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공황과 한국[4(끝)] – 쟁점들 : 중국의 경기하강, 2차 금융붕괴, 그리고 정치위기

21세기 대공황과 한국[4(끝)] - 쟁점들 : 중국의 경기하강, 2차 금융붕괴, 그리고 정치위기

편집자주/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박승호 박사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전망을 다룬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글은 4월 15일 <김수행 콜로키움>에서 발표된 논문을 일부 수정하고 순서를 바꾼 것으로 19일부터 다음과 같이 4차례에 나누어 실릴 예정이다. 이 글은 마지막이자 네번째다.


(1) 한국경제는 경제공황으로 갈 것인가
(2) 지금은 대공황의 제2국면
(3)디플레이션과 무역감소라는 어두운 그림자
(4) 전망과 관련된 쟁점들


2016년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이 더욱 심화된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은 이론이 없다. 즉 회복이냐 경제침체냐는 더 이상 쟁점이 아니다.

문제는 장기불황의 양상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예상한 것처럼 2008년 세계금융공황,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에 이은 신흥국 경제위기의 수준에서 진행될 것인지, 아니면 신흥국의 실물불황과 경제위기가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것인지(즉, 제2차 붕괴)에 있다.

신흥국 경제위기가 유럽의 재정위기 수준으로 세계적 차원의 경제붕괴를 초래하지 않고 지구적 장기불황을 심화시키는 정도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는 견해(낙관적 견해)와 제2차 붕괴(즉, 제2차 세계금융위기)를 수반할 것이라는 견해(비관적 견해)가 쟁점인 것이다. 결국 신흥국 경제위기가 세계경제에 어떤 파장과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둘러싼 것이다.


중국,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중국경제의 상태이다.

두 가지가 쟁점이다. 하나는 중국경제 자체의 양상에 관한 것으로, 통상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의 문제이다. 중국경제의 성장둔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데, 그 정도가 급격한 추락, 즉 경제위기로까지 갈 것인지, 아니면 중국 정부가 관리하면서 완만한 성장저하로 갈 것인지의 문제다. 중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경착륙)도 배제되지는 않으나 대부분 회피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즉, 연착륙을 예상한다. 왜냐면 중국의 강한 국가자본주의적 성격 때문에 국가의 경제개입의 폭이 매우 넓고 경제에 대한 통제력, 관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6-8월의 주식시장 거품붕괴 시 중국 정부 개입으로 일정하게 통제했던 데서 잘 드러났듯이, 적어도 금융위기는 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은 개방의 정도도 낮고, 초국적 자본의 비중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전망도 올 1~2월 중국과 홍콩의 주식시장, 외환시장 불안정화와 급등락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통제력도 더 이상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실물경제의 과잉생산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다. 이것은 2008년 이후의 과잉 유동성과 과잉설비 유지 때문에 장기간 누적되어서 현재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은 과잉생산 위기에 놓여 있다. 생산자물가지수가 2012년 3월부터 4년 넘게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점이 단적인 증거다. 건설과 제조업의 과잉설비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과잉설비를 파산처리하거나 다른 출구, 즉 해외진출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해외에서의 투자출구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는 건설부문의 과잉자본에는 출구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고속철도 건설을 도맡아 수주하고 있듯이, 이는 현실화되고 있다. 건설부문에서는 자본투자와 건설설비의 해외진출로 과잉설비 문제가 점차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의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은 파산처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석탄, 철강, 조선 부문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조선부문에서는 중소업체의 파산이 심각하게 진행되었고, 올해부터 석탄, 철강을 중심으로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에 대한 감산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는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 대량실업은 사회문제로 비화되기 때문이다. 일부 국유기업의 구제조치는 이런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있다.

