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공황과 한국[3] – 디플레이션과 무역감소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21세기 대공황과 한국[3] - 디플레이션과 무역감소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편집자주/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박승호 박사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전망을 다룬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글은 4월 15일 <김수행 콜로키움>에서 발표된 논문을 일부 수정하고 순서를 바꾼 것으로 19일부터 다음과 같이 4차례에 나누어 실릴 예정이다. 이 글은 그 세번째다.


(1) 한국경제는 경제공황으로 갈 것인가
(2) 지금은 대공황의 제2국면
(3) 2016년 초 세계경제의 양상
(4) 전망과 관련된 쟁점



먼저 초국적 자본세력의 첨병인 국제기관들의 현 세계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을 살펴보자. 이들의 강점은 구체적이고 전체적인 경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예측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예측에서 감안해야 할 것은 이들은 항상 구체적인 긍정적 자료에 근거하여 가능한 최대의 낙관적 전망, 즉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2016년 벽두부터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사태가 동아시아를 넘어 신흥국 금융시장 전반에, 그리고 선진국 주식시장에까지 파급되며 1~2월 세계금융시장(주식, 외환, 채권 시장)이 요동쳤다. 세계금융시장의 급등락이 가라앉은 3월 6일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은 분기 보고서에서 2015년 12월에 지적했던 “불안한 평온”이 “마침내 폭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의 통화?경제담당 수석연구자는 “시장의 고요함과 그 기저에 있는 경제의 취약성 사이의 긴장은 언젠가는 해소될 수밖에 없었다. 1/4분기에 우리는 그 해소가 시작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2차 세계금융붕괴의 전조들


가장 최근의 종합적인 세계경제 진단은 4월 12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제시되고 있다. 세계경제와 각국경제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 하향조정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 3.4%에서 3.2%로, 2017년 성장률은 3.6%에서 3.5%로 하향조정하고, 모든 선진국과 대부분의 신흥국의 전망치를 모두 하향조정했다. (OECD는 지난 2월 16일 상반기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작년 11월의 3.3%에서 3.0%로 하향조정했다.)

특히 일본의 올해 전망치를 1.0%에서 0.5%로, 2017년 전망치를 0.3%에서 ?0.1%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이 보고서는 “불확실성이 증가했고, 더욱 미약한 성장 시나리오의 위험이 더욱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고 요약했다. 또한 “취약한 국면이 경제성장을 부양하고 취약성을 관리할 광범한 정책 대응의 긴급성을 높이고 있다.”며, “미약한 대외수요의 지속, 동조화된 경기하강의 위험, 이미 심각한 하강 리스크의 증가, 그리고 지구적 경기회복의 위기 단계” 등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대한 보도자료는 현 세계경제의 진단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초장기 초저성장으로 비틀거리는 세계경제”라는 제목의 이 자료는 “지정학적 충격 및 정치적 불협화음과 함께 현저한 금융 리스크”를 세계경제의 주요한 추세로 꼽고 있다. 초국적 자본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들 국제기관들이 장밋빛 전망까지는 아니라도 항상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해 왔는데, 이런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세계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구체적인 경제자료를 근거로 한 이런 진단과 전망들은 현재 세계자본주의가 올해 들어 21세기 대공황의 제2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가시화되기 시작했음을, 그리고 제2차 세계금융붕괴가 임박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작년 6~8월의 중국 주식시장 붕괴, 그리고 올 1~2월의 세계금융시장의 동요와 급등락 등은 그 전조로 볼 수 있다. 2008년 9월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인 미국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세계금융공황을 촉발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2007년 초부터 모기지 대출금융기관의 위기가 시작되었고, 신용경색이 발생했으며, 2008년 2월 영국 은행 노던록의 파산위기, 그리고 3월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파산위기와 수많은 사모펀드들의 파산 등에 이어서 폭발한 것이었다.

물론 이번 제2차 금융붕괴는 당연히 2008년 세계금융공황과는 다른 경로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금융공황이 어떤 단순한 우발적 계기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2008년 금융공황은 보여주고 있다.

세계금융시장 자체의 거품도 문제가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저에서 그런 거품을 조성한 실물경제의 흐름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공황의 폭발을 저지하기 위해 아무리 개입해도 막지 못하는 것이다. 폭발의 시간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말이다.


