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동인권 디딤돌 판결 1위는 대법원의 KT부진인력퇴출프로그램 불법성 판결

제2회 노동법률가대회를 마치고

 

김재민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필)

 

김재민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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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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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민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필)

지난 20일 5개 노동법률가단체가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동법률가대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날 대회에는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노총 법률원(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가 참여하고 있다.

노동법률가대회라는 거창한 명칭이 붙긴 했지만, 사실 힘든 시기를 살며 비슷한 ‘직역적’ 고민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소소한 대회다.

하지만 아무리 소소하다 하더라도 대회 명칭이 붙으면 해야 할 일은 있는 법. 2015년 노동 관련 판례 중 가장 나은 디딤돌 판결과 가장 나쁜 걸림돌 판결을 선정하는 것 또한 대회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디딤돌·걸림돌 판결은 다음과 같다. 디딤돌 판결 1위에는 대법원이 지난해 6월 선고한 KT 부진인력 차별적 인사고과 사건이 선정됐다. 특정 직원을 퇴출하려고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준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다. 2위는 삼성에버랜드가 2011년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을 해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이다. 대법원의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과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 조합원에게만 무분규 격려금을 주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이 3·4위를 기록했다.

걸림돌 판결 1위는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원심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이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합헌으로 본 헌법재판소의 전교조 판결이 2위,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형법상 업무방해 방조 혐의를 인정한 부산고등법원 판결이 3위를 차지했다.

한정적인 지면 사정상 디딤돌 판결의 요지를 소개하기는 어려워 생략하지만 대부분 다 “그럴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들이 선정됐다.

지금 시대에는 사실 디딤돌보다는 걸림돌이 더 의미가 있는 법. 디딤돌 판결이 상식적이라면 걸림돌 판결은 비상식의 절정이라 하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다.

노동법률가대회가 개최되기 하루 전인 19일 대법원은 또다시 하나의 ‘주옥같은’ 판결을 내놓았는데, 바로 발레오만도지회의 조직형태변경 관련 판결이다. 비록 이번 선정에는 아깝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강력한 1위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해당 판결은 노동조합을 사업장 안에 가두는 것도 모자라 상조회 수준으로 격하시켰고, 노조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 이라는 근대법의 격언을 생각해 본다. 사회법인 노동법의 최소한은 어디이며, 그 법을 가지고 판단한 판결은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고 있는가. 걸림돌 판결로 선정된 판례나 발레오만도지회의 조직형태변경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최소한의 도덕”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도 수많은 노동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어떤 판결은 디딤돌로, 또 어떤 판결은 걸림돌로 선정될 것이다. 걸림돌에 선정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원칙이 지켜지는 판결이 많아지길 바란다. 내년 노동법률가대회에서는 올해처럼 최소한의 원칙을 어긴 판결이 아니라 조금은 가벼운 판결이 걸림돌 판결로 선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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