완만한 성장 저하는 제조업의 과잉설비, 과잉생산 문제를 정부 통제 하에서 완만하게 추진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그 대신 과잉생산 문제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적자 국유기업은 퇴출시킬 계획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3년간은 ‘강시기업’들을 유지시킨다는 말이다. 이처럼 중국의 국유기업의 본격적인 퇴출 구조조정은 현재 시점에서는 논외이기 때문에 현 국면에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또한 2016년 3월 중국 ‘양회’ 후 주요 외신들은 올해 중국 정부가 공급측 구조조정과 안정적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 가운데 구조조정보다 안정적 경제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두 목표는 상호배제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른 목표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의 급락을 막기 위한 경제성장 유지에 중점을 둘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구조조정 과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문제의 처리과정에서 이는 어느 정도 확인되고 있다.

이는 외부에서, 즉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중국의 과잉설비?과잉생산 문제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게 될 것을 의미한다. ‘경착륙’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는 말이다. 올 1~2월 중국에서 촉발된 세계금융시장의 심각한 불안정화를 거친 이후 중국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훨씬 커졌다. 중앙일보 보도(2016. 2. 25)에 따르면, 미국 월가의 분석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년 내 중국 경착륙 발생”을 43%가 예상했다. 또한 60%가 중국경제의 경착륙을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다른 한편으로, ‘경착륙’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국 제조업의 과잉생산 문제가 장기화된다는 것은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함으로써 세계적 디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경제의 불황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성장 저하는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둘째는 중국의 성장 저하가 여타 신흥국과 선진국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문제다.

신흥국 경제위기를 유럽의 재정위기처럼 일과성 위기로 보는 견해는 그 영향이 세계경제 전체를 뒤흔들 정도가 아니라고 보는 견해이다. 이에 대립해서 중국경제가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을 하더라도 중국의 성장 저하만으로도 관련된 신흥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신흥국 전체의 불황을 심화시키며, 이는 신흥국 경제의 높은 비중(세계 GDP의 40%)으로 인해 선진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 세계경제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가 있다.

후자의 견해가 타당하다고 본다.
이번 신흥국 경제위기는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처럼 지역적, 부분적 위기로 ‘관리’될 수 없을 것이고 세계경제로 파급될 것이다. 왜냐면, 1990년대 말의 신흥국 위기는 시차를 두고 일어났고(1997년 동아시아, 1998년 러시아, 1999년 브라질 등), 따라서 그 범위와 규모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세계경제로의 파급을 차단하고 지역적 위기로 ‘관리’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중국의 성장 저하가 주요 신흥국(특히 브릭스 나라들) 모두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주요 신흥국 모두가 동시다발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차단하거나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종합하면, 현재 국면에서 21세기 대공황의 제2차 붕괴의 주된 측면은 신흥국의 실물경제 위기이다.


제2차 세계금융위기는 피할 수 있나


이 문제는 신흥국의 심각한 경제불황과 결합된 미국의 금리인상 효과와 관련되어 있다. 2015년 12월 16일 미국의 금리인상은 유가 하락 추세와 함께 작용하여 신흥국에서 자본이탈을 초래하여 신흥국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었고, 올 1~2월 세계금융시장 불안정화를 거치면서 더 이상의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올 1년 동안 4차례에 걸친 금리인상으로 1.0%포인트 인상하려는 계획은 무산되었다.