실물부문 ? 2008년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


2016년의 세계경제 상황, 특히 실물경제의 상황은 2008년 세계금융공황의 기저에 있던 실물경제보다 훨씬 더 취약하고 심각하다. 현재의 세계 실물경제 상황을 몇 가지 점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취약성과 심각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첫 번째는 과잉생산과 그로 인한 디플레이션 문제다. 이 문제는 원유와 원자재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잉생산은 수요와 공급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대적인 것이고, 따라서 양측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서 발생한다.

수요 측 사정은 현재 불황의 광범위함과 심각함에 의해 규정될 것이고, 공급 측 사정은 과잉축적과 경쟁의 격화 정도에 의해 규정된다. 수요 측에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수요 증가가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2012년 이후부터는 중국의 성장둔화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둔화가 원자재, 원유의 수요 증가를 크게 둔화시키면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공급 측에서의 문제는 신흥국에서의 거품성장, 즉 과잉축적이 문제가 된다. 그 중심에도 중국이 있다. 중국은 2008년 21세기 대공황이 시작된 이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부채를 통한 높은 투자율을 계속 유지해 왔고, 이는 중국에 과잉설비의 누적을 가져와 가동률의 하락과 2012년 3월부터 지금까지 생산자물가지수가 49개월째 계속 하락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과잉생산은 중국에 원자재와 부품을 수출하는 자원 신흥국과 선진국(호주, 캐나다 등)에 거품성장을 조성하는 한편, 중국의 성장둔화가 확연해진 2014년부터 원자재의 공급과잉과 그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한편, 중국의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은 주요 공산품의 저가수출로 이어져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

유가의 경우 수요 둔화에 더해서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이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높은 유가로 인해 투기적으로 급증한 상태에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2014년 11월부터 가격 급락이 시작되었다. 2014년 100달러 수준에서 2016년 현재 3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이런 유가 급락에는 수요 감소뿐 아니라, 수요 감소가 원유 생산업체의 경쟁을 격화시켜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지속하거나 확대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른바 불황기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경쟁격화가 수요에 맞는 공급이 아니라 과잉공급을 초래한 것이다.

이 점에서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셰일원유 생산업체 간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주된 측면이다. 이란의 제재해제에 따른 원유증산과 원유수출 증가도 공급과잉을 더욱 악화시켰다.

현재의 유가 하락은 불황 시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경쟁격화가 주된 요인이다. 산유국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고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요 둔화뿐 아니라 원유생산에서의 경쟁 때문에 과잉공급은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유가는 30~50 달러 내에서 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셰일원유의 생산원가가 45~55달러 사이이기 때문이다. 유가의 폭락과 유가하락의 장기화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장기불황과 그 표현으로서 경쟁의 격화가 과잉생산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불황 현상이다.

한편, 불황에 따른 경쟁 격화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과잉투자를 낳고 있다. 중국은 철강, 석탄 등 대표적인 과잉공급 산업의 구조조정을 올해 실시해 생산감축과 인력감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철강산업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감산하지만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스틸은 올해 20% 증산하는 등 수출 규모는 크게 감소시키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이런 저가 철강수출은 호주와 인도의 철강업체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불황에서의 경쟁의 적나라한 표현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의 신규투자계획이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독과점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이미 과잉생산으로 가격하락을 겪고 있는데도 중국의 두 국유기업이 올해부터 각각 240억 달러, 300억 달러 등 대규모 신규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한편으로 구조조정으로 과잉설비를 합리화(감축)하면서 동시에 세계적 경쟁에서는 모험적인 공격적 투자에 나서서 세계적 과잉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신흥국의 과잉축적은 2국면의 변화 동력


21세기 대공황의 제1국면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그리고 생산사슬에서 중국과 연계된 신흥국에서의 거품성장, 즉 과잉축적은 이제 제2국면으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장기불황의 여파는 2015년부터 자원 신흥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브릭스 나라들 가운데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자원 수출국들인 러시아와 브라질은 2014년 0%대 성장률에서 2015년 각각 -3.7%, -3.8%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되었고, 올해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남아공은 2015년 1.3%에서 올해는 0.7%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인도만이 7%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산유국들은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남미의 베네수엘라,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여타 산유국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앙골라,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 등은 원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정위기에 내몰리고,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물가는 폭등하는 등 심각한 경제위기에 놓여 있다.

