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 무너지는 민주노총 노조권력
작성자: 바람 | 조회: 847회 | 작성: 2009년 3월 15일 6:09 오후민노총이 왜 이 꼴이 됐는지 설명해주는 일이 12일 벌어졌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지부 아산공장위원회의 위원장 등 집행부 11명이 사퇴한 것이다. 현대차노조는 1월 19일 울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아산공장 노조 지부장을 지냈던 사람을 제명시켰다. 사기도박에 연루됐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전 지부장 제명을 주도했던 아산공장 노조 사람들이 울산의 여관에서 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집행부 사퇴로 이어진 것이다. 제명된 전 지부장은 현대차노조 내 '범민투', 제명을 주도한 아산공장 노조 집행부는 현대차노조 주류 '민투위' 계열이다. 민투위 대의원들의 여관 도박은 범민투가 폭로했다. 도박 파문에 계파 투쟁이 얽혀 있는 것이다.
현대차노조엔 민투위·범민투 말고도 민노회·민혁투·민주현장 등 10여개 파벌이 있다. 파벌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노조 권력이 그만큼 달콤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노조가 4만 조합원에게 걷는 조합비가 한 해 102억원이다. 이 중 46억원은 상급단체 금속노조에 맹비(盟費)로 흘러들어 간다. 기아차노조에선 연 31억원의 맹비 납부를 거부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금속노조는 220개 지부에 조합원이 16만명이다. 민노총은 금속노조 같은 연맹조직 15곳과 지역 본부 16곳을 거느리고 있고 조합원이 65만명이다.
권용목씨 보고서를 보면 현대차노조엔 전임자 90명, 임시 상근자 124명, 대의원이 520명에 이른다. 권씨는 '대의원에 당선되면 그날부터 일은 안 하고 감독자처럼 현장을 어슬렁거리며 특권층 행세를 한다'고 썼다. 100억원대 예산과 730명이 놀고먹는 자리가 있으니 그걸 둘러싼 파벌 싸움이 치열한 것이다. 권씨는 '민노총 간부들은 안전화·작업복 같은 사업장 물품을 입찰하거나 검수할 때 업체로부터 상납받는 게 관행이다' '협력업체 사무실을 방문해 뒷돈을 받는다'고 노조 권력의 구린 뒷모습을 폭로했다.
민노총 산하연맹 전교조도 16개 지부·282개 지회·9600개 분회가 있고 조합원이 7만명을 넘는다. 연간 조합비는 150억원이다. 민노총과 전교조는 대부분의 반정부 집회와 행사에 인적·물적 기반이 되고 있다. 작년 5~8월 촛불 집회와 시위 때 참가자 다수도 민노총·전교조 조합원이었다. 민노총은 작년 7월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총파업도 벌였다. 회사와는 손톱만큼도 관계없는 일을 갖고 파업을 했으니 회사측은 기가 막힐 일이다. 민노총은 매일같이 촛불재판 파문(3월 6일), 미디어법 국회 상정(3월 2일), 미국의 중동정책(1월 9일) 같은 사안에 성명을 내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돌아가는 일에 대단한 책임이라도 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민노총은 13일 성폭행사건 기자회견에서 "사건을 은폐하려는 노조 간부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다"고 밝혔다. 민노총 간부들이 "사건을 덮자"며 피해자측을 압박하고 있었을 때 그들 눈앞엔 자칫하면 손에서 날아가버릴지 모르는 감투·권력·돈이 어른거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