경제불황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로 인해 더욱 치열해진 산유국들 간의 경쟁(특히 중동 산유국들과 미국의 셰일 석유업계 간의 시장점유율 경쟁)은 원유의 공급과잉을 장기화할 것이다. 그에 따른 원유가 하락은 이미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했다가 4월 현재 30~40달러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런 유가 급락은 산유 신흥국들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유발하고 있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은 2015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고, 부유한 아랍 산유국들도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다(예컨대, 사우디 아라비아는 2015년 재정적자가 GDP의 18%). 또 2014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석유산업 관련 투자가 2015년 20% 정도 축소되어 연관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석유산업과 연관된 세계의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산업의 불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신흥국 경제의 주축인 대부분의 브릭스 나라들(인도만 예외적으로 성장 유지)은 물론이고, 산유국들에마저 불황이 확산되면서 거의 신흥국 전체가 불황 내지는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말의 동아시아 경제위기, 러시아 경제위기, 브라질 경제위기가 모두 합쳐진 것보다 더 범위와 규모가 큰 경제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2008년 21세기 대공황이 발발한 이래 한편으로 중국의 거품성장, 즉 과잉축적에 의해 수요가 창출되고, 다른 한편으로 선진국에서 풀린 과잉유동성이 투기적으로 신흥국들에 대거 유입되어,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부채에 의한 일정한 거품을 형성해 왔는데, 그 거품성장이 이제 붕괴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공황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모두 3.5조 달러에 달한다. 이런 규모의 신흥국 유입은 세계금융공황 이전인 2003∼2007년 1.8조 달러에 비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2015년 신흥국으로부터 5천억~1조 달러가 유출되었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신흥국은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이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세계금융시장의 동요는 신흥국들로부터 투기적 자본의 대규모 유출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거품붕괴와 경제불황 또는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일부 취약한 신흥국(예컨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브라질 등)에서는 외환위기까지 촉발할 것이다.


신흥국의 금융위기는 다시 중국에 영향을 끼칠 것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그것이 선진국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느냐의 여부이다. 지난 9월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못하고 동결을 결정한 이유가 바로 신흥국 금융시장의 동요가 선진국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 연준이 애초의 계획을 수정해서 올해 금리인상을 더 이상 추진하지 못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편, 신흥국 전반으로 나라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위기가 확산되고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중국도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타 신흥국의 경제위기가 역으로 중국경제에 반작용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이어 신흥국까지 수출수요가 크게 감소하게 되면 실물불황이 더 깊어지면서 중국의 거품성장, 즉 과잉설비·과잉생산 문제가 중국 정부에 의해 통제를 통해 완만하게 해결하는 ‘연착륙’이 어렵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게 예상되면 신흥국 금융시장의 위기와 붕괴는 선진국 금융시장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왜냐하면, 2015년 8월 중국 위안화의 기습적 평가절하가 중국경제의 심각성을 확인해 준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선진국 금융시장도 크게 동요했던 전례가 보여주듯이, 세계금융시장은 신흥국, 선진국 가릴 것 없이 투기적 거품으로 인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2차 세계금융위기로 발전할 것이다.

여기에는 신흥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자산시장의 거품붕괴도 문제로 작용할 것이다.
선진국의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에도 지난 7년간의 과잉유동성으로 인해 거품이 상당히 조성되어 있다. 또한 원자재시장에도 투기적 거품이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신흥국발 경제위기(실물불황과 금융위기)는 선진국의 취약한 자산시장의 거품을 붕괴시킬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고유가로 인해 투기적으로 성장한 에너지 기업(예컨대, 셰일 석유업계)의 회사채 등 이른바 ‘정크본드’(투기등급의 고수익 채권)에 고위험?고수익을 노리고 투자된 1조 달러가 문제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주식시장의 거품붕괴보다 채권시장의 거품붕괴가 더 크게 문제될 수도 있다.

초국적 자본의 투기적 자본이 신용등급이 낮은 신흥국 기업의 회사채가 많이 포함된 ‘정크본드’를 주로 다루는 헤지펀드에 대거 유입되어 있는 점도 문제로 된다. 그래서 선진국 채권시장은 신흥국의 실물위기가 선진국 금융시장위기로 연결되는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을 예정한 회의가 소집되기 직전인 2015년 12월 10일부터 미국의 정크본드 펀드인 헤지펀드 3개(Third Avenue Management’s Focused Credit Mutual Fund 등)가 부도위기에 몰려 투자자의 환매 요구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편,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는 최근 에너지 정크본드의 50%, 금속·광산·철광 산업 채권의 72%가 부도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주식시장, 채권시장, 외환시장의 거품붕괴가 그와 연관된 파생금융상품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제2차 세계금융위기의 파장이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독일 최대의 민간은행인 도이체방크가 파산위기에 몰린 데서 드러나듯이,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의 붕괴는 드러난 후에야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IMF는 올 4월 13일 발표한 ‘세계 금융안정성 보고서’에서 지난 6개월 동안 금융안정성 위험이 증가해 왔고, 그 기저에 있는 원인으로 경제성장 전망, 물가하락, 그리고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수석 경제학자는 올 1~2월의 세계금융시장 변동성은 일과성으로 지나간 것이 아니라 뭔가 조치를 필요로 하는 하나의 ‘경고신호’라고 평가했다. 지난 1~2월의 세계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더욱 큰 금융위기의 전조임을 시사한 것이다.