이들 나라는 대내적으로 초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국가부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아제르바이잔 등은 세계은행과 IMF 등에 긴급자금 대출을 요청하고 있다. 장기불황은 더 많은 자원 수출국들을 국가부도위기로 내몰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2015년 경제성장률이 ?10%로 급락하고 인플레이션이 140%를 넘는 등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올 1월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뿐만 아니라 유가 하락은 선진국의 초국적 에너지 기업들도 부도위기로 내몰고 있고, 에너지 유관산업의 투자를 크게 축소시키는 한편, 산유국들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계금융시장에 투자된 석유달러를 회수하게 만듦으로써 세계금융시장에서 자본이탈을 확대하고 있다.

유가 하락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촉발되고 세계적 과잉생산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경향은 2014년에는 유로존이 0%대의 물가상승률로 나타났고, 2015년에는 유로존은 물론 미국까지 포함한 주요 선진국 모두가 0.1%의 물가상승률로 하락했다. 일본은 2014년 소비세율 3% 인상을 감안하면 사실상 0%의 물가상승률이다. 경제위기가 극심한 그리스와 스페인은 2014년부터 물가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2007~2015년 세계 및 주요국 인플레이션율 (단위 %) 출처는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April 2016, IMF.
2007~2015년 세계 및 주요국 인플레이션율 (단위 %) 출처는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April 2016, IMF.ⓒ박승호


선진국들은 2015년부터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2015년 0.7% 물가상승률로 진입했다(담배값 인상 효과 0.59%를 감안하면 사실상 0.1%다). 중국도 신흥국으로서는 예외적으로 2015년에 6.9%의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1%대로 떨어졌다. 중국의 심각한 과잉생산을 반증한다.

2015년부터 나타나고 있는 사실상의 디플레이션 현상은 선진국이 세계 GDP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세계적 디플레이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모두 디플레이션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은 물론이고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장기불황의 결과이자 표현이지만, 되먹임 작용을 통해 불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무역의 급감과 신흥국의 부동산 거품


세계 실물경제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실물지표가 세계무역 통계이다.

세계 무역은 1983~2008년 연평균 증가율이 6%였는데 2012~2014년에는 3%로 반토막 났고(2009년 ?10.6%, 2010년 13%, 2011년 6.8%), 2015년 상품 무역액은 달러화 기준으로 13.8% 감소하여 2009년보다 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2012년부터 세계적 불황이 시작해서 2015년 본격적인 불황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2015년 세계 무역의 급감은 중국과 신흥국의 성장저하에 따른 수요 부진 때문이었다. 실제로 중국의 달러 기준 수출은 2015년 7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해 왔고, 올 2월에는 25.4%나 급감했다. 3월 들어 달러 기준으로 수출이 11.5% 증가했지만, 수입은 7.6% 감소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수출회복세가 지속되리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도 2015년 수출이 6.3% 감소했다. 일본의 수출도 2015년 10월부터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2015년 1월부터 현재까지 1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실물부문에서의 또 다른 거품성장은 부동산 부문이다. 신흥국에서는 중국, 홍콩 등에서 가장 심각하고, 주요 선진국에서도 호주, 캐나다, 영국 등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기불황 속에서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투기적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 빼이징 등과 성도(省都) 등 1?2선 도시에서는 투기적 대출에 의한 부동산 수요 증가로 주택가격이 폭등하여(예컨대 2015년 선전 56%, 상하이 30% 폭등) 당국이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내놓을 정도인 반면, 지방 중소도시인 3?4선 도시에서는 과잉공급된 미분양 주택이 거대하게 누적되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붕괴 우려는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세계 실물경제를 총괄하면, 장기불황으로 인한 신흥국의 실물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태이며 이는 브릭스로 대표되는 주요 신흥국뿐 아니라 산유국, 아프리카까지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취약한 상태에서 거품이 잔뜩 조성되어 있는 세계금융시장이 제2차 붕괴로 나아가면 일부 신흥국에서는 외환위기(국가부도위기)를 야기할 것이고, 상당한 나라에서 경제공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역으로 선진국 실물경제에 되먹임 작용을 해 세계적 실물공황으로 발전할 것이다.

