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우습게 보는 KT···특정매체에만 기자실 출입 허용

김영란법 우습게 보는 KT···특정매체에만 기자실 출입 허용

 

언론 출입 제한하고는 “보안상의 통제” 궁색한 변명…실제는 네이버 노출 유무

 

 

김민규 기자  |  kmg@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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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28일 (수) 12: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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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기사가 검색되는 특정 언론사에게만 기자실을 개방하는 횡포를 일삼고 있어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A언론사의 한 기자는 최근 이동통신기업 KT가 서울 광화문사옥에서 진행한 행사를 취재한 뒤 기사 작성을 위해 주변 카페를 찾아다녀야만 했다. KT 광화문사옥내에 엄연히 기자실이 있음에도 거리를 배회한 것은 '석연찮은 이유로' 지난 5월부터 기자실 출입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KT 관련 취재가 끝난 후에는 인근 카페나 다른 업체 기자실로 직행한다"며 "기자실은 기자와 출입처 관계자들과의 소통과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공간인데 진입 장벽을 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28일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국내 이동통신 2위 사업자인 KT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우습게 여기는 모양새다.

KT는 지난 5월 기자실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보안상의 이유로 기자들의 출입등록을 제한했다.

KT 광화문사옥 기자실이 타 기업의 기자실보다 좌석이 많은데다 접근성도 좋다보니 통신업계 출입 기자는 물론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까지 찾아오는 통에 포화상태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KT는 출입등록을 거부당한 기자들에게 사옥내 보안문제로 불가피하게 두 가지 기준으로 출입증을 발급했다고 설명했다. KT가 제시한 기준은 해당 언론사의 협회 가입과 네이버 기사검색제휴 여부였다.

기자가 기자실을 찾는 것은 단순한 취재 편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출입처 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심층 취재를 통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목적이 깔려있다.

그럼에도 KT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기사가 검색되는 특정 언론사에게만 기자실을 개방하는 횡포를 일삼고 있는 셈이다.

KT의 이 같은 ‘갑질’은 대한민국 최초의 반(反)부패법인 김영란법과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청탁금지법 Q&A 사례집을 보면 이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례집에서 권익위는 128번째 질문에 '기업이 출입기자단을 위하여 자사의 비용으로 기자실을 만들어 취재공간을 확보하고 사무용품(TV, 복사기 등) 지원 등을 할 경우 청탁금지법상 제재대상에 해당하는가'라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특정 언론사들이 상주(또는 특정 언론사들에게 고정석을 부여)한다거나 식사나 선물 등 지나친 편의제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브리핑룸 정도의 공간 확보와 이에 수반한 집기 등 간단한 편의 제공은 직무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경우라 보기 어렵다'는 답을 제시했다.

반대 해석을 해보면 특정 언론사들에게 상주 편의를 제공하거나 고정석을 부여할 경우 직무 공정성을 해친다는 결론으로 도출될 수 있다. 

물론 KT는 고정석을 부여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기자실 공간사용이 일부 매체에 한정돼 있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김영란법에 대한 판례가 부족하다보니 각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들마다 해석이 다를 수는 있다"고 전제한 뒤 "권익위의 위 사례는 특정 언론사, 즉 모든 언론사에 간단한 편의제공을 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정 언론사 기자들에게만 출입증을 부여해 편의제공을 하는 것은 특혜로 직무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며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사의 룰을 적용해 조치를 한 것일 뿐이다"라며 "(룰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사정은 다르다. 

출입등록증 발급 자체가 없거니와 모든 기자들에게 기자실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유독 KT만 따로 노는 셈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KT는 국가 기술을 보유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으로 다른 통신기업과 차별성이 있다"며 "다른 정부기관 역시 기자단을 만들어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KT는 엄연한 민간기업일뿐더러 김영란법 시행을 기점으로 공공부문 역시 기자실을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KT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충북도청 및 도내 일선 자치단체들은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폐쇄적으로 운영돼온 기자실을 모든 언론 종사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중앙부처들도 이런 사회 흐름에 편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이 기자들의 기자실 출입을 막는 곳은 어디도 없다"면서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분야가 통신쪽인데 KT는 시대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T로부터 기자실 출입을 거절당한 10여개 언론사들은 권익위에 KT의 김영란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접수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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