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를 슬기롭게…[펌]

[펌] 경제위기 극복, 아직 멀고 험하다
최근 우리나라 주가와 환율이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의 수렁에 빠지기 시작했던 지난해 4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있다. 또 지난해 4분기중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우리 경제가 1분기중에는 전기 대비로 소폭 성장했다는 소식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올 들어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개선되기 시작하자 이제는 확장일로를 걸어 온 통화와 재정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는 고무적이고 환영할 만하나 안심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최근 주가와 환율의 안정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급속도로 불안해진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올 1분기중 우리 경제가 전기 대비 소폭 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들어 우리 경제는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비와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성장동력인 제조업 생산과 설비투자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 정책 당국의 적극적 경기부양 조치에 힘입은 바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가 2분기 이후 회복되다가 4분기에는 주춤해지며, 연말에 가서야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중 세계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회복세가 미약해 일자리 사정은 전반적으로 내년 말에야 개선되며,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신흥 공업국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지지부진할 경우 자본이 유출되면서 주가와 환율이 얼마든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세계경제에는 1970년대 제1, 2차 오일쇼크와 1990년대 초 금융위기 등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으며, 그때마다 상당한 고통을 겪은 후에야 극복할 수 있었다. 1998년에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라고 할 수는 없으나 아시아 금융위기로 우리나라가 큰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데 위기극복을 위한 고통이 별 것 아닐 리 없지 않은가.

위기 극복의 고통은 바로 우리 경제회복을 저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따르는 고통이다. 8일 ‘한국경제 전망 및 향후 위험요인 진단’을 주제로 열린 지식경제부와의 간담회에서 민·관 12대 연구기관장은 우리 경제회복의 3대 걸림돌로 가계부채, 실업 및 기업구조조정을 들었다. 또 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노동 유연성 문제가 연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과제라고 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기 전부터 우리 경제의 성장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다만, 이번 위기로 더 큰 장애요인이 됐을 뿐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적극적인 경기부양 대책으로 공황의 재발을 막을 수는 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종식시킨 후 경제회복까지 자신할 수는 없다고 한다. 걸림돌을 제거하지 않고는 지속적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경제위기 극복의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의 앞길에 놓여 있는 많은 걸림돌을 생각할 때 지금은 낙관할 때가 아니며, 섣불리 유동성 환수나 재정적자 축소에 나설 때도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시 우리나라는 신속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듬해 V자형 경기회복을 이룰 수 있었으나 뒤늦게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결국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셈이 되고 말았다. 또한 1990년대 일본은 일관성 없는 경기부양과 구조조정 실패로 ‘잃어버린 10년’을 맞고 말았다. 지금이 바로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가면서 걸림돌들을 차근차근 제거해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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