    

초국적 자본/제국주의 세력의 대응으로서의 노동개혁


세계적 장기불황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대응은 구조조정(M&A와 인력감축)과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노동유연화 개혁)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자본의 생존전략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인수합병(M&A)이다. 불황 속에서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절감과 몸집불리기를 통한 독점력 강화 또는 시장지배력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산업)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수행한다.

2015년 들어 M&A의 규모가 대형화되며 9월 현재 약 3조 달러를 돌파했다. 2015년 M&A 규모가 4조 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런 현상은 과거 2008년 세계금융공황 직전 2007년과 유사하다. M&A 열풍은 미국계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고 있고,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지닌 중국의 국유기업도 적극적이다. M&A 열풍이 불고 있는 주요 업종은 헬스케어, 바이오, 식료, 부동산 등이다.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또한 장기불황에 직면하여 자본은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통해 위기의 부담을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소득 주도 성장’, ‘포용적 자본주의’(힐러리 미 민주당 대선 후보 제시) 등은 모두 선거용 립 서비스이거나 이데올로기적 제스처에 불과하다. 또한 그것이 일부 정치인의 진실이라 하더라도 자본주의 현실에서 총자본과 개별자본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총자본 차원에서는 사회 양극화로 인한 경제·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소득 재분배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개별자본 차원에서는 위기일수록 생존을 위해 노동계급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

그 핵심은 ‘구조개혁’으로 포장된 ‘노동개혁’이다. 노동개혁의 주요 내용은 해고 규제 완화와 불안정 고용의 확산, 그리고 성과급 임금체계의 도입 등이다. 해고 규제 완화는 불황 또는 공황으로 인한 산업구조조정 시 대규모 해고를 위한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 고용의 확산과 성과급 임금의 확산은 실제로는 임금삭감을 위한 것이다.

이런 노동개혁은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과 한국의 노동개혁, 그리고 프랑스의 사회당 정부의 ‘친기업’ 노동법 개혁안(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직원 해고요건을 완화하고 시간외수당 없이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법안) 등이다.

일본의 경우 경기부양과 이른바 ‘선순환’(임금인상→ 내수확대→ 성장 증가)을 위해 아베 총리와 일본은행 총재가 수차례 기업의 임금인상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의 임금인상은 2014년 0.4%에 불과했고, 2015년에도 0.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경단련은 오히려 법인세 추가 인하와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구조개혁의 내용에서 핵심적인 것은 ‘노동개혁’이다(해고 규제 완화, 파견노동 사용 규제 완화, 사무직 노동시간 규제완화 등). 프랑스의 노동자와 대학생들은 노동법 개혁안에 반대하여 3월 31일 총파업을 벌였고, 4월부터 파리의 광장에서 철야시위에 나서고 있다.

개별 자본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의 초국적 자본은 올 연초부터 비용절감을 위한 대규모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의 상대적 경기회복(?)을 보여주는 고용지표로 매월 20만 명 안팎의 신규고용 증가가 제시되고 있지만, 그 증가의 10% 정도만이 정규직 일자리고, 90%는 저임금의 임시직이나 파트타임 일자리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의 대부분은 판매나 보건 등 서비스직이고 광공업 일자리는 계속 감소되고 있다.


계속되는 긴축과 양적완화


21세기 대공황의 제2국면에 직면해서도 초국적 자본/제국주의 세력의 주된 대응 정책은 긴축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이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현재 적극 실시하고 있다. 양적완화만으로는 효과가 없자 이젠 마이너스 금리라는 사상 초유의 실험을 유럽연합이 2015년부터 시작했고, 일본도 올 1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모두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로 양적완화 정책을 확대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성장의 완만한 회복으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난 8년간의 초저금리 정책을 끝내고 2015년 12월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 시작했으나 2016년 들어 세계경제 상황의 악화와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더 이상의 금리인상을 못하고 있다.

초국적 자본/제국주의 세력이 긴축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경제위기에서의 계급적 입장 때문이다. 현재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표하고 주도하는 초국적 금융자본 세력은 긴축정책을 통해 위기의 부담은 노동자계급에게 전가하고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을 통해 자본을 구제하고 있다. 긴축정책에 대한 확고한 입장은 2015년 초 그리스사태에서 국민의 지지를 업은 시리자의 저항을 단칼에 분쇄한 독일의 입장에서 상징적으로 확인되었다.

