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왕찬열사 추모사

2017년 故김왕찬열사 추모사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하여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선배이며 사석에서 늘 형님이셨으며 저희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김왕찬 동지!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의 박근혜 파면 선고 를 들으셨습니까?

동지가 저희 곁을 떠난 지 벌써 21년이 되는 이제서야 뭔가 희망이 베롱하는 것 같아서 한결 힘이 납니다.

그러나 동지께서 저희 곁을 떠난 그 21년간 저희는 무엇을 했는가 돌아보나 콕 찍어서 이것만은 동지께 자랑해도 칭찬을 받을 것이다 할 만한 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계속 놀기만 했다는 것은 아니니 동지께서 영면을 깨고 뛰쳐나와 저희들을 혼내는 일은 마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놀지 않았습니다.

아니 놀 겨를이 없었습니다.

잠시 옆길로 샙니다만 서울에 ! 동지들 내려오셨고 제주지역에서도 여러 동지들 오 셨습니다.

안 왔다가 혼이 날 것을 두려워해서라기보다는 이런 기회에 동지를 기억하고 동지와 맺었던 아름다운 인연을 되새기고자함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모두들 자신이 서있는 영역에서 열심히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동지께서 저희에게 물을 것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다는데 왜 내 앞에 내놓을 게 없냐?”

“열심히 일은 했는데 부끄럽게도 열심히 싸우지는 못했습니다.”

온 몸과 온 마음을 다 받쳐 구악을 일소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동력이 돼야 하는데 저희들은 최 ! 한의 역할로써 자족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촛불집회에 나가는 것으로 할 일 다 했다는 생각은 아니었는지 두렵습니다.

지난 날 나름의 역할을 되새기면서 향수에만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또한 두렵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생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 참여하지 못해도 모두들 이해하겠지 하는 자기 합리화는 없었는가 두렵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왕찬 동지!

아시겠지만 박근혜를 끌어내린 것은 하늘도 땅도 아니고 사람입니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것은 촛불 민심이 아닙니! 다.

대통령 리에서 박근혜를 끌어내린 것은 바로 박근혜 자신입니다.

물론 촛불 민심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스스로 무너지고 나서 외부의 힘이 가해지고 와해되는 것입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을 걷어찼기 때문에 촛불민심이 확실하게 끌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케이티노동조합이 와해되는 과정, 진보진영이 와해되는 과정이 그러했습니다.

정부에서 들고 일어나 민심을 호도했고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지만 당시 통합진보당은 그 자체로도 사면초가였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한 것은 보리낭깽이로 툭 거신 것 뿐이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 열린우리당이 그러했고, 지금 자유한국당이 그러합니다.

오늘 저희 진보진영이라고 자부하는 세력이 처한 현실이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합하여 1500만을 헤아리는데 그들을 정치세력화 하는 데 어떤 조직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세력화 하기 위하여 고민은 하는 가조차 애매합니다.

다 고만고만한 동네 웅크리고 앉아 제 잘난 맛에 취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나무꾼 신세는 아닌지 정말 두렵습니다.

사랑하는 김왕찬 동지!

약속 드립니다.

저희가 큰일을 할 수 있다거나 큰일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오만함이나 부담감을 떠나 삶으로써 변화를 추동하는 동력이 되겠습니다.

한 때는 늘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잊혀진 운동의 일상화를 되새김질하겠습니다.

운동과 일상의 변증법적 통일을 통한 삶으로서의 운동을 실천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세력을 구축하고 저희가 원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힘찬 진군을 시작하겠습니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도 개인의 영달보다는 ‘만인이 만인을 위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헌신하신 동지의 유업을 저희 모두가 이어받겠습니다.

현장에서 괴리된 관념적 투쟁이 아니라 현장에 녹아드는 투쟁을 실천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왕찬 동지!

저희를 지켜봐주시고 저희들이 약속을 지키는 가 감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지께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될 것임을 동지 영전에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2017년 3월 12일 박근혜 파면 3일

오윤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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