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탄핵 구속되어도 노동현장은 아직 무법천지

[노동자들은 왜 하늘에 올랐나] “회사 돈벌이에 착취당하다 버려진 사람들, 사회가 품어 안아야”

광화문 광고탑 철제구조물 위에서 14일부터 단식농성 … ‘악성 사용자’ 문제, 해법 없나

제정남  |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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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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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회사측에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수년째 싸우고 있는 노동자 6명이 지난 14일 광화문 사거리 광고탑에 올라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모두 자본가들이 자기네 배를 불리는 과정에서 그에 항의하다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노조를 만들었다가 해고되고, 비정규직 주제에 원청에게 목소리를 높였다가 해고되고, 값싼 노동력 찾아 해외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해고됐습니다. 사회와 정치는 우리의 외침을 10년이나 외면해 왔습니다.”(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사내하청지회장)

해고·노조탄압·공장폐쇄로 회사와 갈등
노동자 6명 철제구조물 단식농성 계속

17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회사측에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수년째 싸우고 있는 노동자 6명이 지난 14일 광화문사거리 광고탑에 오른 지 이날로 4일째다. 물과 소금만 먹고 있는 이들은 지붕도 없는 철제구조물 위에서 위험한 농성을 하고 있다.

김경래 민주노총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고진수 서비스연맹 세종호텔노조 조합원·오수일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의원·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 대표·장재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시멘트공장·유리공장·자동차공장·호텔 등 각기 다른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농성을 시작한 배경에는 ‘악성 사용자’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2015년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원청과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는 고용노동부 판정이 나오자 하청업체 두 곳과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하청노동자 101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같은해 9월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은 노조를 탈퇴하고 소송을 취하한 노동자들에게만 일자리를 줬다. 이에 불복한 노동자 20여명은 원청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2011년 제2노조가 출범하기 전 250여명에 이르던 세종호텔노조 조합원은 지금 10여명으로 줄었다. 호텔측이 배치전환 등을 이유로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 설명이다. 회사의 목적은 노조 약화만이 아니었다. 300여명의 정규직이 일하던 세종호텔은 최근 정규직 140여명과 비정규직 60여명이 일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정원과 정규직이 줄어들고 비정규직만 늘어났다.

일본계 유리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화인테크노코리아는 경북 최대 외국인투자기업으로 꼽힌다. 이곳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주당 4일간 3교대 근무, 3일간 2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사내하청업체 3곳 중 1곳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아사히사내하청지회를 만들자 원청은 도급계약을 해지해 버렸다. 170여명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하청업체 노동자 50여명이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연간 100억원 이상 흑자를 내던 기업이 갑자기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폐업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위장폐업이라고 반발했지만 법원은 사용자의 손을 들어줬다. 2007년 일터에서 쫓겨난 해고노동자들은 거리에서 10년간 복직투쟁 중이다. 전기기타와 통기타 제조회사인 콜트악기와 콜텍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에서는 2000년대 초반 회사가 금속노조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감시용 CCTV를 설치하면서 노사갈등이 촉발됐다. 사설경비용역이 동원된 폭력사태까지 불거졌다. 조합원 대상 징계해고가 추진됐다. 2009년 대법원이 부당해고로 판결하고서야 공장에 복귀했다. 회사는 2007년 신설법인을 만들어 생산직 노동자를 전적시킨 뒤 전원을 구조조정했다. 2014년에는 구로공장 부지 매각과 공장이전을 추진하면서 분회에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 노동자ㆍ민중생존권쟁취를위한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 구성원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17일 광화문 사거리 고공농성장 아래에서 비가림막을 치고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정기훈 기자>

10년 넘도록 길거리 농성
“사회가 보듬어 안아 달라”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우리 사회는 해고되거나 노조파괴로 고통받거나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달라며 최장 10년을 싸운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해답을 내놓지 않은 채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했다”며 “조정기능을 상실한 사회와 정치로 인해 악성 사용자를 상대로 힘겹게 싸우는 이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이 하늘에 오른 이유는 촛불이 만든 새로운 사회에서만큼은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공농성 중인 김혜진 대표는 “촛불이 타오르고 대통령이 구속돼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이 사회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헌호 지회장은 “투쟁하는 노동자는 비록 소규모일지라도 이 사회가 만들어 낸 상처, 손톱 밑 가시라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지혜를 모아 사태를 치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목소리와 하늘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보듬어 안아 달라”고 호소했다.

고공농성자들은 조만간 대선후보들에게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 해법과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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