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5주년…드러난 ‘사기극’

[기고]한·미 FTA 5주년…드러난 ‘사기극’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주년, 반대하던 자들에게 ‘사과’하란다. 누구는 한·미 FTA야말로 유일한 ‘윈윈’ FTA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시작은 창대했다.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자 전 국책연구기관이 일어나 ‘한·미 FTA 경제효과’라는 것을 발표한다. 이 효과는 삐라처럼 기차역, 전철역, 터미널, 연안부두 등 전국 방방곡곡에 살포되었다.

[기고]한·미 FTA 5주년…드러난 ‘사기극’

한·미 FTA가 되면 매년 GDP가 0.6% 증가한다고 했다. 또 10년간 총 34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거라 했다. 연평균 약 3만4000개다. 제조업 수출은 15년간 연평균 26억달러 증가할 것이며,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왕창 늘 거라 했다. 어떤가 한·미 FTA 5년, 정부가 선전했던 이 수치들, 이제 그저 한편의 대국민 사기극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지 않은가.

먼저 무역(상품)수지란 걸 좀 보자. 주의할 것은 여기에는 2가지 산정 방법이 있다. 하나는 한국은행에서 사용하는 IMF 국제수지매뉴얼 버전 6(BPM 6)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사용하는 통관기준 수출입통계가 있다.

예컨대2015년 기준, 한국은행 자료에 따른 대미 무역수지는 452억달러다. 하지만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258억달러다. 194억달러가 차이 난다. 이 액수는 주로 수출 대기업의 미국 내 현지판매를 말한다. 그만큼 글로벌 대기업 곧 재벌의 성장은 엄청나다. 아무튼 여기에 서비스수지를 같이 봐야 전체 그림이 나온다. 2015년 대미 서비스수지는 마이너스 141억달러다. 두 개를 놓고 보면 117억달러 흑자인 셈이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대미 무기수입 80억달러 정도를 빼면 결국 37억달러 정도가 남는다. 참으로 미약하지 않은가. 그나마 발효 2년 만에 경상수지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전격 변신한 한·EU FTA 짝 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기우가 아닌 것이 대미수출은 2015년 마이너스 0.6%, 2016년 마이너스 4.8%로 내리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의 대미 수출총액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기준 34%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그리고 그것의 80%(2014년)는 기업 내 무역이다. 즉 현대 대 현대의 ‘수출’ 거래란 말이다. 2016년 미국 측 자동차 수입관세 2.5%가 마침내 철폐되었지만, 대미 자동차 수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고 이는 대미 무역수지 감소분의 93.4%를 차지한다.

요컨대 한·미 FTA 발효 이후 2015년까지 대미 수출은 이른바 FTA ‘비수혜’ 품목이 두배 정도의 비중으로 주도해 왔다. 즉 자동차 외에 대미 수출 10대 품목 중에 포함된 반도체, 휴대폰, 철강판, 컴퓨터 등은 이미 과거부터 관세가 없는 ‘비양허’ 품목이라 FTA와 아예 무관하다.

2016년 마침내 미국 측 자동차 수입관세가 철폐되자 수혜품목의 비중이 55%가 되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미국 현지 생산증가로 자동차 수출은 감소하게 된다. 이게 대미수출 드라마의 숨은 줄거리다.

셋째, 대미 상품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서비스수지는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만성 서비스무역 적자국인데 그중 대미 적자폭이 가장 크다. 개방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정부 측 가설은 오류였다. 우려했던 대로 특히 지재권 등 사용료수지 적자가 협정 발효 전과 비교해 거의 배 가까이 급증했다.

넷째, 한·미 FTA 발효 후 대미 직접투자는 2012년 361억달러에서 2015년 572억달러로 증가하고 마찬가지로 대미 포트폴리오투자 역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동 기간 미국의 대한 직접투자는 302억달러에서 343억달러로 약간 증가했고, 포트폴리오투자 역시 2000억달러 전후 수준에서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한·미 FTA는 미국 자본 유인보다, 한국 자본 유출에 더 크게 기여했다.

한·미 FTA,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몹시 미약했으니 약속했던 성장, 일자리 그리고 투자는 아직도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올 것 같지 않다.

엉뚱하게도 FTA 비수혜 품목이 주도해 왔던 대미수출도, 이제 막 수혜를 입은 자동차의 현지 생산 증가로 수출이 늘 길도 더 멀어졌다. 어떤가 이 정도면 ‘사과’로 충분한가, 아니면 그렇게 요구한 분들의 ‘뻔뻔함’을 탓해야 하나.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172106035&code=990304#csidx4a9bd6ab36f9ecb9836611c642d1e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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