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일변도 노동운동에 변화 물결 -상생의 길

[프라임경제 펌] 민주화된 1987년 체제 탄생 이래 노동운동은 비약적 발전을 해 왔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전두환 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며 억눌렸던 노동운동은 1989년 무렵 꽃을 피운 뒤 이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팽창해 왔다.

특히 한국노총 단일 지도를 받았던 노조 운동은 이후 민주노총이 탄생, 양대 노총 시대를 개막하면서 노조의 속성과 지향점에 따라 선택권이 넓어지는 긍정적 측면도 얻게 됐다.

하지만 노조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강경투쟁이 일반화되면서 이에 따른 반작용도 늘어나게 됐다.

◆강경일변도·정치색 가미된 노조운동에 의문 제기돼

한때 한국노총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각광받던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하는 개별노조가 늘고 있는 경향이 최근 눈에 띈다.

이 같은 노조의 민노총 탈퇴는 최근 NCC, 영진약품 호텔그랜드힐튼, 단국대 등 10여 곳에 이르고 있다. 탈퇴 노조가 연평균 5~6곳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늘어난 규모다.

이렇게 민주노총과 개별 노조가 어떤 이유로든간에 단결대오에 금이 가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강경 투쟁 일변도라는 비판을 받는 민주노총 문화에 대한 일부 반작용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출범 이래 한국노총 중심의 노동문제에 혁신 바람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지만, 강경 노선과 정치색이 짙다는 비판도 함께 받아 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민주노총 간부 강간 파문으로 인식이 바닥을 치기도 했다. 더욱이 이 사건은 강간 사건 못지 않게 이를 조직 보호를 위해 덮으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면서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도덕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후 민주노총이 ‘성평등미래위원회’ 가동 등을 준비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미 바닥을 친 이미지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 기업 상생 모색 ‘경제위기 함께 헤쳐나가자’

이에 따라 정치색과 거대담론 대신 개별 노조의 후생복리 문제, 그리고 경제위기에서 살아남는 문제를 함께 모색하는 노조들이 점차 늘고 있다.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싸고 ‘의례적으로’ 반복되거나 강경 노조 운동을 반복하기 보다는, 상생을 모색하는 게 낫다는 새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프렌차이즈기업인 롯데리아의 경우 근로자들이 임금협상을 하지 않기로 연초에 의결해 눈길을 모은 케이스.

이 회사 노사는 금년 초 ‘노사화합행사’를 열고 회사와 근로자가 함께 경기 불황을 타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쌓기로 선언했다. 노사 선언서에는 회사와 노동조합이 경기 불황에 따른 안정적 경영환경 조성을 위해 올해 임금인상분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회사에 위임하고, 무분규 노사관계 형성 및 신규사업의 전개와 기존 사업의 확대를 통해 고용 창출 및 안정화를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임금협상으로 인한 소모전을 포기하고 생산성 향상을 택한 것이다.

롯데리아는 이같은 노사 협력 문화로 불경기에도 오히려 매출 증대를 올리고 있다. 롯데리아는 불황이 극심했던 작년도에 매출액 2982억2108만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45억777만원으로 07년 동기 대비 92억9841만원 보다 상승했다. 더욱이 전통적으로 최강자를 차지하는 햄버거 등 부문 외에도 엔제리너스 커피 등 다른 사업에서도 스타벅스, 커피빈 등 세계적인 강적들과 선전을 펼치고 있다.

코오롱의 경우는 개별 기업 살리기에 나선 경우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한때 코오롱 노조는 구미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가장 파업이 극심하게 반복되는 강성 노조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하지만 2004년 회사의 구조조정안에 반대해 두 달 넘게 파업을 했고 이에 따른 생산차질로 회사는 그해 1500억원의 적자를 봤다. 회사는 결국 인원 감축을 단행했고 직원 500여 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후 김홍열 노조위원장이 당선되면서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상생을 모색하기 시작, 금년 1분기에는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기아자동차 노조 역시 강성 노조에서 변화한 경우다. 기아차 노조는 IMF 국면에서 회사가 무너지자 ‘강성노조 때문에 망했다’며 비판대상으로 지목되었을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이후 현대차에 회사가 인수되면서 기아차 노조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족기업인 현대차는 아직도 강한 노조 활동으로 이름을 날리는 곳.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신제품 알리기에 회사측과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등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사 조율점 찾기 ‘완숙’. 경제위기 후에도 계속될까 ‘촉각’

이런 일련의 변화는 강성 일변도 운동과 정치색 가미에 이는 거대담론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386 이후 세대가 산업 주력층에 대거 유입되면서 노조 역시 속성변화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 학생회조차도 ‘민주’보다 ‘학생복리’에 신경쓰는 사회전반의 흐름이 이같은 흐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IMF를 이미 한 번 겪은 데다가,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를 치르면서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노조도 산다는 평범한 전제조건이 새삼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1997년 위기부터 2008년 위기가 다시 닥칠 때까지의 10년 경험치가 새로운 토양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노사 문화 변화 기류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경영자측의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가미된다면 외국 투자자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준다는 ‘강성 노동문화’도 완숙 단계로 변화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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