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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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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3일 8:17 오후
[정규직-무기계약직 차별개선 숨통 트이나] 법원 "정규직-무기계약직 임금 차별 MBC, 30억원 지급하라" 서울남부지법 "고용·근로형태도 사회적 신분, 무기계약직 임금 덜 주면 근기법 위반" 구은회 | press79@labortoday.co.kr
승인 2016.06.13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에게 차등 임금을 지급한 MBC에게 미지급 임금과 지연이자 3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고용형태(근로형태) 역시 차별이 금지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하는 일 같은데 임금만 달라=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김도현 판사)는 MBC 소속 무기계약(업무직) 노동자 9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MBC의 정규직은 크게 일반직과 업무직으로 구분된다. 일반직은 공채 과정을 거쳐 채용되고, 부서장 보직을 부여받을 수 있으며, 직급승진이 이뤄진다. 반면 이 사건 원고인 업무직은 공채가 아닌 추천 과정을 거쳐 기간제 형태로 입사해 일하던 중 2004년 노사합의를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업무직은 부서장 보직을 받을 수 없고, 직급승진도 이뤄지지 않는다.
일반직과 업무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정규직이지만, 각기 다른 보수규정을 적용받는다. 업무직에게는 주택수당·가족수당·식대 등이 지급되지 않는다.
문제는 일반직과 업무직이 수행하는 업무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일반직과 업무직이 동일한 취업규칙·직제규정·인사규정을 적용받고, 업무분장이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장소에 혼재돼 근무하고, 상호 순환·교대·교차근무 또는 동일·동종업무 수행하고, 업무직으로만 구성된 부서의 경우 과거 일반직이 하던 업무를 대체했다”며 “일반직과 업무직이 담당하는 업무 내용과 범위, 업무의 양이나 난이도, 회사에 대한 기여도 등에 차이가 없고 직종별 업무 유사도가 대부분 부서에서 90%에 이른다”고 판시했다.
◇고용·근로형태도 ‘사회적 신분’=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동종·유사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기간제·단시간·파견) 간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규직’으로 불리면서 법률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의 경우 애매한 위치에 끼여 있다. 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을 직접 규제하는 법률이 없이 차별적 상황에서도 구제를 받기 어렵다. 예컨대 사용자가 정규직 A와 정규직 B에 대해 별다른 근거 없이 임금을 차등적으로 책정해 지급하더라도 현행법 체계에서는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고용형태(근로형태)를 근기법에 서술된 ‘사회적 신분’으로 보고, MBC의 무기계약직 임금 차별이 근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근기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업무직의 경우 자신의 의사나 능력과 상관없이 보직을 부여받을 수도 없고 직급승진도 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며 “업무직이라는 고용형태 내지 근로형태는 피고회사 내에서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수당을 일반직에게만 지급하고 업무직에게는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업무직 보수규정과 근로계약은 근기법 6조 균등처우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견지해 온 일반적 해석론에서 벗어난 것이다. 법원은 그동안 고용·근로형태는 사회적 신분으로 보기 어렵고, 고용·근로형태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이와 관련해 근기법 6조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고용환경 등 사회적 변화가 법원의 기존 해석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사건을 대리한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현행 법체계상 무기계약직 차별에 대한 적절한 규제수단이 없고, 사용자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왔다”며 “무기계약직 차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에 판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