자는 물론 임원까지 경질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KT에서 다시 선거가 시작됐다. 지난 1일부터다. 3일간의 노동조합 위원장 후보등록이 끝나면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거쳐 오는 17일 투표가 진행된다.

‘노조를 노조답게’

사측으로부터 공천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기호 1번 김해관 후보의 구호다. 김해관 후보는 ‘어용노조’로 악명이 높은 역대 KT노조 핵심 간부를 두루 거쳤다. 1991년부터 노동조합 간부를 했으니 그 자신이 바로 어용노조다. 그런 후보가 ‘노조를 노조답게’라는 구호를 외치다니 그 뻔뻔함에 기가 찰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대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김해관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민주노조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후보 추천을 방해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래도 되는 걸까? 한국사회가 이 명백한 부당 노동행위, 부정선거를 그대로 지켜봐도 좋은 걸까?

다행히 막을 방법은 있다. 이미 KT 황창규 회장은 고용노동부에 고발돼있다.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점검하면 부정선거는 막을 수 있다. 검찰도 움직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부역한 황창규 회장 수사를 본격화 하면 충분한 압박이 된다. 경찰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노조 부패 사건을 정식 수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

KT에서 벌어지는 부정선거를 막는 일은 비단 1만8천여 명의 KT 직원만을 위한 일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 깊이 박혀있는 비뚤어진 노사적폐를 해소하는 일이고 우리 곁에 한 발 더 다가온 민주주의를 일터에 뿌리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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