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직권조인무효확인 및 손배청구 집단소송의 2심(서울고법) 선고(12월16일)를 앞두고…

조합원총회 규약 위반 단체협약 체결에 책임 물은 최초 사례

기사승인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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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

  
▲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

1. 사건의 개요

가. 케이티(KT) 노동조합의 규약에서는 아래와 같이 조합 위원장은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약 제21조(의결사항) 조합원총회의 의결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4.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

규약 제61조(단체교섭)

① 본 조합은 단체교섭의 당사자이며, 본 조합이 교섭대표 노조가 되는 경우 위원장은 단체교섭 및 체결권은 있으나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체결하여야 한다.


나. 케이티 노동조합은 조합원총회를 거치지 않고 2014년 4월8일 사용자와 일부 사업 분야 폐지, 특별명예퇴직, 2015년 1월1일자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노사합의를 체결했다. 2015년 2월24일 정년제·임금피크제 등의 구체적 시행방안에 관한 노사합의를 했다.

다. 이에 조합원 226명은 케이티 노동조합이 규약을 위반해 조합원총회 의결 없이 임금피크제 등에 관해 노사합의를 체결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35452 손해배상 등 사건).

2. 대상 판결의 판단

가.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은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 등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해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조합원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은 이 사건 규약을 위반한 행위로 평가된다.

나. 단체협약 체결 전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한 규약 등이 유효하다고 해석되는 이상 노동조합 대표자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만연히 사용자와의 단체협약 체결에 나아갔다면, 이 같은 행위는 원칙적으로 조합의 의사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노동조합 대표자는 이로 인해 조합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따라서 피고 노동조합·위원장·위원장을 대리해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사업지원실장은 공동으로 정신적 손해 발생에 따른 위자료로 원고들에게 각 20만원 내지 30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평석

가. 쟁점의 정리

노조법 제29조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노동조합의 규약에서는 임금협약이나 단체협약 체결시 조합원총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노동조합 대표자가 규약에서 정한 조합원 투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① 그 단체협약이 유효한지 ② 규약을 위반한 노동조합 대표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나. 조합원총회 인준투표의 유효성

대법원은 규약으로 정한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노동조합 대표자가 임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즉 대법원은 노동조합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해 조합원총회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형해화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판결 참조).

그러나 이 같은 대법원 판례의 해석이 그대로 유지되면 조합원들은 앞으로 2년 이상 자신의 임금과 복지를 좌우하는 단체교섭 최종안에 대해 의견개진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조합민주주의는 화석화된 문자로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 노동조합 대표자의 권리는 신성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다. 사용자에게 사전에 고지된 규약을 통해 합리적 제한을 하는 것은 법리상 가능하고 "조합의 주요 결정과 집행은 조합원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조합민주주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주식회사에서도 이사회 결의나 정관으로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제한할 수 있고(상법 제389조3항, 제209조2항), 노조법에서도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노조법 제16조1항3호). 따라서 규약상 조합원총회 인준투표 조항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도, 논리적 필연성도 없다.

다. 규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현재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규약에서 정한 조합원총회를 거치지 않고 노동조합 대표자가 임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효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노동조합 대표자의 규약 위반에 따른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단체협약 체결 전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한 규약은 유효하다고 해석되고, 노조법 제16조1항3호에서도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노동조합과 대표자는 ① 사업부서 폐지 ② 특별명예퇴직 ③ 임금피크제 도입 ④ 복지제도 축소 등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도 사전에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하지 않았다.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규약을 위반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노동조합 운영의 민주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노동조합법 등에서 마련된 조합원총회 관련 규정의 형해화 내지 사문화를 막고 조합 내 소수 조합원들의 절차적 참여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절차 위반행위에 대한 민사적 책임은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조합과 대표자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다.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규약에서 정한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조합원들에 대해 규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확인한 최초의 선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취지에 의하면,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임금피크제 등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관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사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위반할 경우 조합과 대표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4. 결론

이번 판결은 노동조합과 대표자는 규약을 준수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조합민주주의 차원에서 조합원총회 인준투표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현재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은 여전히 미완의 쟁점으로 남아 있다.

신인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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