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CIA 고문 실태 공개…인권유린 앞장선 인권국가? 미국은 인권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가?

[월드리포트] CIA 고문 실태 공개…인권유린 앞장선 인권국가?

입력 : 2014.12.11 10:28|수정 : 2014.12.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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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한 고문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알 카에다 대원들에게 행한 고문 실태가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공개한  500페이지 분량의 CIA의 고문 실태 요약본을 보면 잔혹성과 야만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적어도 3명의 수감자에게 CIA요원은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아이들이 다칠 것이며, 당신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엄마를 성고문하고 어머니 목을 자를 것이다”  진술을 받기 위한 것이라지만 수용자에겐 무시무시한 위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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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전동 드릴을 돌리면서 협박하고 러시안 룰렛 방식까지 사용하면서 진술을 강요했습니다. 빗자루 손잡이를 이용한 성고문, 얼음물 고문, 모든 체모를 깎고 밝은 조명을 켠 방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듣도록 강요하기, 1주일 넘게 잠 재우지 않기 등 다양한 고문기법이 총동원됐습니다.

이런 고문이 아무 통제없이 자행되면서 저체온증으로 숨지고 쇠사슬에 묶인 채 숨진 포로가 속출했습니다. 그러면서 CIA는 “우리가 니들한테 한 행동은 세상이 알 수 없다”고 거듭 협박했습니다.
 
● 잔혹한 고문이 9백억짜리 선진심문?
  
CIA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란 이름을 내걸고 전세계 비밀시설 9곳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이런 고문을 자행했는데요
 
이런 고문의 상당수가 심리학 박사 2명을 통해 개발한 것인데 이것을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CIA 고문 관련이 선진심문엔 '워터 보딩'(포로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뒤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 곤충과 함께 좁은 상자에 가두고 잠을 못 자게 하는 등의 고문 기술 10가지가 포함돼 있습니다
 
CIA는 미 정부와 의회에 이 선진심문 개발에 9백억 원을 투자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들이 저지른 행위는 보고 내용보다 훨씬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이런 잔혹한 고문을 통해 얻어낸 고급 정보가 없었다는게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분석결과입니다.
 
●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반발…정치 쟁점

공개된 고문행위는 대부분 2002년부터 2008년에 발생했습니다. 이 때는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던 때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내부적으로 정치적 의도가 있다 없다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그래픽_미국CIA고부시 전 대통령은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CIA요원들은 애국자이며 보고서가 그들의 국가에 대한 기여를 깎아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습니다
 
CIA가 고문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국가안보에 기여했다는 것이죠. 중간선거에서 이긴 공화당도 내년 여소야대 의회가 시작되기 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파인스타인이 민주당 출신인데 내년 새 의회가 시작되면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모든 상원위원장을 공화당이 차지하는만큼 최소한 2년뒤 대선까지는 이런 고문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란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보고서를 공개할 적합한 시간은 따로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테러위협 등을 고려해 케리 국무장관도 공개에 반대했지만 결단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존 맥케인 의원처럼 보고서 공개를 지지한 경우도 있고 민주당 의원들 중에도 보고서 공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민개혁안 등을 둘러싸고 양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전 대통령때 치부가 공개된 것을 놓고 일각에선 공화당 대선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가 지사에 대한 견제성격까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도 나오고 있어 백악관과 공화당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잇따른 논란…도마위에 오른 미국 인권

퍼거슨 흑인 청년 살해사건에 이어 뉴욕 흑인 살해사건의 가해자인 백인 경관을 기소하지 않으면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논란은 세계적인 이슈가 됐고 미국의 인권문제는 이미 도마위에 오른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CIA의 고문실태 보고서까지 공개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는 미국의 이미지와 국제적 위상은 망가질 만큼 망가지게 됐습니다.
 
유엔의 인권 특별보고관이 국제법에 따라 고문에 책임있는 CIA와 정부 관리들을 미국이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는 기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 법무부는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법정에서 채택 가능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기소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론냈다고 밝혔습니다. 상세한 고문 실태가 적시됐지만 증거가 부족해 기소를 거부하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댄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ICC가 조사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최근 북한의 인권결의안을 통해 밝힌 방법대로 CIA 고문행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ICC가 직권으로 조사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재의 국제 질서 속에서는 둘 다 여의치는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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