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은 다 꽃봉오리다
작성자: 시구처 | 조회: 975회 | 작성: 2009년 3월 15일 12:22 오전 「나는 가끔 후회한다 / 그때 그 일이 /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그때 그 사람이 / 그때 그 물건이 /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더 열심히 파고들고 / 더 열심히 말을 걸고 /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 더 열심히 사랑할 걸…」새벽 일찍 일어나 시집을 들추다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란 시를 읽었다. 우리에게 일상은 반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무심코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쉽다. 이따금 역경이나 위기가 닥치면 '유독 나에게만 왜 이런 어려움이 닥칠까.'라는 생각과 함께 끊임없이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게 된다.
「모든 순간이 다아 /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 꽃봉오리인 것을! 」
정 시인의 시구처럼 그런 진실을 젊은 날에 뼈 아프게 느낄 수 있었다면 삶은 좀 더 꽉 찬 열매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누군가 내게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나는 잠시 주저할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사회 속에서 내 삶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 시절의 삶은 내게 녹록지 않은 무게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삶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도 생계를 유지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자신의 앞날을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월이 모든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의 지혜는 역경이든 순경이든 삶의 모든 순간들이 꽃봉오리임을 가르쳐 준다. 젊은 날 그런 진실을 좀 더 일찍 깨우쳤다면 정말 좋지 않았을까. 덜 걱정하고, 덜 고민하고, 더 행복했을 텐데 말이다.
지난해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저녁, 전자 사업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P씨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분은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서 무척 힘들 때 부모님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생각났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새벽은 다시 오고, 아무리 힘이 들어도 주말도 다시 오게 마련이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온다.”
아마도 그의 부모님이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준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슬기롭게 잘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부모의 이야기를 기억한 P씨는 앞일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에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는 “매 순간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걱정이나 불안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역경과 고난이 닥치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만난 어려움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염려 때문에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일조차 잠시 오고 가는 일쯤으로 받아들이고 내일이나 그 다음이 아니라 지금 당장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지극 정성을 다해서 행하다 보면 어느샌가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어 온 긴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취업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대한 걱정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나 불안감 자체가 자신을 도와주지는 못한다.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된다고 해서 불안감이 끝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오늘날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에는 누구나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산다. 생활은 더 편리해졌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일은 더욱 많아졌다. 기술과 시대 그리고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지만 우리가 삶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순간순간을 꽃봉오리로 받아들이면 된다.
필자 : 공병호님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 월간《행복한동행》 200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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