양적완화 정책과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필연적으로 통화전쟁과 무역전쟁을 가져온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바와 같이, 양적완화 정책→ 통화가치 하락→ 수출증대→ 경제성장 부양→ 기업투자 증대→ 고용증대 및 소비증대→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것이다. 따라서 제국주의 나라간 경쟁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장기불황 하에서 통화 평가절하는 국제가격경쟁력을 증대시켜 수출을 증대시키고 있다. 2015년 미국의 수출 감소는 달러화 강세 영향이 컸다. 따라서 양적완화 정책과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그 자체가 통화전쟁과 무역전쟁을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유럽연합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더욱 내리고 양적완화를 확대하면 미국도 그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대안이 될까?


한편,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올 1월 20~23일의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주제였으나 별로 주목되지 못하다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 신산업이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이 될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다보스포럼에서도 주제는 미국의 IT기업이 주도한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지만, 실제 논의가 집중된 것은 ‘중국발 경기침체’와 유럽의 난민문제였듯이, 그 효과가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 더구나 ‘제4차 산업혁명’이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다보스포럼에서도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 등 ‘제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었다. 미국 IT기업의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긍정적 효과에 대립하여 다보스포럼 회장인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은 자본과 재능, 최고의 지식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하위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불리하다. 장기적으로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민주주의에 매우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이데올로기적이고 과장되었으며, 실제 내용은 ‘제3차 산업혁명’이라는 정보기술혁명의 연장선상에서 그것의 완성 정도의 의미를 가진 것이고, 그 효과의 대부분도 정보기술혁명의 ‘유연한 생산방식과 노동의 유연화’와 똑같다.

이는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스마트 제조’에 대한 다음의 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4차 산업혁명은 기계와 사람, 인터넷을 연결해 시장상황에 따라 생산체계를 유연하게 운영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공장 내 모든 설비를 관리해 최상의 생산 효율을 달성하는 제조업의 패러다임 진화를 일컫는다. 모든 제조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스마트 팩토리는 단일 공장에서 다양한 맞춤형 제품을 소량씩 생산할 수 있으며, 기존보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불량률이 낮아지는 등의 효과가 있다.”

제조업에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한 이런 스마트 팩토리 공정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GE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다. 여기에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제4차 산업혁명’의 효과가 대규모 고용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다보스포럼 자료에서 보고되었다. 2015-2020년 5년간 15개 선진국 기준으로 50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었다. (줄어든 일자리는 사무?행정 476만개, 제조?생산 161만개 등 717만개이고, 새로 늘어난 일자리는 사업?재정운영 49만개, 경영 42만개, 컴퓨터?수학 41만개 등 202만개이다.) 또한 고용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런 효과의 대부분은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 시대의 정보통신혁명에 의해 경험했던 바와 거의 똑같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등의 발전이 또다른 ‘산업혁명’으로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과장된 평가다. 더구나 이런 효과를 가진 ‘제4차 산업혁명’이 세계경제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호도로 보인다.


제국주의 나라들의 ‘각자도생’


이처럼 이미 제국주의 나라들은 장기불황에 대한 경제적 타개책을 ‘각자도생’의 길에서 찾고 있다. G7이든 G20이든 국제정상회의에서 립서비스를 넘어선 정책공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이유다. OECD, 심지어는 IMF에서조차 소득 양극화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소득 재분배를 현 위기 타개책으로 제안한다든지, 양적완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재정확대정책을 제안해도 실질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이다. 즉, 불황으로 인한 기업파산을 사전적으로 ‘관리’하자는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즉, 노동유연화)·연금개혁 등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합의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본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한 것이다.

이런 초국적 자본/제국주의 세력의 대응은 필연적으로 대내적으로는 노동자·민중의 광범한 저항을 초래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 상호간의 경쟁과 투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계급투쟁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고, 미국 제국주의를 중심으로 한 구 제국주의 내부에서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고, 유럽연합 내부도 크게 분열되고 있다. 올 6월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 국민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가 “현실적 위험성”으로 경고되고 있을 정도다. 21세기 대공황이 장기화되고 심화되면서 경제적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이처럼 21세기 대공황의 제2국면은 경제위기와 동시에 그 경제위기를 기반으로 한, 대내적으로 계급투쟁의 격화에 따른 정치사회적 위기와 대외적으로 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제국주의 간 갈등이 격화되어 지정학적 위기, 더 나아가 전쟁위기를 촉발하며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전면적 위기로 나아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