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반입과 관련한 근본적 성찰

미국과 주한미군

김승호  |  labortoday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6.0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미군이 그동안 오산 미 공군기지에 탄저균을 반입·보관·사용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은 미 국방부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유타주에 있는 자국 군 연구소(더그웨이 생화학병기시험소)가 실수로 살아 있는 탄저균 샘플을 미국 내 다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주한 미군 공군기지에도 탄저균 샘플이 배달됐다고 밝힘으로써 알려지게 됐다. 주한미군은 살아 있는 탄저균이 잘못 배달됐다는 긴급한 전갈을 받고 이를 신속히 폐기처분했으며, 22명의 실험요원이 수일간 탄저균에 노출됐으나 감염증상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탄저균이 무엇인가. 대량살상용 생화학무기로 국제적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물질 아닌가. 이런 위험한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구실로, 유엔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멀쩡한 나라 이라크를 침략해서 수십만명을 살상한 문제의 그 물질 아닌가. 그리고 침략해서 아무리 뒤졌으나 그런 물질을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아직도 ‘의지의 연합’ 운운하는 그 침략자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사죄하고 원상회복을 시키지 않고 있는 바로 그 물질 아닌가.

심지어 2001년 생화학무기 보유를 구실로 타국에 대한 침략을 주도했던 바로 그 미국에서 탄저균이 들어 있는 소포가 백악관·의회·연준 의장 등 힘 있는 기관과 사람들에게 배달되고, 그것에 노출된 사람들 여럿의 생명을 잃게 한 치사율 95%의 ‘공포의 백색가루’ 아닌가.

그런 위험천만한 물질이 우리 모르게 이 땅에 반입되고 또 사용돼 왔으니 가슴이 떨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게 복종하는 나라가 아니라면 그런 물질이 이 땅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침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자칫 잘못해서 그 물질이 공기 중에 누출된다면 수많은 사람이 몰살당하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 나라 정부·정치권이나 언론 등 힘 있는 곳에서는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배달사고"라는 투로 넘어가고 있다. 세월호 사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체제에 의해 하루빨리 잊혀지도록 무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진실 역시 침몰되고 있다. 첫째, 살아 있는 탄저균이 반입됐다고 하는데 언제 얼마가 어떻게 반입됐는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군 당국은 4주 전에 액체 형태의 탄저균이 페덱스(Fedex) 편으로 오산 공군기지에 들어왔다고 발표했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와 더불어 미군 당국의 발표대로 탄저균이 민간물류회사를 통해 운반됐다면 그 자체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량살상을 가져올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물질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이 없는 사적자본에 의해 운반될 수 있는가. 또 반입돼 들어오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기관에 의해 아무런 검역이나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데, 그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주한미군은 미 국방부에서 통보를 받고 탄저균 표본을 기지에 있는 응급격리시설에서 폐기처분했다고 하는데, 사고를 통보받은 시점과 폐기 과정·폐기 완료 여부에 관해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 이 물질에 노출된 22명은 모두 백신이나 항생제를 맞았으며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는데, 그 또한 사실 확인을 못하고 있다.

이렇게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발표의 많은 부분이 거짓이라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군은 처음에는 탄저균이 미국 9개 주와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배달됐다고 했으나, 전면적으로 조사를 하자 지금까지 미국 11개 주와 한국·호주 등을 포함한 24개 실험시설에 탄저균이 배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또 “한미 동맹군 보호와 주한미군 사령부의 역량 향상을 위해” 처음으로 탄저균을 한국에 반입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ABC와 CNN은 탄저균이 1년 넘게 미국 내 연구소들과 주한미군에 배송됐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주한미군은 탄저균을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실험과 훈련에 사용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는데, 해당 실험실은 이미 17년 전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6.25 때처럼 북한을 상대로 생화학전을 준비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어떤 누리꾼은 이 나라가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신자유주의 규제완화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탄저균 사건에서 보듯 천안함·세월호 사건 같은 큰 사건·사고는 개별자본의 탐욕보다는 미 제국이나 국내 독재정권의 야욕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