사회정치적 위기, 지정학적 위기로 발전하는 경제위기


제2차 세계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세계경제 불황이 한 단계 더 심각한 형태로 발전하게 되면, 즉 21세기 대공황의 제2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 정치?군사적 정세, 즉 대내적으로 사회·정치적 위기와 대외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전면화될 것이다.

장기불황과 그에 대한 초국적 자본/제국주의 세력의 긴축정책 대응이 야기한 제국주의 나라 내부의 사회 양극화 현상은 각국에서 사회정치적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 위기는 유럽에서 가장 선명하게 표출되었다. 유럽 각 나라에서 극우정치세력이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제도권에 급속히 진출했다. 이는 각국 의회 선거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적으로 표현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와 영국에서 각각 제1당으로 부상한 ‘국민전선’과 ‘영국독립당’이다.

이제 서구 제국주의 세력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미국과 독일에서도 그런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선 후보 경선에서 미국의 보수양당체제는 붕괴되기 시작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버니 샌더스 돌풍, 공화당에서 트럼프 돌풍으로 표현된 각 당에서의 중산층과 하층 노동계급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버니 샌더스는 청년 노동자층과 대학생, 그리고 민주당의 중산층 백인을 대변하고,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 성향의 백인 하층 노동자층을 대변하고 있다. 공통적인 점은 미국의 몰락한 중산층의 분노와 열망이 각 당의 후보 경선에서 샌더스와 트럼프 돌풍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도 기존의 중도우파·중도좌파 양당체제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3일 독일의 3개주 지방의회 선거에서 기존 양당체제를 대표했던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이 크게 퇴조했다. 2개주에서 두 정당의 합산 지지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신 제3당인 녹색당과 신생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2013년 창당)이 크게 성장했다. 특히 일부 주에서 극우정당이 녹색당을 제치고 제2, 3당 지위로 올라섰다는 것은 경제위기 속에서 몰락한 중산층이 급속히 극우정당으로 포섭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4/13 총선도 경제위기 속에서 기득권 보수양당체제를 소극적 형태이지만 붕괴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21세기 대공황이 장기화되면서 그리고 위기가 더욱 심화된 제2국면으로 진전됨에 따라 사회 양극화로 인한 사회정치적 위기가 정치적 양극화로 표출되고 있다. 이는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계급투쟁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정학적 위기의 중심에 놓인 주변부 국가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2015년에는 시리아 ‘내전’(정확하게는 ‘내전’이 아니라 2012년부터 시작된 미?유럽 제국주의의 시리아 침략전쟁이다)이 지정학적 위기의 중심에 놓여 있다.

2015년 9월 30일부터 러시아가 시리아 내부의 IS와 미국?유럽?터키?이랍연맹 등이 지원하는 이른바 ‘온건 반군’('자유시리아군'을 주축으로 한 '남부전선') 모두에 맞서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공습을 시작하고, 동시에 이란?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와 헤지불라가 지상군으로 투입되면서, 시리아 ‘내전’의 양상이 아사드 정권의 정부군이 우세하게 바뀌게 되었다. 러시아의 시리아 내 IS 공습은 많은 것을 폭로했다.

그동안 1년 넘게 미국?나토의 IS공습이 형식적인 것으로 IS에 실질적 타격이 되지 않았다는 점, IS는 터키를 통해 원유를 밀매해서 수억 달러를 조달했다는 점, IS의 원유 저장시설과 운반차량을 그동안 미국?나토가 전혀 공습하지 않았다는 점, IS 자원병과 무기가 터키 국경을 통해 시리아로 유입되었다는 점 등이 폭로되었다. 이런 사실들을 통해 미국?나토가 IS를 퇴치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IS와 ‘온건 반군’을 통해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것에 주 목표를 두고 있음이 드러났다.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는 와중에 2015년 11/13 파리 테러가 IS에 의해 발생했다. 11/13 파리 테러는 프랑스를 선두로 해서 유럽 각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이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미국에서 IS 격퇴를 위한 지상군 파병 문제가 다시 제기되었다. 미국에서 9/11 사건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략전쟁으로 이어졌듯이, 유럽 나라들의 시리아 ‘내전’ 개입으로 이어지자 ‘프랑스판 9/11’ 또는 ‘유럽판 9/11’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11/13 파리 테러는 시리아 ‘내전’에 대한 유럽의 입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 테러 사건 이전에는 시리아 ‘내전’의 악화에 따른 전쟁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어가서 난민사태가 발생하자 독일을 위시한 유럽 나라들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 방식으로 축출하려는 미 제국주의의 시리아 전략을 이탈해서 아사드 정권을 포함한 정치적 협상을 통해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 정치적 협상을 통한 해결안은 그동안 러시아가 주장해왔던 방안이다. 유럽의 입장이 선회하자 미국도 어쩔 수 없이 정치적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11/13 파리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아사드 정권을 축출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했고, 프랑스?영국 등이 시리아 내 IS 공습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서 아사드 정권 축출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추수하고 있다.

또한 11/24일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 등 시리아 사태는 매우 복잡한 지정학적 이해관계(예컨대, 러시아 가스의 유럽 수송로 등)가 얽혀 돌아가고 있다. 여러 물증에 따르면,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는 ‘의도된 공격’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미 제국주의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시리아 사태를 중심으로 중동지역에서 정치군사적으로 심각하게 대립?충돌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의 공습에 힘입어 IS와 ‘온건 반군’의 점령지를 탈환하고 점점 더 ‘내전’에서 우세를 점하게 되면서 올 3월부터 정부군과 ‘온건 반군’ 간에 잠정 휴전이 성립되어 평화협상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군과 ‘온건 반군’ 간의 전투가 계속되어 평화협상의 장래는 불투명하다. 아사드 정권의 유지에 대해 러시아와 미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불안한 임시 휴전이 깨지고 정부군과 ‘온건 반군’의 전투가 격화된다면, 나토 차원에서 IS 격퇴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아사드 정권의 축출을 목표로 한 지상군이 파병될 수도 있다.

상황이 그렇게 발전하게 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도 지상군 파병을 확대하는 등 시리아 ‘내전’은 국제전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시리아 ‘내전’이 전면적인 국제적 대리전 형태로 발전하게 되면, 시리아 ‘내전’은 장기화되고 중동에서의 대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시리아 전쟁의 양상에 따라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이 무위로 돌아가고 이란과의 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2015년의 파리테러, 2016년의 브뤼셀 테러


이런 맥락에서 보면, 시리아 사태를 확산시킨 계기가 된 11/13 파리 테러는 세계정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사한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 제국주의의 이른바 ‘신냉전’ 전략에 따라 러시아를 고립?봉쇄하고, 이를 매개로 유럽을 미 제국주의의 하위파트너로 종속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현재 진행형이다. 시리아 ‘내전’을 두고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11/13 파리 테러는 유럽 나라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계기가 되었고, 프랑스는 국경통제는 물론이고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선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개인의 민주적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헌법 수정까지 제안했다. 또한 ‘테러와의 전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파리기후협약 정상회의에 대한 촉구시위를 주도할 환경활동가들을 가택연금 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11/13 파리 테러 이후 유럽에서 9/11 사건 이후 미국에서의 사태 전개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유럽판 9/11’로 불리고 있다.

2015년 11/13 파리 테러에 이어 2016년 3/22 벨기에 브뤼셀 폭탄테러는 유럽에서의 이런 경향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

한편, 11/13 파리 테러와 시리아 사태는 미?유럽 제국주의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을 격화시키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 봉쇄에서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유럽 강대국들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할 뿐 아니라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였다.

이제 미 제국주의의 러시아 봉쇄에 대해서도 유럽 내부에서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기업과 독일은 미국 주도의 러시아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제재조치의 연장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하고 있다.

유럽계 초국적 자본은 나라를 불문하고 경제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봉쇄를 반대하고 있고, 나라로서는 독일이 러시아 가스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러시아 봉쇄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다. 이 점에서 미 제국주의의 러시아 경제봉쇄는 갈수록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독일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갈수록 충돌하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 내에서도 러시아 봉쇄를 찬성하는 동유럽 나라들과 서유럽 나라들 간에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독일과 프랑스?영국 간에도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도 있다. 결국 21세기 대공황이 장기화되고 심화될수록 미?유럽 제국주의 간에, 또한 유럽연합 내부의 강대국 간에 이해관계의 대립이 첨예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쇠퇴하는 미국


11/13 파리 사건, 11/24일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 등 최근 사태 전개의 배경에는 21세기 대공황이 한층 심화되는 제2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경제상황이 놓여 있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위안화를 2016년 10월부터 특별인출권(SDR) 준비통화로 편입하기로 결정한 사실, 그것도 영국 파운드화와 일본 엔화를 제치고 달러와 유로화에 이은 제3위의 준비통화로 편입하기로 한 사실은 달러 헤게모니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당장에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불균등발전에 따른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과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통화질서에 대한 중대한 수정이라는 점 때문에 이는 현재 세계질서의 경제적 토대에서의 지각변동을 상징한다. 또한 미?유럽?일본 제국주의의 쇠락을 상징한다.

21세기 대공황의 제2국면에서 미?유럽?일본 제국주의가 경제적으로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고 퇴행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통해 전 세계를 범위로 자본투자와 인프라 시장을 장악해 들어가면서 경제적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미?유럽?일본계 초국적 자본은 생산적 투자가 아니라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절감을 추구하면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려는 M&A 형태의 구조조정을 적극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주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매입을 통한 주가관리에 열중하고 있다. 올해 들어 여러 업종에서 벌어지고 있는 M&A 열풍은 미국계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고 있다. 구 제국주의 초국적 자본은 벌어들인 막대한 이윤을 생산적 투자가 아닌 세계적 독과점 추구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국유기업의 M&A를 통해 한편으로 구조조정(과잉설비와 과잉인력 감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국유기업 역시 세계적 독과점화를 적극 추구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중남미, 동남아, 중앙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 신흥국 전반에 대해 막대한 투자와 함께 고속철도 건설과 원자력 건설 등 인프라시장을 장악해 가면서 상품교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더 나아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강대국과의 경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과잉자본의 출구를 해외에서 적극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서 구 제국주의 가운데에서는 일본만이 인도,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해 중국보다는 소규모의 경제협력과 자본진출의 기회를 확보해 가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미 제국주의는 경제적 차원에서는 중국의 세계적 진출에 대해 대책 없이 밀리고 있다. 미 제국주의는 제3세계 신흥국들에 대한 경제적 무대책을 정치적 공작과 군사적 대응으로 대신하고 있다. 기존에 실행했던 동유럽 나라들에서의 ‘색깔혁명’, 중남미에서의 군사쿠데타와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공작 등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중동의 시리아, 예멘 등에서는 전쟁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나라들에 대한 군사적 개입에는 미국과 함께 프랑스 제국주의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일본과 동남아 나라들(필리핀, 베트남 등)을 앞세워 센카쿠 열도, 남중국해 영토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경제적 차원에서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전 범위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미 제국주의의 정치군사적 공세는 앞으로 더욱 적극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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